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소프트웨어(SW) 개발 인력은 어디로 갔나요. 3∼4년차 개발자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 입니다.” “속는 셈 치고 신입 키우면 대기업들이 가로챕니다. 인력 투자는 대기업이 먼저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정부가 국산 SW산업 육성에 발벗고 나서고 있는 가운데 보안·미들웨어·애플리케이션 등 중소·중견 SW업계가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지금 당장 현업에 투입할 개발자들은 물론이고, SW 분석 설계나 컴포넌트기반개발(CBD)이 가능한 고급 SW 전문인력이 태부족이라는 호소다.
이런 이유로 업계에서는 정부의 IT 인력 양성 정책이 새롭게 재정립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웹이나 게임 등 단순 프로그래밍 인력 양성도 필요하지만 OS, 미들웨어, RFID 등 요소 기술과 SW 설계 능력을 갖춘 고급 인력을 양성하는 데도 투자해야 한다는 것. 특히 정부가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IT839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SW 인력 양성이 새롭게 추진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고급 SW 기술 인력 부족 심각=업체들의 고민은 현재 필요한 인력은 웹이나 게임 개발 능력과 경험을 갖고 있는 개발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새로운 기술 등장과 이를 바탕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면서 교량 역할을 하는 미들웨어 개발자 그리고 시스템통합에서 요구되는 SW분석 설계자들이 필요한데 관련자들을 찾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SW컴포넌트컨소시엄(회장 이단형)의 예측에 따르면 SW 분석 설계가 가능한 기술 인력에 대한 국내 수요는 올해 1만5000명, 2008년에는 2만2000명에 달한다. 또 CBD 등 고급 설계 기술자 수요도 올해 1500명에서 매년 500명씩 증가, 2008년에는 3000명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현재 업계가 추산한 분석 설계 기술 인력과 고급 설계 기술자 수는 많게 잡아 시장 수요의 50%인 각각 7500명과 750명 선으로 집계됐다. 한국SW컴포넌트컨소시엄의 설계 중심 고급 SW 교육과정과 대형 SI 업체에서 행해지는 개별 교육을 통해 중급 이상 인력이 매년 1000명 정도가 배출된다는 점을 감안해도 오는 2008년에는 이 분야 전문 인력은 약 1만1000명이 부족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특히 SW 업계의 79%는 신규 대학 졸업자보다 분석, 설계 등이 가능한 경력 인력을 선호해 SW 고급 인력에 대한 부족 현상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대기업 쌍끌이 전략도 불균형에 한몫=최근 대기업들이 SW 경력사원을 집중 채용하고 있는 것도 중소·중견 전문 SW 기업들의 인력난을 더욱 심화시키는 주요 원인이다.
IP 기반 TV 서비스를 준비하는 A기업 대표는 최근 인력 채용에서 맘 고생을 했다. 이 회사 대표는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들이 최소한의 경력자들을 싹쓸어 갔다. 경력 채용 공고를 내도 지원자가 없다. 경력 사원들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대기업으로 몰리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만 문제는 대기업들이 신입 사원을 채용해 인력을 키우기보다는 그간 전문 기업에서 성장해온 경력자들을 스카우트하는 데 치중하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고 대기업의 인력 정책을 비판했다.
◇RFID·IPv6 등 미래 SW 인력 양성 시급=SW 인력 양성이 시급한 이유는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새로운 기술과 산업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더욱 그렇다. 전자태그(RFID)나 유비쿼터스센서네트워크(USN) 그리고 IPv6 등이 적용되는 새로운 서비스 구현은 궁극적으로 SW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수준은 주로 칩, 리더와 같은 하드웨어에 치중돼 있고, 이런 기술들은 현실에 적용하는 데 필요한 미들웨어와 같은 SW 기술 개발과 서비스 구현을 담당할 인력에 대한 관심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다른 중소기업 대표는 “휴대폰·반도체·디지털가전 등을 생산하는 기업들이 수천명의 SW 인력을 확보하려 경쟁적으로 나선다는 것은 SW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바로 보여주는 것이다. 단순 코딩이 아닌 운용체계와 애플리케이션 이해를 바탕으로 한 개발 인력 양성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전산원 관계자는 “IPv6라면 통신이나 네트워크 영역이라고 생각하는데, 기존 망을 IPv6 기반으로 바꾸는 것은 결국 SW적으로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관련 인력 양성이 시급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국내 대형 SI업체 관계자도 “SW 프로젝트의 기술 환경이 점차 복잡해지면서 SW 분석, 설계, 프로젝트 관리자 등 전문인력 투입이 필수적”이라며 “교육시스템과 더불어 현장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체계적인 인력 양성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신혜선·윤대원기자@전자신문, shinhs·yun197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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