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 시벨 인수 의미와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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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시장에서 독일 SAP에 밀려온 오라클이 시벨을 전격 인수, SAP를 추월할 발판을 마련했다. 물론 IBM·마이크로소프트 등에도 일격을 가할 수 있게 됐다. 또 e베이도 세계적 인터넷 전화업체인 스카이프를 인수키로 해 지역 전화사업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기업용 시장에서 오라클 입지 강화될 듯=오라클이 고객관계관리(CRM) 솔루션 시장 2위 업체인 시벨시스템스를 인수키로 함에 따라 큰 파장이 예상된다. 오라클은 데이터베이스 분야에선 최강자지만 CRM 분야는 상대적으로 취약했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오라클은 올 초 1년 6개월간의 인수공방 끝에 피플소프트를 106억달러에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 분야에서 SAP에 뒤져 왔다.

 AMR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CRM 시장점유율은 SAP(15%), 시벨(12%), 피플소프트(4%) 등으로 나타났다. 오라클은 앰독스·덴드리트와 함께 3%선에 그쳤다. AMR는 올해 말에는 시벨 인수로 오라클의 CRM 시장점유율이 SAP와 동일한 15%로 올라서며 공동 1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오라클은 CRM은 물론이고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SW시장 전체에서도 점유율을 끌어올려 SAP·IBM·마이크로소프트 등과도 본격적으로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래리 엘리슨 오라클 최고경영자(CEO)는 “시벨을 인수하는 과정이 피플소프트 인수에 비해 훨씬 쉬웠으며 기업 통합에 따른 위험도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벨은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최고의 기술기업 중 하나로 꼽혔으나 최근 판매 부진으로 고전해 왔다.

 e베이, 전자상거래 부가 서비스 강화=멕 휘트먼 e베이 최고경영자(CEO) 역시 26억달러짜리 도박을 단행했다. 이번 인수는 e베이가 지난해 43억달러를 주고 옥션닷컴을 사들인 이후 두 번째로 큰 규모다. 휘트먼은 “e베이는 페이팔과 스카이프의 서비스를 통해 전자상거래 부문에서 강력한 환경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인수로 e베이는 온라인 구매자와 판매자 간의 확실한 의사소통 채널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울러 인터넷전화 서비스의 대명사격인 스카이프를 차지하게 됨에 따라 최근 잇달아 인터넷 전화 사업을 시작한 마이크로소프트·구글과의 경쟁은 물론이고 쇼핑몰 분야에서 만만찮은 경쟁상대로 떠오르고 있는 야후와의 경쟁에서도 유리한 카드를 확보하게 됐다.

 특히 e베이는 부동산 거래와 같이 정교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분야에서 스카이프의 인터넷전화 서비스가 적잖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매출이 700만달러에 불과한 스카이프를 26억달러에 인수한 것이 과연 올바른 판단인지에 대해서는 부정적 견해도 나오고 있다.

 시장 조사업체 오범의 마크 마린 애널리스트는 “e베이는 기존 인터넷을 이용해 좀더 저렴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만들 수 있었다”면서 이번 인수를 ‘부적합한 거래’로 평가했다.

이규태·정소영기자@전자신문, ktlee·syjung@

◆엘리슨과 시벨의 `묘한 관계`

 오라클 및 시벨의 창업자인 래리 엘리슨과 톰 시벨 간의 ‘묘한 관계’가 화제다. 지난 1993년 자신의 이름을 따 고객관계전문 소프트웨어 회사 ‘시벨’을 창립한 톰 시벨은 애초 오라클 출신으로 엘리슨 휘하에 있었다.

 하지만 시벨은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오라클을 나왔고, 이후 ‘반오라클 전략’을 추구했다. 공통적으로 시카고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두 사람은 공격적 세일즈 전략을 갖고 있고 모두 스포츠광이다. 하지만 생활양식은 뚜렷한 대조를 보인다.

 ◇비슷한 점=올해 61세인 엘리슨은 요트광이다. 자신의 회사 이름을 딴 오라클이라는 요트에 8000만달러라는 거금을 투입한다. 또 일본풍 집을 가지고 있어 ‘실리콘밸리의 사무라이’라 불린다. 엘리슨보다 10살 적은 시벨 역시 정식 면허(라이선스)를 가진 아마추어 파일럿이다. 그 역시 엘리슨처럼 거부에다가 경쟁을 즐기고 남에게 지기를 싫어한다.

 ◇다른 점=우선 정치적 소신이 다르다. 엘리슨이 열렬한 클린턴 지지자인 반면 시벨은 공화당에 거액의 정치 헌금을 낸다. 또 엘리슨이 부처 모양의 보석이 달린 옷을 입는 등 거부처럼 옷을 입는 반면 시벨은 수수한 차림을 즐긴다. 시벨은 종종 회사 식당에서 엔지니어들과 점심을 먹기도 한다. 시벨의 사무실에 걸린 1906년 샌프란시스코 지진을 묘사한 윌리엄 알렉산더 그림이 그가 거부임을 알 수 있는 유일한 증거라고 주변사람들은 전한다.

방은주기자@전자신문, ejb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