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3주년 특집Ⅱ-이제는 기술기업이다]정보가전기업-선진국 텃밭 접수!

 불과 7∼8년 전까지만 해도 디지털가전 제품은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 기업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그러나 기술 개발을 위주로 한 국내 벤처기업들의 노력에 힘입어 최근 2∼3년 전부터 ‘메이드인 코리아’ 제품이 세계 최고 반열에 올라섰다.

특히, 정보화 물결을 바탕으로 하루가 다르게 신제품이 쏟아지는 정보가전 분야에서 탁월한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이 같은 놀라운 도약을 일궈낸 바탕에는 ‘기술’이라는 거름이 깔려있다. 대부분의 벤처기업들이 ‘인터넷’ 열풍에 휩쓸렸던 시기에도 우직하게 기술 개발에 매진해온 결과다. 초기 황무지 개척을 위해 뜨겁게 흘린 땀이 옥토로 변한 시장에서 빛나는 성과로 돌아오고 있다.

◇두각을 보이는 분야 = 국내기업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디지털가전의 대표 품목으로 △셋톱박스 △휴대형 멀티미디어 플레이어(PMP) △네비게이션 등이 꼽힌다.

이 품목들은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외시장에서 명성을 높이거나 외산업체들이 넘볼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글로벌 기업들과의 험난한 경쟁에서 ‘실력’으로 승부수를 던져 우위를 점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제품군에 포함된 국내 기업들은 ‘기술 개발’에 역점을 뒀다는 것이 특징이다. 당장은 불확실한 시장이지만 향후에는 ‘골드러쉬’ 시장에 못지않게 떠오르는 시장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추진해온 ‘뚝심’도 한 몫을 담당했다.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았다= 국내 셋톱박스 개발업체들은 수년째 국내보다 오히려 해외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올해부터 서서히 국내 시장 확산에 기치를 내걸고 있다. 디지털가전 시장의 대표주자인 휴맥스를 필두로 토필드, 가온미디어, 셀런 등이 증권가에서 ‘로얄즈’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 수년간 아시아는 물론 유럽과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영역을 넓혀왔다. 특히, 유럽시장에서의 성과는 눈부시다. 유럽 국가마다 다양한 방송환경을 갖추고 있어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탄탄한 기술력은 기본. 이 대목에서 국내 셋톱업체들의 진가가 드러났다. 최근 들어 방송사 직구매 시장에서 높은 기술사양을 요구하면서 강력한 저가 공세를 하고 있는 중국업체들과의 격차를 벌인 것이다.

인프라 부족 등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던 내수 시장도 최근 케이블과 지상파방송이 디지털방송으로 전환되고 IPTV 서비스가 추진되면서 셋톱박스 업체들의 영역 넓히기가 시작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컨버전스 시대의 맹주로 부상= 디지털기기의 컨버전스화가 가속화되면서 PMP의 진가가 날로 높아져 2∼3년간 최고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MP3플레이어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월 1000대 수준이었던 PMP 판매량은 최근 한 달 평균 2만대를 돌파하는 등 가히 폭발적이다. 이는 2000년 초반 시장 형성기의 MP3플레이어 판매량을 뛰어넘는 수치다. 올 들어 위성DMB와 휴대인터넷 서비스 상용화가 이어지면서 다양한 기능이 컨버전스된 2세대 PMP가 시장 지배력을 높이고 있다. 디지털큐브·쓰리에스디지탈 등이 신흥 PMP 주자들이다. 이들 업체들은 단순히 디지털콘텐츠 재생 기능에 네비게이션이나 DMB 등 2, 3단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기능들을 추가한 제품들을 연달아 선보여 앞선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만으로 추격하고 있는 중국과 대만업체들을 밀쳐내고 있는 비결도 여기에 있다. 올해는 일본기업들이 왕좌를 차지하고 있는 휴대용 게임기 시장마저 넘보고 있으며 홈네트워크 시장에서도 새로운 스타로 떠오르는 등 이제 이들의 한계점은 사라지고 있다.

◇폭발적인 수요로 날개 달아= 주 5일제가 본격화되면서 네비게이션이 필수품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그동안 북미시장에서나 볼 수 있었던 네비게이션이 1∼2년 사이에 급속히 보편화되면서 초행길이나 시골길에서 길을 잃어 우왕좌왕하던 시대는 이미 추억거리가 되고 있다. 앞으로 ‘길치’라는 용어는 영원히 사라지는 시대가 된 것이다. 단순히 길찾기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교통안전에 파수군 역할도 만만치 않다. 마이카 시대에 접어들면서 그동안 더딘 시장 성장으로 빛을 보지 못했던 네비게이션 업체들이 화려하게 떠오르고 있다. 파인디지탈, 컨피테크 등이 발군의 실력을 뽐내고 있다. 이들 업체는 내수 시장에서 ‘한글화’라는 기본적인 장점을 바탕으로 한 ‘차별화 기술력’으로 해외업체들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올해부터 해외시장을 겨냥, 글로벌화를 타진하고 있다. 서동규기자@전자신문, dkseo@

◆인터뷰-변대규 휴맥스 사장

 “디지털가전 사업을 하겠다고 결정한 배경에는 한국이 세계에 나가서 경쟁할 수 있는 산업이 따로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국내 기술벤처 기업의 대명사격인 휴맥스의 창업자이며 성공한 대표적인 벤처 1세대로 꼽히는 변대규 사장(45)은 디지털 가전 사업을 시작하게 된 이유를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분야’였기 때문이었다고 간단 명료하게 설명한다.

변 사장은 “디지털 가전을 양산할 수 있는 능력은 우리 기업은 물론 일본, 대만, 동남아시아 기업들도 얼마든지 갖추고 있다”며 “그러나 양산을 하면서 기술이 바탕이 되는 산업은 전세계적으로 마땅히 할만한 국가가 없다”고 말한다. 미국은 양산을 안 해도 돈을 벌 수 있는 산업이 많다. 유럽은 양산을 할 수 있는 인프라가 별로 없다. 그래서 기술은 있지만 미국과 유럽은 양산을 하지 않고 중국이나 동남아는 양산은 하지만 기술은 없다. 결국, 기술과 양산능력을 겸비한 산업은 일본, 한국, 대만이 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것이 디지털가전을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분야로 판단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다.

“기술과 양산을 합한 산업이 한국이 경쟁력을 갖을 수 있는 분야이며 디지털가전산업이 전형적인 산업군”이라며 변 사장은 전형적인 상품으로 휴대폰을 꼽았다. 양산과 기술이 합해진 산업이 세계시장에 나가서 경쟁할 수 있고 오늘날 한국이 세계시장에서 ‘돈을 버는’ 산업 중에서 많은 분야가 이 카테고리에 속한 산업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변 사장은 이제 양산과 기술만으로 경쟁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바로 중국이라는 최대 경쟁국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양산과 기술을 합한 산업 분야에서 이미 우리 기업들을 코앞까지 추적했다”며 “휴대폰 산업을 볼 때 위협스러운 수준까지 도달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변 사장은 ‘브랜드’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애니콜의 경우 여전히 세계시장 점유율을 넓혀나가고 있고 이익을 많이 내고 있습니다. 그것은 기술과 양산과 브랜드가 결합했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해외 디지털위성방송 셋톱박스 시장에서 명성이 높은 휴맥스도 여전히 중국업체에 빠른 추격을 받고 있지만 ‘기술과 양산’에 ‘브랜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크게 위협감을 느끼지는 않는다고 변 사장은 전했다. 그러나 이제부터 또다른 차별화 무기를 갖춰야한다고 힘주어 얘기했다. “휴맥스뿐만 아니라 한국의 많은 산업이 중국과 경쟁해서 앞서기 위해서는 자기 유통으로 애프터서비스를 해야 한다”며 “적어도 중국 기업이 이 일을 해내는데 다시 5∼10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변 사장은 우리 중소기업들이 기술에 대한 눈높이를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려야할 때라고 말한다. 세계 시장에서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국내 최초 기술’에 만족하는 것은 ‘우물안 개구리’와 다를 바 없으며 당당히 자기이름(브랜드)으로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고 성공으로 이끌어야한다고 역설했다.

변 사장은 눈 높이를 글로벌 수준에 맞추면 “새로운 아이템을 찾고 새로운 사업분야를 결정하면 세계적으로 경쟁자가 누구이고 이 사업이 어느 단계에 있는지를 고민하게 된다”며 “기술, 양산, 브랜드 3박자는 국내 기술 기업이 갖추어야 할 필수항목”이라고 덫붙였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