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3주년 특집Ⅳ-콘텐츠]콘텐츠 세계화 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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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모니카 해변에 위치한 ‘히어뮤직(Hear Music) 커피하우스’.

 매장 한 편에서 헤드폰을 통해 흘러나오는 음악에 귀를 기울이며 커피를 마시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여유롭다. 한 손에 커피잔을 들고 매장을 돌아다니며 CD를 고르는 모습도 눈에 띈다.

 세계적인 커피전문점 프랜차이즈 스타벅스가 지난해 디지털콘텐츠사업을 위해 1호 매장으로 문을 연 히어뮤직 산타모니카 지점이다. 이 곳에서는 음료를 마시면서 자신이 원하는 노래를 담은 ‘나만의’ CD를 만들 수 있다. 첫 5곡은 6.99달러, 그 이상은 곡당 1달러를 지불하면 새로운 CD가 탄생한다.

 세계 엔터테인먼트산업의 본고장으로 불리는 미국. 그중에서도 세계적인 영화·음반·게임업체가 즐비한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는 미국 어느 지역보다 변화의 바람이 빠르다. MP3 시대의 도래로 새로운 변화를 요구받던 전통 음반산업이 젊은층의 ‘유행’을 읽을 수 있는 커피전문점에서 새롭게 거듭나는 모습은 디지털콘텐츠가 기존 시장을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제2의 부흥기를 가져올 것이라는 예측에 힘을 실어준다.

 ◇디지털콘텐츠 신문화=산타모니카 히어뮤직 커피하우스와 한 블록 떨어진 미국 유명 의류업체 ‘갭(GAP)’ 매장. 쇼윈도에 붙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Favorite Song)’라는 문구가 이채롭다. ‘옷’이 있어야 할 자리를 ‘노래’가 차지한 셈이다. 다름 아니라 의류를 구입하면 CD 혹은 온라인음악 상품권을 선물로 준다는 안내문구다. 한국에서는 P2P사이트를 통해 ‘공짜로’ 구할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온라인음악이 사은품으로 제공된다는 것. 미국 온라인음악시장이 산업화를 위한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KOTRA LA무역관에 근무하는 김삼수 과장은 “미국은 당국의 단속이 심해 온라인음악도 돈을 주고 사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바일콘텐츠 확산=미국 콘텐츠 시장의 또 다른 변화는 모바일 분야에서 감지된다. IDC 등에 따르면 올해 미국 모바일게임 시장은 지난해에 비해 두 배 이상 커진 4억달러를 넘어서고 내년에는 7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자연스레 미국 콘텐츠업체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미국 팍스(FOX)엔터테인먼트그룹은 올해 들어 팍스 모바일엔터테인먼트 사업부를 발족시켜, 휴대폰을 통해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모비소드(Mobisode:Mobile+Episode)’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게임업체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EA·THQ·코나미 등 세계적인 게임업체들이 모바일사업 확대에 나섰다. EA의 기업커뮤니케이션 담당 매니저 트루디 멀러는 “모바일게임 시장은 전략적인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며 “수개월 내에 새로운 모바일게임을 연속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콘텐츠 연구개발(R&D)=미국 캘리포니아주 컬버시티에 자리잡은 소니픽처스엔터테인먼트 단지에는 직원들의 휴식처이자 촬영세트로도 쓰이는 소니플라자, 거리와 곳곳에 내걸린 대형 영화포스터가 시선을 끈다.

 하지만 정작 소니픽처스의 영화 속에서 화려한 그래픽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기술은 다름 아닌 이미지웍스에서 나온다. 이미지웍스는 980여명의 직원 중 60%가 디지털그래픽아티스트인 소니픽처스의 디지털그래픽 전문 자회사다.

 소니픽처스는 그래픽기술을 하나의 연구개발(R&D) 부문으로 보고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특히 이미지웍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자사의 작업을 무조건 맡기지 않는다. 가격경쟁력이 더 높은 외부업체가 나타나면 자회사를 버리고 제3자에게 일을 의뢰한다. 이미지웍스 역시 소니만을 바라보지 않고 타 영화사의 그래픽작업을 수주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아간다.

 이 곳에서 3년째 근무하고 있는 한국인 출신 디지털그래픽 아티스트 강윤극씨는 “소니의 그래픽 기술 투자는 IT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와 같다”며 “한국도 단순 작업 수주에 안주하지 말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디지털그래픽 인력을 양성해야 향후 해외 디지털콘텐츠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터뷰-오성근 KOTRA 로스앤젤레스 무역관장

 “해외 디지털콘텐츠 시장 진출 과정에서 겪는 시행착오는 실패가 아니라 성공을 위한 필수 항목입니다. 한국 기업들도 한 번의 비즈니스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히 현지화 전략을 추구한다면 미국 시장에서도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습니다.”

 오성근 KOTRA 로스앤젤레스 무역관장(47)은 콘텐츠 산업은 무엇보다 현지화가 가장 중요하다며 이는 단순히 해외지사를 설치하는 물리적 접근을 떠나 현지 문화를 흡수하려는 노력에 따라 좌우된다고 강조했다.

 오 관장은 “한국 콘텐츠산업은 과거 2D 애니메이션 분야의 단순 하도급으로 시작했으나 최근에는 우수한 IT 자원에 힘입어 대외 이미지가 개선되고 있다”며 “현지화 문제만 해결한다면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오 관장은 한국 업체가 유연성이 부족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몇몇 한국 기업의 경우 기술에 대한 자부심이 지나쳐 해외 업체와의 파트너십 구축에 실패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글로벌화를 위해서는 보다 폭넓게 해외 문화를 받아들이는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캘리포니아주의 한국 콘텐츠업체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 EA 본사에는 9월 한 달 내내 태극기가 게양된다. 이 곳에서는 EA가 해외 사업을 전개하는 국가의 국기가 매월 번갈아 게양되는데 이 달이 바로 한국 차례다.

 성조기, 캘리포니아주기와 나란히 걸린 태극기는 세계 디지털콘텐츠 시장에서 높아진 한국의 위상을 보여주지만 사실 이는 한국의 구매력이 크다는 것이지 한국의 경쟁력이 강하다는 것을 뜻하진 않는다.

 다행히 최근 한국 콘텐츠업체들의 미국 진출 시도가 이어지고 있어 현지 시장에서 ‘메이드인코리아’ 신화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미 엔씨소프트·그라비티 등이 적지않은 성공을 거뒀고 웹젠·컴투스 등이 다음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웹젠(대표 김남주 http://www.webzen.co.kr)은 지난 1월 미국 법인 설립 후 본격적인 활동을 준비중이다. 다음달 초 세계적인 게임업체 THQ가 입주한 LA 건물에 정식 사무실을 마련할 예정인 웹젠은 중간 간부급 직원 15명을 현지에서 영입했으며 연내에 현지인 CEO를 선임할 방침이다.

 컴투스(대표 박지영 http://www.com2us.com)는 지난해 10월 캘리포니아주 토랜스에 현지 사무소를 설립했으며 포천골프·볼링 등 10여개 모바일게임을 T모바일·버라이즌 등을 통해 서비스하고 있다. 최근에는 SK텔레콤·어스링크의 합작사인 SK어스링크를 통한 서비스도 추진중이다.

 세모로직(대표 김종보 http://www.semologic.com)은 지난 2002년 LA에서 설립된 그래픽전문업체로 올해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PS2용 게임 ‘갓오브워(God Of War)’의 동영상을 제작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현재 회사는 일본 게임업체 캡콤의 차기 대전게임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 밖에 한빛소프트(대표 김영만 http://www.hanbitsoft.co.kr)는 연내에 엔트리브소프트가 개발한 캐주얼 골프게임 ‘팡야’를 미국에 공급할 계획이다. 캘리포니아주 토랜스에 위치한 게임팩토리(대표 박상철 http://www.ogplanet.com)가 미국 내 사업을 전담하며 ‘알바트로스 18’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서비스할 예정이다.

LA(미국)=이호준기자@전자신문, newle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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