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기 영등위 무엇이 문제인가

3기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출범하고, 앞으로 1년간 각 분야별 등급심의를 담당할 소위원회가 꾸려졌다.

그런데, 출범 초기부터 여러가지 잡음이 들려온다. 대통령이 위촉한 본위원 가운데 이경순씨가 3기 위원장을 맡은데 반발해 전체 위원회에 참석하지 않는 위원이 있다는 소식이 있는가 하면 특정 분과를 둘러싼 소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놓고 사전에 낙하산 인사가 이루어졌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특히 영등위에서는 쉬쉬하며 진행한 각 분과별 소위원회 의장 및 소위원회 의원 선임을 둘러싸고 사전에 소문으로 돌던 인사 내용이 모두 사실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지난해 영등위 게임관련 소위원회에서 활동해온 한 인사는 “김수용 전위원장의 경우는 그나마 최근 몇년간 소위원회 위원에 대한 인사권을 외부 추천에 맡기는 형태로 개선했는데, 이경순위원장이 이를 다시 예전처럼 되돌려 놓았다”며 “소위원회 구성을 위한 인사권이 위원장의 고유권한이기는 하지만 투명성 제고라는 측면에서는 퇴보한 부분”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이번 소위원회 위원 선임은 각종 비리 의혹과 관련해 담당 소위원회 의원들이 전원 사퇴를 하는 사건이 발생한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이루어진 것이어서 기대가 컷던 만큼 실망도 크다는 반응이다.

아직도 각종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인데, 지난해 말 영등위 위원장의 사퇴까지 불러온 뇌물수수 파문 이후 ‘심의소위 위원 위촉 과정을 개선하겠다’던 영등위의 개혁의지는 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 애당초 영등위에 개혁의지가 있기는 했는지 의심스럽다는 지탄의 목소리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 밀실인사 구태 여전

영등위는 지난해 말 심의위원의 억대 뇌물수수 사건이 공개되자 위원장이 사퇴하고 사과성명서를 발표하는 동시에 사건의 발단이 된 심의소위 위원 위촉 과정이나 공정성 유지 방안 등을 개선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었다. 하지만 영등위는 이후 아무런 대책도 논의하지 않은채 시간만 보내왔다. 최근 들어서는 또다시 동일 소위원회를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이 제기되면서 위원들이 잔여임기를 불과 일주일 남겨놓은 상황에서 사퇴를 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영등위는 스스로 밝혀온 개혁의지는 물론 그동안 쏟아진 각계의 개혁 요구를 모두 묵살한 채 또다시 밀실인사를 단행하는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 실제로 영등위는 이번 소위원회 위원 선임과정에서 업무의 연속성을 이유로 교체 대상 위원 46명 가운데 절반인 23명을 그대로 잔류시켰고, 2명은 다른 소위로 이동시켜 심의업무를 지속하도록 했다. 이번에 새로 소위원회 위원으로 추가된 인사는 절반에도 못미치는 21명에 불과하다.

더구나 이번의 경우 소위원회 위원 선임과정에서 몇몇 단체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관계기관 또는 단체추천 몫인 15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8명이 문화연대, 미디어열린세상사람들,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대한변호사협회 등 4개 단체가 추천한 인사들로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본위원이 나눠 맡는 소위원회별 의장 자리도 몇몇 단체의 입김에 의해 사전에 결정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의 한 관계자는 “개발원에서는 온라인게임 소위에 제격인 인사를 추천, 당연히 그 소위는 맡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그 자리는 이미 다른 단체에서 추천한 사람이 맡기로 내정돼 있었다”며 “처음부터 뭔가 이상한 기류가 흐르고 있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영등위 소위원 선임을 둘러싼 밀실 인사가 여전히 남아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이야기였다.

# 안팎의 개혁요구 쇠귀에 경읽기?

영등위가 지난해 개혁의 제스추어를 보인데 대한 반응은 가지각색이었다. 일각에서는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시간끌기 전략이 아니냐며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영등위 쇄신을 위한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영등위는 이미 곪을대로 곪아 신뢰성이 바닥에 떨어진 만큼 현체제를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고 견해도 많았다.

심의를 담당할 소위원회를 전문가 풀로 구성해 심의때 마다 심사위원을 교체해 가면서 진행함으로써 누가 해당 게임의 심의를 담당하는지 모르게 하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또 소위원회 위원 추천에서부터 선임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한다는 요구와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등의 주장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렇지만 영등위는 아직도 관례를 이유로 눈과 귀를 틀어막은 채 사후관리 탓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영등위가 지금처럼 주변의 변화 요구와 애정어린 충고조차 무시하고 변화를 거부한다면 여러 압력단체들이 기업을 상대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활용하는 압력 기관으로 전락할 공산이 크다”고 충고한다.

최근 업계 관계자들이 성명서까지 내며 ‘소위원회 추천 및 선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영등위를 둘러싼 비리 의혹이 끊이지 않고, 또 이가운데 일부는 사실로 드러난 것도 따지고 보면 영등위가 압력단체라고 할 수 있는 시민단체나 NGO 인사들로 채워진데 따른 현상이라는 것이다.

# 청탁 유혹에 무방비로 노출된 심사위원

영등위는 설립목적을 ‘영상물의 공공성과 윤리성을 확보해 국민의 문화생활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는 한편, 선정성·폭력성 등의 유해영상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명시해 놓고 있다. 또 이같은 목적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본위원은 대통령이 직접 위촉하고 이들이 각 소위원회의 의장을 맡도록 했다. 어떠한 이해관계에 의한 외압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사실 영등위도 그동안 등급심의와 관련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심의와 관련한 사항은 심사위원 외에는 누구도 관여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모든 책임을 심사위원들에게 돌려왔다. 그 정도로 심사위원들의 역할과 심사결과에 대한 영향력이 크다는 얘기다.

그러다보니 영등위 위원들은 항상 관련업계로부터 밀려드는 청탁 유혹에 노출돼 있기 마련이다.

관련업체들의 입장에서는 약간의 도움이 엄청난 수익과 연결되는 만큼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청탁을 시도하거나 때로는 협박까지 불사하고 있다는 것이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기도 하다. 등급분류 업무를 둘러싸고 각종 비리 의혹이 불거지는 것도, 심사위원 선임 과정의 투명성과 전문성 확보 등에 대한 요구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영등위는 이미 소위원회 구성을 마쳤고, 이를 둘러싸고 게임관련 단체와 업계 관계자들의 불만은 커져만 가고 있다. 이들은 심지어 위원장 퇴진과 소위원회 위원에 대한 재선임 요구까지 불사할 태세다.

지난 7일 취임소감을 통해 “새 문화 패러다임에 걸맞은 영등위 위상과 고객서비스 강화를 위한 대국민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겠다”며 재차 영등위 개혁의지를 밝힌 이경순 위원장이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김순기기자 김순기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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