[좌백의 武林紀行](22)체계 허술해 신 분류법 등장

동양의 무기체계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십팔반병기(十八般兵器)일 것이다. 이 이름은 원래 사서나 병서가 아니라 송대의 화본소설인 사홍조용호군신회(史弘肇龍虎君臣會)라는 곳에 처음 등장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십팔반병기라는 이름만 언급될 뿐 구체적으로 어떤 병기들을 말하는지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이 시대에 이미 십팔반병기라는 것이 존재했다는 것은 알 수 있다.

십팔반병기가 자세히 나오는 것은 명대의 소설인 수호전이다. 구문룡 사진이 십팔반병기에 능통하다고 하면서 모, 철퇴, 궁, 노, 총, 편, 강, 검, 쇠사슬, 과, 도끼, 큰도끼, 차, 극, 방패, 봉, 창, 갈고리라는 이름이 열거되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사조제(謝肇制)라는 인물이 저술한 오잡조(五雜俎)라는 책에서 다시 십팔반병기가 소개된다. 수호전에서 나오는 것과는 약간 다르게 여기에서는 궁, 노, 창, 도, 검, 모, 방패, 도끼, 큰도끼, 극, 편, 강, 과, 팔각봉, 차, 갈고리, 면승투삭, 백타의 열여덟 가지다. 이 중에서 백타란 권법을 의미하는 것이니 무기는 아니다.청나라 때 사해(辭解)라는 서적이 나왔다. 일종의 백과사전이라고 할 이 책에서는 십팔반병기에 대해 두 가지 설을 소개하고 있다. 하나는 위에 든 사조제의 설과 같고 다른 하나는 전국시대에 손자가 남긴 기록에 근거하고 있다고 하며 장병기 아홉 가지와 단병기 아홉 가지를 소개한다.

장병기로는 창, 극, 곤, 큰도끼, 차, 쇠사슬, 구, 모, 환을 단병기로는 도, 검, 간, 도끼, 편, 강, 철추, 봉, 곤이 기록되어 있다.

한국에서 십팔반병기라고 할 때는 무예도보통지에 기재된 24반 무예 중에서 마상무예와 관련된 마상쌍검, 마상월도, 기창, 마상편곤, 격구, 마상재의 여섯 가지를 제외한 나머지를 십팔기라 부르는데 이때 사용되는 무기들을 말한다. 본국검, 예도, 제독검, 쌍수도, 쌍검, 등패, 왜검, 월도, 협도, 장창, 죽장창, 기창, 당파, 낭선, 권법, 곤봉, 편곤의 열여덟 가지다.

십팔반병기는 수많은 병기들 중에 대표적인 것들을 꼽은 것이라 말할 수 있겠다. 그래서 중국무술을 하는 도장에 가보면 병기를 진열해 두는 병기가에 이 십팔반병기를 꽂아놓고 있는 경우가 많다. 중국에 가보면 기념품으로 작은 병기가를 파는데, 거기 꽂힌 무기도 바로 십팔반병기다.

하지만 십팔반병기는 대표성은 강하지만 체계적인 분류도 아니고 가장 많이 사용되는 병기도 아니다. 중국의 무기를 좀더 체계적으로 따져보면 단병기(短兵器), 장병기(長兵器), 연병기(軟兵器), 사병기(射兵器), 암기(暗器), 좌조기(佐助器), 기문병기(奇門兵器)의 일곱 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단병기와 장병기는 길이로 분류한 것이다. 단병기로는 도(刀), 검(劍)과 같이 비교적 짧은 것과 철척(鐵尺: 필가차筆架叉)이나 륜(輪)처럼 극히 짧은 것이 있다. 장병기와 이름이 같은 것은 같은 종류라도 자루가 짧은 것을 말한다. 괴(拐:돈파, 경찰봉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부(斧), 철편(鐵鞭), 간(쇠막대), 저(杵:몽둥이), 겸(鎌:낫), 구(鉤:갈고리), 권(圈), 판관필(判官筆) 등이 있다.

장병기는 창(槍)이나 대도(大刀)와 같이 자루가 달린 긴 병기를 말한다. 극(戟; 쌍날 창), 곤(棍), 봉(棒), 월(鉞:큰 도끼), 차(叉:삼지창), 당, 구(鉤), 삭, 모(矛), 과(갈고리 달린 창), 수, 파, 과(戈), 추(鎚), 팔(고무래 모양의 무기), 파두(爬頭:쇠스랑), 산(삽), 대겸(大鎌:큰 낫), 삼첨양인도(三尖兩刃刀), 혹은 이랑도(二郞刀) 등이 이에 속한다.

연병기란 채찍이나 유성추와 같이 휘어지는 무기를 말한다. 쌍절곤, 삼절곤 같은 다절곤봉들도 여기 속한다. 편(鞭:채찍), 련(쇠사슬, 혹은 다절곤봉多節棍棒), 유성추(流星錘), 초자곤(哨子棍:쇠도리깨), 구절편(九節鞭), 비조, 혈적자(血滴子), 승표 등이 있다.

사병기란 사격이 가능한 병기, 즉 활, 총과 같이 쏴서 날리는 무기다. 궁(弓:활), 노(弩:석궁), 총(銃:화기의 총칭으로)이 있다.

암기는 은밀히 숨기고 다닐 수 있는 무기를 말한다. 일상용품으로 가장하여 특수한 장치를 한 것이 많고, 대부분이 던질 수 있게 되어있다. 비표(표창), 나한전(羅漢錢:동전), 수전통(袖箭筒:소매 속에 감출 수 있는 통에서 화살이 발사된다), 탄궁(彈弓:일종의 새총), 비황석(飛蝗石: 던지기 편하게 다듬은 돌멩이), 비검(飛劒), 비도(飛刀), 표도, 수권(袖圈:소매 속에 감추고 사용하는 암기다), 수단(袖蛋:역시 소매 속에 감추고 사용한다), 비침(飛針), 철권(鐵拳), 성추(星鎚), 매화수전(梅花袖箭), 비자(飛刺), 비요(동발), 용수구(龍鬚鉤), 분통(噴筒), 철련화(鐵蓮花), 매화침(梅花針) 등이 있다.좌조기는 도나 검같은 주전 병기에 대해서 호신용으로 휴대하는 비수 따위의 이차적인 무기를 말하며, 상당수가 암기(暗器)와 겹쳐진다. 비수(匕首), 점혈침(點穴針), 면승투색(綿繩套索: 던져서 적을 포박하는 밧줄을 말한다), 아미자(峨嵋刺), 순패(盾牌: 방패) 등이 있다.

이외에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특한 모양의 무기들이 개인에 의해, 혹은 문파에 의해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것들을 기문병기(奇門兵器)라고 한다.

소림사에서 유래된 소림독각동인(少林獨脚銅人)이나 협권문(俠拳門)에서 사용하는 협가단검도(俠家單劍刀), 권두(拳頭), 난면수(일종의 담뱃대), 사절금당, 월아산, 저자편(杵子鞭), 난문계 등의 무기를 기문병기라 분류할 수 있다.

갑자기 낯선 한자 이름이 무더기로 나오니 당황스러워 할 분도 있겠다. 무기 이름만 보고서는 뭐가 뭔지 알아보기 어려운 면도 있다. 하지만 일일이 무기 사진과 이름을 늘어놓고 사용법이며 특성 등을 설명하는 것은 지면의 제약 상 어렵기도 하고 특별히 관심 있거나 필요한 분이 아니면 재미있어 할 내용도 아니다.

몇 년 전까지는 이런 자료를 구하기가 무척 어려웠다. 거의 유일한 자료로 ‘중국의 무기와 방어구’라는 책이 있었는데 일본에서 나온 것이었다. 이 책이 3년 전쯤 모 출판사에서 번역되어 나왔다. 팬터지 라이브러리 시리즈 중 한 권이다. 필요하다면 이 책을 참고하는 게 좋을 것이다. 각종 무기의 유래와 사용법 등이 잘 나와 있다. 필자가 일곱 가지로 분류한 것도 실은 이 책의 분류를 따른 것이다.

인사동에 가면 나이프 갤러리라는 곳이 있다. 중국 무기며 서양 무기 등을 실제로 볼 수 있고 살 수 있는 몇 안 되는 장소 중 하나다. 이곳 역시 흥미 삼아 가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중국도서문화중심(www.krchina.co.kr)이라고 해서 한국에 있는 중국도서 전문서점이 있다. 이곳에서 병기(兵器)로 검색해 보면 몇 종류의 책이 나온다. 이곳에서 중국어 원서를 사는 것도 한 방법이다.무협작가로 ‘대도오’, ‘생사박’, ‘혈기린외전’ 등의 작품이 있다. 무협게임 ‘구룡쟁패’의 시나리오를 쓰고 이를 제작하는 인디21의 콘텐츠 담당 이사로 재직 중이다.

[사진설명 : 사진 순서대로..]

◇ 좀 길기는 하지만 일반적인 형태의 도.

◇ 월아륜, 초승달같이 생겼다고 해서 월아륜이라 한다.

◇ 난문계, 기문병기의 하나다.

◇ 조의 현대적 형태라고나 할까.

◇ 간, 일종의 쇠몽둥이다. 철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 유성추, 연병기의 대표적인 병기다.

◇ 아미자, 혈도를 찌를 때 쓰는 무기다.

◇ 난문계, 구환도, 칼등에 아홉 개의 방울이 달려있다.

<좌백(佐栢) jwabk@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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