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 업]자유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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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문화-인터넷 시대의 창작과 저작권 문제

 로렌스 레식 지음

 이주명옮김·필맥 펴냄

 미 음반산업협회(RIAA)는 불법 다운로드받는 개인들에게 수백만달러, 심지어는 수백억달러의 피해배상 소송을 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협회는 그렇게 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에게 2000억달러 이상의 손해를 입힌 월드컴은 회계부정으로 단 7억5000만달러의 벌금을 부과받는 데 그쳤다. 또 부주의한 수술로 환자의 멀쩡한 다리를 잘라낸 의사에게는 기껏 25만달러의 보상금 판정이 내려지는 정도다. 인터넷에서 노래 두개를 다운로드한 데 대한 최고 벌금액이 환자의 멀쩡한 다리를 부주의하게 잘라낸 의사에게 부과되는 벌금액보다 더 큰 불합리성을 상식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가능한가?

 인터넷 시대의 창작과 저작권 문제라는 부재가 붙은 ‘자유문화’는 자유로운 문화를 회복하기 위해 저작권제도의 개선방안을 제시한 책이다. 저작권에 대한 과도한 보호가 저작권 제도 본래의 취지에 역행, 창작활동을 질식시키는 현실을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문화적 창조는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창작물을 토대로 하는 연쇄적이고 부가적인 정신활동이며 기존 창장물에 대한 사회적 공유의 폭이 넓어져야 활발한 자유문화의 세계가 실현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 저작권법은 문화의 공유를 상업성 여부와 상관없이 무차별적인 해적행위로 낙인찍고 저작권 보호기간을 지나치게 길게 보장해줌으로써 자유문화를 저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 로렌스 레식은 스탠퍼드 법대 교수로 문화의 창조적 공유를 지향하는 크리에이티브 코먼스(http://www.creativecommons.org) 회장과 전자프린터어재단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가 책을 쓰게 된 계기는 저작권 유효기간이 지난 책들을 가지고 인터넷 도서관을 만들려고 했던 은퇴한 프로그래머 에릭 엘드레드의 소송을 지원하다 패소하면서 부터다.

 에릭 엘드레드는 1998년 미의회가 저작권 유효기간을 20년 더 연장시키는 ‘소니 보노법’을 통과시키려하자 위헌소송을 제기했었다.

 저자는 저작권이라는 지적 재산이 존중돼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지만 저작권이 상식적으로 납득되는 합리적인 방향으로 바뀌어야 함을 강조한다.

 현재와 같은 과도한 저작권 보호는 콘텐츠산업 분야에서 활동하는 거대 미디어 기업들만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라는게 그의 주장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간편한 저작권 등록제도를 도입하고 누구나 쉽게 필요한 저작권 정보를 찾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저작권 유효기간을 가급적 줄이자고 강조한다.

 저작권 관련해 읽을거리도 다양하다. 영화제작기술을 발병한 토머스 에디슨의 특허 통제를 피하기 위해 서부로 진출한 할리우드 영화산업 이야기와 국제사회에 편입되기 위해 강요된 저작권법을 시행하는 아시아, 동구국가들의 비극, 해적국가라는 태생적 한계에도 타국의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는 미국의 저작권제도, 음반, 영화업계의 소송전 등 다양한 읽을거리를 포함했다.

 저작권법과 관련제도에 대한 사회적 통념을 뒤짚는 이야기들도 다양하게 소개됐다.

 또 저자인 레식 교수가 크리에이티브 코먼스 라이선스를 적용해 이 책의 영어원문을 인터넷에 무료로 공개하고 있으며 출판사도 홈페이지에 번역문을 공개하고 있다는 점도 매우 이채롭다.

 이규태기자@전자신문, kt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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