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산 기업용 소프트웨어 산업의 역사는 일천하다. 오라클, SAP 등 다국적 기업들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데다가 기술 발전 속도와 고객들의 요구가 워낙 빨리 바뀌기 때문에 소규모 국산 기업으로는 10년 이상을 버텨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국산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고객 사이트가 많지 않다. 이런 가운데 고객 사이트만 300∼400개 확보해 해당 부문에서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는 국산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가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영림원소프트랩과 메타빌드가 바로 그곳이다. 두 회사는 90년대 후반부터 각각 전사자원관리(ERP)와 확장성표기언어(XML)·기업애플리케이션통합(EAI) 솔루션 등을 내놓고 지금까지 각각 300개 이상의 사이트를 확보하고 있다. 사이트 수가 많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큰 문제 없이 고객 사이트의 유지 관리해 주고 있다는 점에 더 점수를 줄 만하다.
두 회사는 국내 인지도를 기반으로 해외 진출까지 노리고 있다. 중대형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곳이 많지 않은 현실에서 이들 업체의 꾸준한 노력이 어떠한 결실을 낼지 지켜볼 일이다.
◆영림원소프트랩
지난 5월 강원도 용평 리조트에 국내 중견·중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대거 모였다. 성장과 혁신이라는 21세기 경영 전략을 듣는 것이 이 행사의 목적이지만 사실은 영림원소프트랩(대표 권영범 http://www.ksystem.co.kr·이하 영림원)이 자사의 전사자원관리(ERP)를 구축한 고객사의 CEO를 초청, 감사의 뜻을 전하고 격려와 조언을 듣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한 솔루션 업체 행사에 CEO가 직접 나서는 경우가 적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영림원이 이처럼 IT 실무자를 넘어서 CEO 중심의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는 것은 그동안 고객의 요구 사항을 정확히 반영했다는 방증이다.
영림원은 지난 1997년 한국형 ERP 패키지라는 이름으로 ‘케이시스템(K.System)’이라는 제품을 내놓고 현재까지 ERP 한 우물을 파고 있다. 영림원은 1993년 설립 초기에는 ‘평생비서 오!K’ ‘정보수첩K’ ‘K실록’ 등 개인정보관리시스템(PIMS) 소프트웨어 제품들을 발표해 주목받았다.
유공의 ERP 구축 프로젝트 추진을 계기로 ERP 전문 기업으로서 성장하게 됐다. 제품 업그레이드도 시대에 뒤처지지 않게 했다. 2계층, 3계층뿐만 아니라 닷넷 환경을 지원하는 제품 등 다른 어느 곳보다 발빠르게 업그레이드했다. 덕분에 지난 8년간 300여개 기업에 솔루션을 공급했다.
권영범 사장은 “영림원이 지금까지 업계에서 인기를 끄는 것은 제품의 우수성 이외에도 늘 고객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비롯됐다”고 말한다. 회사의 존재 목적이 ‘고객 기업이 경영을 더 잘하게’라고 말할 정도로 고객에 대한 배려가 가장 우선이다.
고객에 대한 지속적인 접촉과 서비스 제공 등이 고객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이라는 것. 권 사장은 고객의 마음을 잡는다는 생각으로 직접 ‘CEO를 위한 신경영학’이라는 책까지 출간했다.
영림원은 지난해 말부터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이달 초 인사에서 해외사업팀을 해외사업본부로 바꾼 것도 본격적인 해외 진출을 위한 것이다. 영림원은 무엇보다 일본 시장을 토대로 아시아 시장에 한국 ERP의 우수성을 알리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세우고 있다.
서구권은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에는 아직 부담이 되지만 적어도 동일한 문화권인 아시아에서만큼은 국산 ERP가 외국계 ERP와 경쟁에서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다. 그래서 영림원의 목표는 ‘아시아의 최고(The Best of Asia)’가 되겠다는 것이다.
◆메타빌드
약 7년 동안 XML, 기업애플리케이션통합(EAI), 업무프로세스관리(BPM) 등으로 확보한 준거 사이트가 총 420여개. 고객 사이트 규모를 떠나 기업용 솔루션이 이만큼 공급돼 지금까지 유지 관리되고 있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메타빌드(대표 조풍연 http://www.metabuild.co.kr)가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인지도를 높이게 된 것은 사후서비스(AS)에 대한 평가가 높은 점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의 문제는 무조건 1시간 이내에 신속히 해결하는 AS 체계를 만들어 놓은 것이 고객으로부터 인정을 받았다.
메타빌드는 지난 98년 XML 솔루션 업체로 설립됐으며, 2002년까지 350여개 업체에 XML 솔루션을 공급했다. 메타빌드는 2000년 하반기부터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준비해왔던 EAI 솔루션을 2002년 내놓으며 본격적인 주력 사업 분야로 성장시켰다.
EAI 사업에 대한 성과는 공공 부문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행자부 G4C, 시·도 행정, 교육부 나이스(NIES), 대법원 등기, 산자부 정책지원관리, 국방부 동원, 특허청 특허넷II 시스템 등 이름만 내걸어도 알 만한 공공 부문의 대형 프로젝트에 EAI 제품을 공급했다.
올해에도 교육부, 국방부, 농림부, 산자부 등의 프로젝트를 따내 올해 공공 부문에서 EAI 솔루션을 가장 많이 공급한 업체로 인정받고 있다.
메타빌드는 기업 선호도를 △제품 신기술과 안정성 △잘 숙련된 기술 인력 △기술 지원 프로그램 등 세 가지에 의해 좌우된다고 규정하고 이에 맞춰 제품 개발과 회사 경영을 하고 있다. ‘인디고 EAI/BPM’이 이러한 바탕에서 나온 제품이기 때문에 자신있게 자랑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메타빌드는 인적 자원 관리를 기업의 최우선 과제로 꼽고 인재 관리 프로그램을 별도로 운용하고 있다. 이 덕분에 창업 초기 기술 멤버가 대부분 아직도 회사에 남아 있어 기업 경쟁력의 바탕이 되고 있다.
메타빌드는 국내 인지도를 기반으로 앞으로 해외 진출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향후 5년 이내 글로벌 통합 전문 솔루션 업체로 성장하기 위해 처음에는 단순 솔루션을 제공할 예정이다. 차츰 솔루션과 응용 부문 등 고객 요구에 의해 100% 품질을 보장하는 소프트웨어의 OEM 맞춤 전문제작소로 발전시키는 것이 최종 목표다.
조풍연 메타빌드 사장은 “앞으로는 조직력에 기반을 둔 시스템에 의한 경영 전술을 펼쳐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CEO 소개
수백개 고객 사이트를 확보해 해당 분야에서 인지도가 높은 영림원, 메타빌드 CEO의 공통점은 근면성과 학구열이다. 두 CEO 모두 공대를 나온 개발자 출신이고 평소 체력 단력을 위해 10여년 이상 태극권 등 꾸준한 운동을 하고 있다는 점도 비슷하다.
권영범 사장(51)은 카리스마형 CEO로 평가받고 있다. 직원에게 기업의 목적과 비전을 정확하게 제시하고 늘 스스로 앞서 실천한다. 매일 직원보다 출근을 일찍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권 사장은 무엇보다 92년 국내 최초의 다운사이징 사례인 대한페인트잉크 프로젝트를 추진했던 핵심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1983년에는 시스템공학연구소에 근무하며 전국체전 전산화를 3개월 만에 완성시켰으며, 86년 아시안게임 전산 시스템 구축을 담당하기도 했다. 이는 당시 국내 기술로도 전산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러 일으켰으며 88년 서울올림픽 전산 시스템 구축에도 큰 도움을 줬다.
권 사장은 연구원 출신답게 현실에 만족하지 않고 늘 공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직원과 대화를 즐기며 자기계발로 역량을 키우도록 강조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조풍연 사장(46)은 성실한 실천적 CEO형이다. 개발자 출신이면서도 굵직굵직한 영업을 스스로 챙긴다. 조 사장은 평상시에 ‘소프트웨어 기업의 신입사원 연봉 1억원 시대’를 주창하고 다닌다. 신입사원에게 그 정도 연봉을 준다 해도 기업 경영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정도로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러한 주장의 배경에는 기술이 제대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신념이 깔려 있다.
이 때문에 그는 아직도 컴퓨터공학 박사 과정을 직접 다니며 학구열에 불타 있다. 내부 직원들이나 고객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계속 배워야 하며, 해외에서 인정받는 핵심 기술 개발을 위해서 선진 기술을 습득하는 데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서다. 조 사장은 ‘사업을 하는 것은 이익을 남기는 것이라기보다는 사람을 남기는 것’이라는 경영 철학을 갖고 있다.
이병희기자@전자신문, shak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