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90분 대 30분

김민수

 정부가 지난 6월 말 가동에 들어간 ‘인터넷 익명성 폐해 대책연구반’의 연구성과가 최근 공개됐다.

 정보통신부가 엊그제 ‘익명성에 의한 폐해 최소화 및 피해구제의 실효성 확보 대책토론회’를 열고 제한적 인터넷 실명제 도입을 발표한 게 그 골자다. 이 토론회는 당초 2개월간 운영한 연구반의 성과를 내놓고 공개적인 토론을 해보자는 것이 본래 취지였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토론회가 아닌 정부·사업자·사용자에 대한 권고사항과 정통부의 정책을 발표하는 자리가 돼 버렸다.

 그날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사람은 줄잡아 30∼40명이었다. 언론사 취재진과 토론회를 주최한 관계자를 빼고 나면 실제로 토론회를 위해 모인 사람은 20명도 채 되지 않았다. 게다가 인사말에 이어 그간의 연구 성과와 정책 방향을 발표하는 데 1시간 30분이 소요됐지만 토론이 진행된 시간은 고작 30분에 불과했다.

 한정된 시간으로 인해 토론이 충분히 진행되지 못한 아쉬움을 드러내고 싶은 마음은 없다. 문제는 정부가 이날 발표한 정책이 연구반에서조차 합의되지 않은 사항이라는 것.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토론이 시작되자마자 합의되지 않은 사항이라는 점을 지적해 현장에 있는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정책토론회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지극히 짧은 토론이 이뤄졌듯 이날 발표된 내용도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은 것이다.

 대형 포털 사이트에서 본인 확인을 의무화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이 발표되자 24개 시민단체는 정부의 인터넷 실명제 도입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공동으로 발표했다. 표현의 자유와 인권 침해, 개인정보 유출 등이 주요 이유였다.

 물론 시민단체의 주장처럼 인터넷 실명제만이 능사는 아니다. 그러나 정부로서는 사이버폭력과 명예훼손 문제를 시급히 해결할 수 있는 정책적 방향을 모색해야 하는 처지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히려 이날 발표된 사이버 가처분 제도의 조속한 도입과 익명 공간 운영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정부의 혜안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디지털문화부= 김민수기자@전자신문, mim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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