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트]新게임메카를 가다

“여기가 옛날 구로공단 맞습니까?”오랜만에 구로디지털단지를 찾는 사람이면 어김없이 던지는 말이다.‘공단’의 이미지를 벗고던지고 첨단 IT산업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한 구로디지털산업단지.

서울 구로구와 금천구를 아우르는 방대한 이곳이 최근 새로운 ‘게임메카’로 부상하고 있다. 중소 게임 개발사들이 값비싼 강남지역을 떠나 구로디지털단지로 발길을 옮기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그동안 국내 게임산업의 본산으로 불리웠던 ‘테헤란밸리’를 등지는 기업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제조업의 상징이었던 구로공단이 차세대 디지털 콘텐츠의 총아인 게임산업의 요람, 즉‘g밸리’로 용틀임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 지하철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역(옛 구로공단역)을 지나 구로디지털산업단지 1단지 진입로로 막들어서면 대형 최신식 아파트형 공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다름아닌 코오롱건설이 시공해 분양을 거의 완료, 오는 11월 입주가 예정된 ‘코오롱사이언스밸리’다. 한가지 재미난 사실은 이곳이 바로 64년 박정희정권 당시 수출 산업 육성을 모토로 특별 조성한 ‘한국수출산업공단’ 1호 ‘구로공단’의 1호 입주기업인 ‘써니전자’(옛 싸니전기공업) 본사 및 공장터란 점이다.

각종 전기·전자·통신기기의 핵심 부품인 크리스탈 디바이스를 만들며 국내 전자산업의 효시나 다름없는 이 업체가 본사를 충주로 이전하면서 그 자리에 첨단 아파트형 공장을 설립한 것.

이는 이 지역이 ‘더 이상 구로공단이 아니다’란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 이곳을 기점으로 한국산업단지관리공단이 지은 ‘산단공벤처센터’를 시작으로 수 십개의 첨단 아파트형공장이 테헤란로를 방불케하며 빼곡이 늘어서 있다. 과거 회색빛 단층 제조공장으로 채워졌던 예전의 구로공단 모습은 더는 온데간데 없다.

2000년대 이후 구로 1단지에서 불기 시작한 디지털단지화 바람은 국철 가리봉역(지금은 가산디지털단지역)을 동서로 나눈 구로디지털단지 2, 3단지로까지 번져 지금은 거대한 ‘디지털밸리’로 거듭났다. 얼마전부터는 전철역을 비롯해 모든 ‘CI’에 ‘공단’을 빼고 ‘디지털’이란 용어를 삽입했다. 이에따라 수 년전부터 강남지역에 산재해있던 IT 중소·벤처기업들이 약속이라도 한듯 구로밸리로 이전하기 시작, 지금은 거대한 벤처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다.

# g밸리를 만드는 기업들

현재 구로디지털단지에는 모바일, 온라인 등 다양한 게임업체들이 1, 2, 3단지에 골고루 분산 분포돼 있다. 모바일 게임 업계 1위 컴투스가 오래전에 강남생활을 청산하고 이곳 3단지로 이전했으며, 아이비에스넷·가바플러스·모빌탑 등 크고작은 업체들이 이곳에서 게임명가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온라인게임 1세대 기업 태울엔터테인먼트도 3단지에 둥지를 튼지 오래며, 부룩소·누리텔레콤 등 적지않은 신흥 개발사들이 묵묵히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구로행을 준비중인 게임업체들도 속속 늘어나고 있다. 이미 굴지의 게임포털 운용사인 CJ인터넷이 구로행을 확정, 오는 11월경 이전할 예정이며, CJ가 경영권을 인수한 애니파크도 ‘동행’을 결정한 상태. 또 ‘SOS온라인’ 개발사 아레아인터랙티브가 구로행을 적극 검토중이며, 모바일 선발기업 레몬과 아라마루 등 적지않은 게임기업들이 강남을 떠나 구로행을 준비중이다. 동시에 기존에 입주한 IT기업들도 잇따라 게임사업에 진출하며 g밸리화를 재촉하고 있다.

구로밸리가 신흥 게임메카로 부상하면서 광명시, 서울 목동·신림동·봉천동·대림동 등 인근 지역까지 자연스럽게 세력이 확산, 구로 g밸리의 영역이 갈수록 넓어지는 추세다. 실제 한빛소프트·KTH·게임빌 등이 자리잡은 관악권은 물론이고, 문화콘텐츠진흥권을 필두로 다양한 게임업체들이 입주해있는 목동권은 같은 구로밸리권이라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상당히 인접해있다. 게임업체 한 관계자는 “구로의 입지조건이 생각 외로 괜찮다는 말이 입소문을 타고 번지면서, 상당한 개발사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구로행 열차에 올라타는 게임업체들이 줄을 이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왜 구로밸리 인가

구로가 신흥 게임메카로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무엇보다 강남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 탓으로 풀이된다. 실제 테헤란로의 임대비는 이곳의 분양가와 맞먹는 수준이라는게 입주업체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테헤란로의 전세비 정도로 집을 살 수 있다는 것.

더욱이 이곳은 전용률이 상대적으로 높아 같은 평수라도 훨씬 여유있는 공간 활용이 가능하며 신규 분양시 대부분을 대출받을 수 있다. 서초에서 ‘전세’를 살다 2년전 분양을 받아 이전했다는 모바일게임 개발 및 서비스업체 모빌탑의 김희석 사장은 “강남에서 보다 나가는 비용이 줄어들은 데다 이곳의 인기가 높아져 이전 당시보다 분양가가 높아져 적지않은 시세차익까지 거둬들였다”면서 “자금 여유가 부족한 중소·벤처기업들이 굳이 비싼 강남에 있을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임대료나 분양가가 싸다보니 보다 같은 비용으로 한결 여유있는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특히 게임사업은 상황에 따라 인력의 변화가 커서 여유공간이 부족한 테헤란로에서 사업을 하다보면, 잦은 이전이 불가피하다. 실제 테헤란로의 터줏대감인 엔씨소프트의 경우 ‘리니지’ ‘리니지2’ 등 서비스게임이 늘면서 개발 및 서비스 인력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현재 사무실을 네군데로 나눠쓰는 형편이다.

이에따라 아예 막대한 자금을 들여 인근에 독자 빌딩을 신축중인 상황이다. NHN도 고가의 임대료 부담을 감내하지 못하고 분당 사옥을 신축도 하기전에 미리 내려갔으며, CJ인터넷 역시 상암미디어밸리 입주까지는 오랜 시간이 남아있음에도 테헤란로를 떠나기로 결정했다.

강남에서 거리상으로는 20km 가량 떨어져있다고 하지만, 지하철을 통해 30분 이내에 충분히 닿을 수 있는 교통 및 지리적 여건이 좋은 것도 ‘구로g밸리’가 부상하는 이유중 하나로 분석된다. 이 곳은 서울 지하철 1, 2호선에 7호선까지 개통되면서 강남 어디든지 20∼30분이면 접근 가능해졌다. 모바일 게임업체 한 관계자는 “구로지역은 유흥비 등 모든 물가가 강남에 비해 저렴해 부가적인 비용 절감 효과와 생산성까지 높은 것 같다”고 전했다.

# 다극화하는 게임메카

높은 비용 부담을 견디지 못한 게임업체들이 ‘탈 테헤란로’에 나서면서 구로밸리 외에도 다양한 곳에 게임클러스터가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업계 1, 2위인 엔씨소프트와 넥슨을 비롯해 소위 잘나가는 게임업체들이 아직도 테헤란로에 포진해있지만, 대세는 이미 기울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테헤란로를 떠나는 기업은 크게 이미 신흥 게임메카로 부상한 구로밸리를 필두로 NHN이 이전한 분당지역, 제 2의 강남으로 주목받고 있는 송파지역 등으로 새로운 둥지를 트는 경향이 뚜렷하다.

사람과 정보가 어느 업종보다 중요한 게임비즈니스의 특성상 관련기업이 밀집한 곳이 여러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게임산업의 저변이 넓어지고 있는 만큼, 다양한 클러스터가 존재하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라며 “탈테헤란로와 구로밸리의 부상은 게임업계의 거품 해소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중배기자 이중배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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