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트로모바일이라는 한 벤처기업이 미국 유력 이동통신업체인 T모바일USA에 800달러 규모의 솔루션 수출 계약을 체결해 업계를 놀라게 만들었다. 기술료 500만달러를 합친 총수출액이 솔루션 업계 사상 최대 규모인 800만달러라는 점도 이색적이지만 상품이 통신장비 등을 제외한 순수 소프트웨어 기술이라는 점은 더욱 이채롭다. 우리나라가 무선인터넷 강국이 될 수 있음을 입증한 좋은 사례가 아닐 수 없다.
흔히 우리나라를 IT강국이라고 말하지만 실제 산업분야에서 기술을 리드했던 사례는 드물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들이 반도체, 휴대폰, 디지털TV 등에서 놀라운 수출 성과를 거뒀지만 각 분야에서 국내 기업들이 가진 원천기술의 비율은 아직도 극히 제한적이다.
우리가 서슴없이 강국이라고 표현하는 통신 분야도 마찬가지다. 휴대폰의 핵심 칩에서부터 이를 운영하기 위한 솔루션까지 해외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높고 이로 인해 지출하는 로열티도 해마도 수조원을 훌쩍 넘어선다.
하지만 이런 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무선인터넷 솔루션, 양방향 데이터방송,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등을 중심으로 국내 기업들이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원천기술의 확보는 산업의 패러다임을 선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 단순히 해외로 빠져나가는 로열티를 줄이는 의미뿐만 아니라 한 산업군의 세계 시장 기술 트렌드를 주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진형 비즈니스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IT 강국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추격형 비즈니스에서 벗어나 기술 선도형 비즈니스를 펼칠 수 있는 기반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원천기술의 측면에서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곳이 모바일 솔루션 분야다. WAP 브라우저에서부터 버추얼머신, 벡터 그래픽, 멀티미디어메시징(MMS), 차세대 플랫폼으로 부상중인 동적 커뮤니케이션 플랫폼(DCC:Dynamic Communication Convergence)까지 해외 선진 소프트웨어업체보다 앞서 국내 벤처기업들이 맹활약중이다.
무선인터넷 시장이 텍스트 기반에 머물러 있을 때 네오엠텔, 디지탈아리아 등은 세계 최초로 그래픽 기반의 솔루션을 내놓으며 기술을 리드했다. 최근 플래시로 대변되는 벡터그래픽 솔루션이 부상하기까지 이들 업체의 활약은 세계 선진 소프트웨어 업체인 매크로미디어보다 도리어 한발 빨랐다는 평가다.
차세대 플랫폼으로 부상중인 DCC 플랫폼 분야에서는 인트로모바일의 약진이 돋보인다. 모토로라, 노키아 등 세계적 휴대폰업체를 등에 업은 대형 소프트웨어 개발사를 제치고 최근 미국 등지의 해외 시장에서 잇따라 놀라운 수출 성과를 거뒀다.
외산이 독점하던 WAP 브라우저 시장에 홀연히 도전해 이제는 국내 시장 점유율을 70%까지 끌어 올린 인프라웨어도 주목받는 원천기술업체다. 기업 평가액이 10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한발 빠른 기술 개발을 바탕으로 기업 평가액만 수조원에 달하는 액세스, 텔레카, 오픈웨이브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경쟁중이다.
세계 최초로 C기반의 버추얼머신을 상용화한 신지소프트, 모바일 3D엔진을 세계 시장에 수출한 리코시스 등도 우리 무선인터넷 산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 올린 원천기술업체 중의 하나다.
위성 및 케이블 데이터방송 분야도 국내 벤처기업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알티캐스트, 에어코드 등은 해외 데이터방송 시장에서도 높은 인지도와 점유율을 자랑한다. 양방향 디지털TV 콘텐츠 저작도구를 비롯해 데이터방송을 위한 서버시스템, 셋톱박스에 내장되는 미들웨어에 이르기까지 콘텐츠 제작에서 방송 송출 및 수신에 이르는 제반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온타임텍, 퍼스텔 등의 DMB 기술도 국내 지상파 DMB뿐만 아니라, 독일·일본 등을 비롯한 해외 DMB용 솔루션과 실시간 IPTV 솔루션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선박 위성통신 및 무선통신장비를 비롯한 GMDSS(전세계해상조난구조시스템) 장비를 국산화하며 세계 4대 해상통신 장비업체로 부상한 사라콤도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해외에서 이름을 날리는 업체 중 하나다.
국내 벤처기업들의 원천기술 확보는 예년에 비해 급진전되고 있지만 이들과 파트너를 이뤄야 할 대기업들의 해외 기술 선호 경향은 줄어들지 않아 문제로 지적된다. 우리 산업 깊숙이 뿌리 박힌 기술 사대주의의 경향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 솔루션의 효율성에서부터 공급가, 기술지원까지 해외 기업에 비해 월등히 좋은 조건을 제시해도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우리 원천기술업체들을 탈락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물론 벤처기업 스스로 신뢰도와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진정한 IT 강국으로 가기 위한 핵심 요소가 원천기술 확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대기업들의 기술사대주의 성향도 이제는 반드시 재고해야 할 문제라는 지적이다.
최충엽 신지소프트 사장은 “그동안 우리 산업은 선진기업들을 따라가는 추격형 모델을 따랐으나 어느 나라보다 기술이 앞서가는 통신 분야에서는 기술 선도형 비즈니스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며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이를 토대로 세계 시장을 주도해 나갈 때 진정한 통신 강국의 입지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훈기자@전자신문, taehun@etnews.co.kr
◆인터뷰-인프라밸리 최염규 사장
“해외 통신업체들은 최근 망 구축 이상으로 VAS(Value Added Service)나 데이터 빌링 분야에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곧 IT 기반의 부가가치 창출이 공통 과제이자 지향점이란 뜻입니다. 국내 시장에서 무선인터넷 분야의 다양한 경험을 쌓아온 우리 벤처기업들도 이제 VAS 솔루션에 초점을 맞춰 세계 시장을 공략해야 할 때입니다.”
올해 경영 화두를 ‘글로벌화’로 설정하고 해외 시장 개척에 주력하고 있는 최염규 인프라밸리 사장은 국내 통신 벤처들이 주력할 분야로 VAS 솔루션을 주저없이 꼽는다. 각국의 통신시장이 발전하면서 무선망을 활용해 어떻게 부가가치를 창출하느냐에 관심이 집중되는 추세라는 것이다.
최 사장은 “우리 시장이 콘텐츠나 서비스가 어느 나라보다 앞서 있다는 점에서 이를 해외 시장 개척에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해외 비즈니스의 초점도 솔루션과 서비스를 활용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사장이 해외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기술기업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세계 시장의 기술을 리드하는 것이 필수라는 판단 때문이다. 인프라밸리는 이미 8개국에 관련 통화연결음(RBT) 등의 솔루션을 수출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올해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인도 등을 주 타깃으로 정하고 VAS 솔루션 수출에 주력할 계획이다.
2000년 10월에 설립된 인프라밸리는 모바일 네트워크 지능망·핵심망과 같은 인프라시스템과 통화연결음과 같은 다양한 응용서비스 솔루션을 개발, 공급하는 모바일 솔루션 전문기업이다. 올 1월 코스닥에 등록한 인프라밸리는 지난 2001년 42억원, 2002년 192억원, 2003년 294억원, 2004년 313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연평균 96%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중이다.
인프라밸리는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올해 대규모 신규 투자를 단행하며 새로운 블루오션을 찾는 데 열중이다. 와이브로 시장 개척을 위해 휴대인터넷의 핵심 장비인 액세스컨트롤라우터(ACR)를 개발했으며 데이터빌링시스템 개발에도 집중 투자하고 있다. 또 위치기반서비스(LBS) 플랫폼, 통신과 보안 등을 결합한 유비쿼스트 솔루션 개발 등에도 집중 투자하며 3∼5년 후 미래 비전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최 사장은 “기업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투자가 많다는 지적도 있지만 비용이 들더라도 미래 비전을 확보할 기술을 끊임없이 개발하는 것이 벤처기업에는 중요하다”며 “앞으로 글로벌 IT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도 한발 빠른 기술 개발 노력이 필수”라고 말했다.
김태훈기자@전자신문, taeh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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