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전화 감청 합법화 추진 논란

 국가정보원이 5일 이동전화의 불법 도·감청을 시인한 데 이어 향후 업무상 필요한 감청을 위해 각 기지국에 감청장비를 부착할 수 있도록 관련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이에 앞서 법무부는 합법 감청을 위해 통신비밀보호법을 개정, 통신사업자들이 필요 설비를 갖추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향후 관련 법제 개편 추이에 관련 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국정원, 법무부 감청 합법화 추진=국정원은 5일 ‘불법 도·감청 X파일’조사 발표에서 “관련 기술이 2000년 하반기 cdma2000 1x 방식으로 업그레이드되면서 사실상 무선구간에서의 감청은 어려워져 관련 장비를 폐기했다”면서 “범죄수사와 국가안보를 위해 합법적인 감청을 할 수 있도록 통신사업자가 기지국이나 중계기마다 감청장비를 설치해 저장해 둔 것을 (국정원이) 공개 영장을 통해 요청하면 알려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밝힌 바와 같이 기술적 난도가 높아 합법적인 감청조차 어려운만큼 이통사들이 수사 협조 차원에서 감청설비와 기능, 기술을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정원 측은 또 “이미 해외로 수출되는 교환기나 기지국 장비 등에는 감청이 가능한 모듈이 들어 있다”면서 “기술상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법무부는 “전기통신사업자는 통신제한조치(감청)와 관련된 수사기관의 요청이 있을 때 필요한 설비, 기술, 기능 등을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통신비밀보호법 시행령 21조 5항을 바꾸기 위해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정통부 측은 이에 대해 “통비법 시행령 개정의 문제는 수사목적 등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정통부가 판단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통업체들, 기술적·현실적 우려=이동통신업체들은 국정원과 법무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큰 우려를 나타냈다. 기술적으로도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합의없이 결정할 문제는 아니라는 태도.

 통신업체 한 관계자는 “스스로 도·감청 장비를 개발했던 국정원조차 cdma 2000 1X 이후의 이동전화 통화에서 성공하기는 상당히 어려워 중단하지 않았느냐”면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시도하는 기술은 다른 가입자들의 통화에 방해가 될 수도 있고 특정인만을 대상으로 감청을 실시한다고 해도 이동까지 고려한다면 추가적인 비용도 만만치 않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통신업체에 수사기관의 감청에 적극 협조하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중이지만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법제화하려면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데 상당히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시민단체는 전국민을 볼모로 한 감청 입법은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되레 국가기관의 도청을 제한해야 한다는 것.

 서울 YMCA의 김희경 간사는 “수사기관의 편의를 위해 국민의 통신자유를 억압하는 것은 부당하다”면서 “시행령 개정 추진을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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