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한 아파트 TV 광고를 보면 외부에서 원격으로 가스밸브를 제어할 수 있는 홈네트워크 시스템이 등장한다. 이미 몇 년 전 개봉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는 주인공이 감시의 추적을 피해 지하철 속으로 숨어들고, 그때 일부 지하철 승객이 보고 있는 신문에서 기사가 실시간으로 전송되고 심지어 동영상까지 재생되는 장면이 나온다.
이러한 모습은 이제 광고나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IT강국이라 불리는 대한민국의 현 주소다.
우리나라를 비롯, 전세계적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매김한 유비쿼터스(Ubiquitous), 즉 ‘신은 언제, 어디서나, 동시에 존재한다’는 어원에서 알 수 있듯 언제, 어디에서나 컴퓨터에 접근이 가능한 환경이 일상생활의 일부로 되어 가고 있다.
욕조에 누워 TV나 영화를 관람하는 장면이 결코 과대광고가 아닌 것이다. 인간의 라이프스타일을 한 단계 높여주는 유비쿼터스, 그곳으로 가는 길에는 제3의 유선통신망으로 불리는 ‘전력선통신(PLC:Power Line Communication)’ 기술이 있다.
전력선통신은 통신전용선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전기를 공급받는 전력선을 이용해 통신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지 콘센트에 전기 플러그를 꼽기만 하면 전기 공급은 물론이고 통신 이용도 할 수 있다. 무선통신이 잘 안 되는 음영지역(지하·벽과 같은 장애물이 많은 곳)에서도 통신이 가능하다.
이미 유비쿼터스 환경의 초기 단계로 이야기되고 있는 홈 네트워크에서는 가정 내의 음향·영상, 데이터 통신 및 정보가전기기들이 하나의 전력선 아래 네트워크로 연결돼 기기·시간·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집안 전체를 관리하고, 다양한 서비스의 스마트 홈을 만드는 인프라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기존의 전력선을 이용해 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은 도서·산간벽지 등 현재 인터넷 이용이 어려운 지역까지 저렴한 비용으로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전력선통신은 통신 낙후 지역을 해소하는 공익사업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 또한 전력회사와 고객 간에 저렴한 비용의 정보통신 가입자망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첨단 기술과 통신·방송 등이 융합된 다양한 서비스 및 콘텐츠가 제공된다면 막대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전력회사는 안정된 전원을 공급하기 위해 수많은 전력설비를 운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력선통신을 이용해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면 손쉽게 전력기기의 자동화·디지털화 등을 통해 효율성과 안정성의 향상을 이끌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전력판매(원격검침·실시간 거래 등)와 배전자동화, 수요관리 등에 적용함으로써 전력서비스를 선진화하고 경영 효율성을 증대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한 사례로 중국은 전기 보급률 96%, 전화 보급률이 20%에 이른다. 12억 중국인의 IT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가장 큰 대안은 전기와 통신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전력선통신 기술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이 남아 있다. 그중에서도 고압선로에서의 장거리 전송문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전력선통신 표준화, 기존 장비들과의 완벽한 호환성 및 신뢰성 제고 등의 문제가 있으나 이는 계속되는 연구개발을 통해 머지않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전력선통신은 꿈의 통신매체라는 가치 때문에 세계 각국에서 경쟁적으로 연구개발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정부·학계·연구계·산업계에서 유기적으로 협조해 적극 개발함에 따라 실용화에 근접해 가고 있다.
전력선통신 기술은 전력과 통신의 융합을 시도하고 있는 ‘전력 IT’사업, 지능형 홈 네트워크 기술 개발을 목표로 하는 ‘에너지 IT’ 사업을 통해 유비쿼터스 환경 구축을 위한 저렴한 통신망 서비스 공급의 주요한 통신기술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유태환 한국전력공사 전력연구원장 yooth@kepri.re.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