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3주년 특집Ⅱ-이제는 기술기업이다]골든타임 머잖았다

 기술기업이 다시 뛴다.

주식 시장의 종합주가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돌파했다. 지난 2000년초 닷컴 버블 붕괴로 하락했던 주가가 되살아나면서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코스닥 시장의 중소 기술기업들이 투자 대상 1위로 떠오르고 있다.

 연초대비 2∼3배 주가가 오른 기업도 적지 않다. 경기 침체와 주식 시장 붕괴속에도 착실하게 기술 개발을 해 온 업체들이 진가를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이 기간은 과거 화려했던 거품의 환상만을 쫒던 업체들은 부도를 내거나 증시에서 퇴출되는 시련의 시기이기도 했다.

 코스닥에만 입성하면 평생 먹고 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기술개발은 게을리하고 장부상 수치만을 포장했던 기업들은 퇴출당하거나 우회 상장의 표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아직도 코스닥 시장에 IT업체를 표방하면서도 사업 내용이 없는 기업들이 즐비하지만, 이들을 주목하는 투자자들은 이제 없다.

 가능성보다는 실적을 중시하는 분위기로 돌아서면서 기술개발을 통해 확실한 먹거리를 갖고 있는 기업만이 투자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기업과 투자자들이 인터넷 붕괴를 보면서 기술 기업만이 대안이라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90년 후반 국내 IT기업은 인터넷 관련 산업군 일색이었다. 국민정부의 중소기업 살리기와 닷컴 열풍이 맞물리면서 인터넷 기업들은 일약 스타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인터넷 대표주는 삼성전자의 기업 가치를 몇 배를 능가하며 거래되기도 했다. 하지만 인터넷 열풍은 오래가지 못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기대만큼의 혁신이 따라 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 인터넷 전화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S사는 열악한 통신 품질로 고객들로 외면당하면서 화려한 무대에서 곧바로 내려오고 말았다. 상당수 인터넷업체들도 그 뒤를 따랐다. 그리고 그 대가는 무참했다.

 증시에 돈 줄이 막히면서 벤처기업들은 자금난에 빠져 들었고, 벤처산업은 급속도로 쇠약해져 갔다. 패닉에 빠진 투자자들은 IT주 투매에 나섰고, 벤처기업들의 대박 꿈은 요원해져갔다. 이 와중에도 기술 개발을 앞세워 회사 규모를 몇 배 일군 기업들이 있다. 팬택이 대표적이다. 휴대폰제조업체인 팬택은 닷컴 기업들이 추풍 낙엽처럼 쓰러져가는 와중에도 팬택&큐리텔과 SK텔레텍을 인수하며 중견기업에서 대기업으로 발돋움했다. 그 핵심에는 기술개발이 있었다.

 모토로라 휴대폰 제조자설계생산(ODM) 업체에서 독자브랜드 기업으로 변신하면서 기술기업을 모토로 내세운 팬택은 중국 등 해외 시장에서 혁신적인 휴대폰으로 삼성전자, LG전자와 함께 국내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팬택계열 장상인 전무는 “회사 인력 절반 이상이 연구개발에 근무할 정도로 기술개발에 대한 열정과 의지가 강하다”며 “한국을 대표하는 기술 기업으로 회사가 성장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MP3플레이어로 세계 시장 정복에 나선 레인콤도 기술개발로 성공한 대표적인 기업이다. 휴대형 오디오 기기 분야에서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던 소니의 벽을 넘겠다는 당찬 각오로 출발한 레인콤은 프리즘 스타일의 MP3 플레이어 등 혁신적인 제품으로 국내 1위 업체로 우뚝 섰다.

레인콤 양덕준 사장은 “밤 12시 이전에 퇴근하는 연구원이 거의 없을 정도로 기술개발에 몰두한 결과 세계적인 제품을 개발할 수 있었다”며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혁신적인 제품을 통해 세계 시장을 정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성엔지니어링, 엠텍비전, 에스엔유프리시젼 등 착실한 기술개발을 통해 안정적으로 회사를 키워온 기술기업들이 닷컴 충격에 휩싸인 국내 벤처기업들에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기술기업들의 성공은 국내 벤처기업의 풍토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 때 대박 환상만을 쫒으며 기술개발을 게을리했던 업체들이나 외형을 키우기만 열을 올렸던 벤처기업들이 초심으로 돌아가 기술개발에 몰두하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코스닥 등록 기업용 솔루션 업체인 케이컴스 강태헌 사장은 “증시 상장 후 인수합병(M&A) 등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기술 개발만이 살 길이라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며 “연구개발(R&D)에 전력을 다해 기술 기업으로 우뚝 설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최근 황우석 교수의 성공으로 바이오나 한류열풍으로 주목받는 엔터테인먼트로 사업을 전환하는 IT업체들이 늘고 있고, 골치 아프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 연구개발보다는 외국 기업이 개발한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를 판매하는 유통업체로 전환을 시도하는 업체들도 적지 않다”며 “과거 인터넷 거품에서 경험했던 IT 벤처들이 기술개발에 몰두하지 않으면 그 결과는 참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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