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가 16일 이동전화 불법 도·감청 가능성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이르면 내년 말까지 통화를 암호화할 수 있는 새 디지털음성암호화 부호를 도입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이동전화 안전성 제고대책’을 발표했다. 정통부는 또한 수사기관의 합법적 감청에 대해 이통사들이 관련 장비를 제공하는 등 기술제공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사기관의 도·감청이 베일에 가려져 불법과 합법을 구분짓기 어려운 상황에서 단순히 암호방식의 기술적 개선이나 국민적 합의가 없는 감청장비 합법화는 불안만 더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통부 대책 뭘 담았나=정통부가 도입하기로 한 새 암호부호는 현행 CDMA 이동전화시스템이 채택하고 있는 전자적고유번호(ESN)의 보안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다. 여기에 전화를 걸고 받을 때마다 단말기에 장착된 암호키가 이통사가 보관중인 인증번호와 동일해야만 통화가 되는 ‘착·발신 인증제’를 운용, 복제 단말기를 통한 불법 도청을 막기로 했다.
또 불법 복제단말기를 탐지하는 이통사들의 시스템(FMS) 기능을 연말까지 업그레이드하는 한편, 불법 복제단말기 사용자와 유통자를 수사기관에 의무적으로 고발하고 포상금 등도 지급하기로 했다.
이 외에도 도청장비 유통을 근절하기 위해서도 경찰청에 전담조직을 신설하는 방안을 관계부처와 협의해 추진하고 휴대형 도청탐지 장비를 저가에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한후 추진키로 했다.
◇◇합법 감청 추진=진대제 정통부 장관은 이날 가진 기자브리핑에서 “국가의 안위와 안보를 위해 합법적인 감청이 필요하며, 이통사가 감청설비를 제공토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진 장관은 “cdma 2000 이후 이동전화는 기술적인 문제로 법원 영장에 따른 감청도 불가능하다”면서 “이동교환기(MSC)에 감청을 지원하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장착하든지, CDMA 표준규격에 감청 관련 기술을 채택하든지 합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동수 정보통신진흥국장은 “미국의 경우 칼레아법을 통해 기존 통신설비에 감청장비를 탑재하는 데 정부예산을 보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이통사 교환기에 감청설비를 넣는 방안을 고려중”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삼성전자, LG전자 등 통신장비업체들은 해외에 수출하는 교환기 중 일부는 해당국가에서 요구하는 감청기술을 탑재해 제공중이다.
◇◇반응과 전망=이날 정통부의 대책 발표에 산업계와 국회 등에서는 대체적으로 미흡하다는 반응이다. 국회에서는 이날 오후 정통부의 발표에 보완책을 마련하기 위해 추가 당정협의를 진행했다.
보안전문가들은 “42비트의 ESN부호를 비트수를 늘려 난도를 높인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라면서 “WCDMA 기술력에 버금가는 고난도라 하지만 창과 방패처럼 대응 기술은 반드시 나올 수밖에 없는 만큼 법과 제도 개선이 먼저”라고 주장했다.
이통사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 이통업체 관계자는 “합법 감청 추진에 따른 관련 비용 부담은 결국 이통사들이 지게 되는 데다 고객들의 불안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녹색소비자연대 등 시민단체에서는 “합법 감청을 통해 불법 도청을 행했을 것이라고 추정되는 상황에서 범위와 절차를 명확히 규정하지 않은 채 기술력을 제고하거나 합법 감청을 추진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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