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빌드오더를 배우게 됐다. 사실 단축키 사용에 완벽하게 적응하지는 못했지만 박성준 선수를 ‘독자들에게 뭔가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감언이설(?)로 꾀어 진도를 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 호에는 직접 지도대전도 해주겠다는 약속까지 덤으로 받아냈다. 하지만 박 선수는 여전히 빌드오더를 몇 개 더 외우는 것보다는 단축키 사용이 먼저라는 점을 누누이 강조했다.
“최연성 선수 컨트롤 잘하죠. 하지만 그가 남들보다 돋보이는 게 자원관리입니다. 다시 말해 일꾼과 유닛을 잘 뽑고 건물도 잘 짓는다는 겁니다.”박성준 선수는 빌드오더를 가르쳐 주기에 앞서 다시 한번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게임 초반에 자원이 남아돌지 않을 정도로 계속해서 유닛을 뽑아내야 하고 그렇게 하려면 단축키의 사용은 기본이라는 것이다.
기자의 건망증 때문에 지난 호에서 미처 밝히지 못했던 사실 하나.(계속 단축키만 연습하는 와중에 박선수에게 지적까지 받느라 도무지 수첩에 메모할 틈이 없었다.) 박 선수는 마우스를 잡은 기자의 손이 떨리는 것을 보고 대뜸 ‘담배 피우냐’고 물어봤다. 그는 마우스를 정확하게 다루기 위해 술과 담배를 일체 삼간다고 했다.
“제가 많이 쓰는 빌드오더가 4∼5개인데요. 기본은 12드론 멀티에요. 종족과 맵에 따라 다소 변형은 있지만 이 오더 하나만 제대로 알아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박성준 선수는 우선 그가 실전에서도 많이 사용하는 ‘12드론 멀티’의 빌드오더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배울 것을 주문했다.
이 빌드오더(로스트템플 기준)는 이름 그대로 드론을 12마리까지 뽑고 곧바로 앞마당에 멀티 기지를 건설하는 것이 핵심이다. 오버로드는 생산이 막힐 때까지 기다렸다 뽑아준다. 멀티 기지 건설 이후 스포닝풀을 건설하고 드론 3마리를 추가로 뽑은 후 가스전을 짓고 완성되면 드론 3마리를 붙여준다.
이후부터는 적이 어떤 종족이냐에 따라 갈리게 된다. 적이 테란이라면 마린, 메닥의 조합이 강력하기 때문에 성큰 콜로니를 3~4개 정도를 깔아두어야 안심할 수 있다. 만일 프로토스라면 적이 하드코어 질럿으로 나오지만 않는다면 1개만 깔아두어도 된다고 한다. 성큰 콜로니는 멀티 기지에 심어야 한다. 이후 저글링은 8마리만 뽑고 곧바로 뮤탈이나 럴커 등 고급 유닛의 생산에 들어간다.
적이 만일 저그라면 12드론 멀티는 사용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저글링이 빨리 나와 본진 방어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때는 드론 12마리를 뽑고 스포닝풀과 가스를 함께 지은 후 드론 2마리를 추가로 생산하고 본진에 추가 해처리를 건설해야 한다.
“저그는 초반 빌드 밖에 없습니다. 이후에는 얼마나 적절히 유닛을 생산하고 운영하느냐가 중요합니다.”
박 선수는 빌드오더 이후에는 상대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운영이 달라져야 하기 때문에 운영과 컨트롤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고 했다.
“컨트롤은 배틀넷에서 하지말고 UDP나 IPX로 연결해서 연습하세요. 프로게이머들은 거의 배틀넷에서는 안하거든요.”
박 선수는 배틀넷에서는 반응속도가 늦기 때문에 치고 빠지는 컨트롤이 의도대로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컨트롤 연습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단순히 ‘스타크래프트’를 즐기려는 게이머들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박 선수의 설명을 듣고 인공지능(AI)을 랜덤으로 설정하고 연습에 들어갔다. 설명으로 들어서는 쉬웠는데 막상 해보니 만만치 않다. 순서가 아직 손에 익지 않아 적재적소에 타이밍에 맞춰 건물을 뽑고 유닛을 생산하는 것이 맘대로 되지 않는다.
“앞마당 멀티의 해처리의 에너지가 1600정도 되면 본진의 드론 3~4마리를 그곳으로 보내세요.”
박선수는 멀티가 완성되자 마자 그곳에서도 동시에 자원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미리 본진의 드론을 옮겨 놓아야 한다고 했다. 성큰 하나를 건설한 후 본진의 해처리를 레어로 전환하고 뮤탈로 가기 위해서는 레어가 완성되자 마자 스파이어를 건설해야 한다.
또 만일 럴커로 가려면 레어가 반쯤 만들어졌을때 히드라덴을 건설하면 된다. 앞마당 가스는 럴커, 뮤탈이 나오기 1~2분전쯤, 즉 스파이어의 에너지가 200이거나 럴커업을 누르고 나서 건설하면 된다.“아 이거 한참 동안 유닛을 안 뽑고 저글링 몇 마리가 전부인데 적의 러시를 막아 낼 수 있을 까요?”
“해보세요. 충분히 막아낼 수 있어요.”
박 선수는 저글링은 많이 뽑아봤자 별 쓸모가 없기 때문에 빨리 고급유닛을 뽑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드디어 빌드오더 연습을 끝내고 AI와 대전을 벌였다. AI는 테란. 아니나 다를까 성큰이 완성되고 저글링 8마리를 뽑자마자 우려했던대로 마린, 매딕 조합의 러시가 들어왔다. 박선수의 말대로 저글링과 성큰으로 여유있게 러시를 막아냈다. 이제 적을 칠 차례. 먼저 나온 뮤탈 4마리를 보내 적 본진의 SCV를 상당수 제거했다. 하지만 뮤탈은 미사일터렛과 마린 때문에 모두 장렬히 전사했다.
“저그가 훨씬 이득이에요. 일꾼을 많이 죽였거든요. 하지만 터렛 때문에 좀 더 뮤탈을 보냈어야 했고 마린은 피해가면서 싸우셔야죠.”
박선수는 치고빠지기 컨트롤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이 많은 곳을 피해서 싸우는 컨트롤 정도는 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터렛을 완전히 부수지 못했고 마린이 계속 생산되고 있는 상황. 이번에는 1부대 정도의 뮤탈을 보냈고 마린을 피해가며 본진을 유린한 결과, 쉽사리 테란을 제압했다.
두번째 승부. 이번에는 프로토스를 상대로 했다. 프로토스의 러시에 멀티 기지의 성큰이 모두 무너지고 본진의 드론까지 모두 동원해서야 겨우 러시를 막을 수 있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알고보니 빌드오더가 삐긋한 것이었다. 12드론후 멀티 기지 대신에 스포닝 풀을 먼저 건설한 것이 화근이었다.
본진 드론 대부분이 장렬한 최후를 마쳤으나 다시 드론을 뽑고 뮤탈을 뽑아 공세에 나섰다. 프로토스는 본진에 상당수의 캐논을 박아 두었지만 뮤탈의 게릴라전에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고 판세는 다시 역전 분위기. 이같은 성과는 박선수가 그렇게도 강조했던 단축키 때문이었다. 적진을 공격하면서도 계속해서 일꾼과 유닛을 만들어 내니 한낫 AI가 당해낼 재간이 있겠는가.
뮤탈 공세를 계속 펼쳤지만 드래군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다시 판세는 원점으로 돌아갔다.“뮤탈, 럴커 등으로 적당히 견제한 후에 후반을 위해 제2, 제3의 멀티 기지를 건설해야 해요. 저그의 생명은 가스입니다. 가스전이 있는 곳에 멀티 기지를 건설하세요. 이후에는 디바우러, 울트라리스크, 디파일러 등을 뽑아야 합니다.”
박선수는 뮤탈이나 럴커로 승부가 나지 않으면 바로 추가 멀티를 건설하고 최고급 유닛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성준 선수가 들려준 팁 하나. 제2의 멀티 이후에 저글링, 럴커나 히드라, 럴커 등을 빙빙 돌려서 러시가는 것처럼 하면 적이 위축돼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게 된다. 이를 이용해 시간을 벌어놓고 고급 유닛을 생산한다.
비록 AI와의 대전이었지만 이번 수업을 통해 단축키의 중요성과 빌드오더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또 이와 함께 초반 빌드오더 이후의 운영이라는 큰 과제를 새로 떠 안게 됐다.
<황도연기자@전자신문 사진=한윤진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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