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저그 마재윤 메이저 첫 우승

‘천재저그’ 마재윤(GO)이 해운대를 정복했다.

마재윤(GO)은 6일 부산 해운대 특설무대에서 벌어진 6차 ‘우주배 MSL’ 결승전에서 ‘영웅토스’ 박정석(KTF)을 3대 1로 제압하고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만 17세에 일구어 낸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이었다.

이로써 마재윤은 이윤열과 박성준에 이어 3번째로 17세에 왕좌에 오르는 기록을 세우며 저그의 신성으로 우뚝섰다. 반면 박정석은 종족상성과 맵, 전적 등 전반적인 분위기상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패해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다.

결승전 경기는 시종 마재윤의 우세 속에 펼쳐졌다. 특히 경기 곳곳에서 마재윤은 신예답지 않은 노련함과 탄탄한 경기 운영을 보여주며 롱런 가능성을 점치게 했다.

마재윤은 승자조 진출자로서 선택한 맵인 ‘레이드어썰트2’에서 벌어진 첫경기를 가볍게 따냈다. ‘레이드어썰트2’는 KTF의 정수영감독조차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다’고 한탄할 정도로 저그가 프로토스에게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온 맵이었다.

이 경기에서 마재윤은 박정석의 앞마당에 보란듯이 해처리를 펴며 상대의 커세어와 리버를 유인, 퀸의 인스네어로 묶어둔 뒤 버로우시켜 두었던 다수의 히드라와 스콜지로 잡아내는 노련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어 벌어진 2경기는 박정석 특유의 물량에 밀려 GG를 쳐야 했지만 그는 47분에 걸친 혈투로 진행된 3경기를 역전승으로 따내며 우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3경기는 박정석이 유닛상성에서 한발씩 앞서나가며 주도권을 잡은 경기였다.

하지만 마재윤은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멀티를 늘려나가며 맞대응했다. 결국 경기는 남북전쟁 형태로 진행되며 장기전으로 이어졌고, 결국 마재윤은 지속되는 소모전으로 자원이 고갈된 박정석에게 자원에서 앞서며 승리를 따냈다.

마재윤은 또 ‘네오레퀴엠’에서 벌어진 4경기마저 본진에 2해처리를 펴고, 섬멀티를 가져가는 노련한 플레이로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박정석이 하드코어 질럿러시를 감행할 것을 미리 알고 대처한 것.

실제로 박정석은 2게이트에서 뽑은 질럿에 다수의 프르브까지 동원해 하드코어 러시를 감행해 왔지만 정작 공격 목표로 삼았던 마재윤의 앞마당에 아무것도 없자 아무일도 못하고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이러는 사이 마재윤은 다수의 뮤탈과 저글링을 확보, 마지막 러시를 감행해온 박정석의 드라군 부대를 모두 잡아내며 결승전의 종지부를 찍었다.- 첫 우승이다. 소감을 말해달라.

▲기쁘다. 특히 해운대처럼 많은 사람이 모인 곳에서 이겨서 너무 기분이 좋다. 앞으로도 꾸준히 성적을 내는 선수가 되고 싶다.

- 큰 무대라 긴장했을텐데.

▲ 처음 하는 사람은 긴장이 되는데 한번 경기를 해 본 경험이 있는 상대라 전혀 긴장되지 않았다.

- 우승을 확정지은 순간 어땠나.

▲ 우승하면 울 것 같았는데 울음이 나오지 않았다.

- 오늘 경기의 승부처는 어디였나.

▲ 3경기였다. 상대가 내 체제에 맞춰가는 플레이를 했다. 그런데 전혀 싸울 생각이 없이 멀티를 늘려가려는 것 같아서 한번 해보자는 마음을 먹었다. 불리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진다는 생각은 않했다. 남과 북으로 땅싸움하는 형국이어서 3시와 9시를 내가 차지하고 잘 막았을 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연습할 때도 이런 장기전을 많이 해봤기 때문에 자신있었다.

-준비는 어느 정도 했나.

▲ 조용호와 박정석의 경기가 끝나고 상대가 가려지고 나서 매일 조금씩 했다. 평소 경기를 준비하면서 하던 그대로 했다. 재훈이 형하고 어제 PC방에서 새벽까지 연습했다. 너무 고맙다. 또 길드원 중이 FreeGM 이라는 분이 계신데 연습을 도와주셨다.

- 경기 전에 조규남 감독이 무슨 말을 해줬나.

▲ 하던대로만 해라는 말 외에는 기억이 잘 안난다.

- 어머님이 오셨는데 한마디 해달라.

▲ 게이머 한다고 할 때 하고 싶으면 하라고 많이 밀어주셨다. 덕분에 우승까지 한것 같다. 보답을 한 것 같아 기쁘다.

- 우승을 예감한 것은 언제였나.

▲ 4경기에서 러시해온 드라군을 모두 잡았을 때다. 사실은 3경기 이겼을 때 5경기까지 가도 우승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했다.

- 정전됐을 때 기분은.

▲ 빨리 경기 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하다가 멈추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우승의 원동력이라면.

▲ 긴장을 안했다는 것이다. 긴장 했으면 나혼자 말렸을 것 같은데 긴장을 안해서 경기가 잘 풀렸다.

- 불리고 싶은 별명이 있다면.

▲ 곰이라는 별명은 너무 싫다. 그렇게만 안불러 줬으면 좋겠다.○… 20여분간 정전사태

결승전을 축하하는 난타 공연이 진행되던 도중 돌연 전원이 꺼지며 행사가 30여분간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 태풍의 영향으로 파도가 높아지고 바다물이 불어나면서 발전차가 침수에 의한 쇼트로 고장이 나버린 것. 20여분이 지나서야 MBC게임측이 예비 발전차를 돌리며 전원이 하나 둘 씩 복구되자 관중석까지 내려와 관중들의 동요를 막던 김철민 캐스터는 ‘전기가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며 너스레를 떨어 관중의 박수를 받기도. 결국 경기는 당초 예정보다 1시간 가까이 늦은 8시 45분에서야 시작됐지만 동요없이 자리를 지켜준 관중들 덕분에 무사히 치를 수 있었다고.



○…이수영 사장 배꼽 브라우스 시상

우승자 시상에 나선 이젠의 이수영사장이 해수욕장에서 벌어진 결승전을 감안한 듯 배꼽을 드러낸 시원한 복장으로 무대에 올라 시선이 집중. 역대 시상자 가운데 정장을 하지 않고 무대에 오른 첫 사례였던 것. 시상식 직후 이수영 사장은 “등이 시원하게 파인 드레스를 입을 걸”하며 “게임 대회인 데다 여자이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며 여유를 부려.

<김순기기자 김순기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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