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메이저 그라비티가 일본에 팔렸다. 그것도 전격적으로 매각됐다. 이에따라 그라비티는 정체성으로만 본다면 이젠 ‘손정의 사단’의 전위부대가 된 셈이다.
말 그대로 글로벌 경영에서 기업 소유의 국적보다는 그 기업이 어디에 위치하는가가 더 중요한 잣대로 작용한다. 그 때문에 선진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너도나도 기업 유치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테면 고용 창출과 국가 이익을 더 중요시 여기는 까닭이다. 영화 메이저인 콜럼비아 트라이스타와 MGM이 일본 자본에 의해 ‘침탈’될 때, 미국인들이 분노와 자괴감보다는 의외의 담담한 반응을 보인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그렇다. 콜럼비아 트라이스타가 일본기업에 넘어갔더라도 일본인을 위한 일본 영화만을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다. 돈은 일본기업이 대지만 제작은 우리가 하면 그만이라는, 지극히 서양의 합리적 사고가 한몫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월트 디즈니가 한때 경영난으로 일본에 매각된다는 소문이 나돌자 미국은 발칵 뒤집혔다. 말도 않된다는 것이었다. 결국 디즈니는 매각보다는 자생의 길을 모색하게 됐지만 그들의 디즈니에 대한 사랑과 자긍심은 대단한 것이었다. IBM PC 사업부문의 중국 매각도 진통끝에 이루어졌다. 의회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 저간의 배경은 컴퓨터산업을 일궈온 미국인의 자긍심이 짙게 담겨져 있음은 물론이다.
게임산업은 벤처의 성격이 짙다. 이런 측면을 고려하면 게임이 매각되고 기업이 팔리는 문제는 그리 대단한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더 활성화되고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본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글로벌 시대란 기치아래 상업성과 자긍심을 구분하지 않고 무조건 수용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예컨대 유관 산업과 밀접하거나 고용 효과가 높은 산업에 대해서는 관대하지만 기술 유출과 정신적 토대가 짙은 아이템에 대해서는 엄격하다는 점이다.
그라비티 김정률 회장이 이번 지분 매각으로 4000억원을 받았다는 소식이 화재가 되고 있다. 개인에게 있어선 크나 큰 성공이자 대박을 터트린 것이다. 벤처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꿈을 현실로 보여준 셈이다. 하지만 갓 피어나는 국내 게임산업에 어떤 영향과 파장을 일으킬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가늠하기 힘들다.
다만 이 기회에 제언을 한다면 산업적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아이템에 대해서 만큼은 정부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는 제도 도입이 바람직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글로벌 시대라 해서 자긍심과 정신마저 내다팔 수 는 없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그라비티의 매각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할 수 있다.
<편집국장 inm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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