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eams Come True]하멜린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게임은 개발자의 브랜드가 중요한 업종이다. 유명 게임의 경우 늘 어떤 기업의 누가 개발했다는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과거에 어떤 게임을 개발했느냐가 그 개발자는 물론 개발사의 경쟁력을 가늠할해볼 수 있는 주요 변수란 얘기다.

 최근 야후게임에 액션게임 ‘윈드슬레이어’를 발표한 하멜린(대표 강대성 www.hamelin.co.kr). 업계에선 무명이지만, 5년전인 2000년 10월 국내 첫 온라인 스포츠게임인 ‘강진축구’로 게임시장에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주인공들이 2003년 8월 창업한 개발사다.

서울 봉천동 한 주택가의 허름한 빌딩 5층. 너댓평 남짓의 이 자그마한 개발실이 미래 세계적인 게임명가를 꿈구는 하멜린의 소중한 둥지다. 겉으로 보기엔 소자본으로 창업한 여느 게임스튜디오와 다를게 없다.

새로 개발한 MMO액션게임(MMOAG) ‘윈드슬레이어’ 개발에 열중해 외부인에겐 도무지 관심을 두지 않는 모습 역시 신생 개발사에선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하지만, 강대성 사장을 비롯해 이곳의 개발진은 ‘강진축구’로 한때를 풍미했던 개발자들로 누구 못지않은 자존심과 자부심으로 무장해있다. 그런만큼 ‘강진축구’를 빼놓고 하멜린을 얘기할 수는 없다.

# 소수 정예의 ‘일당백’ 개발진

하멜린의 전직원은 5명이다. 이중 CEO 겸 ‘윈드슬레이어’의 PD역할을 맡고 있는 강 사장을 비롯해 CTO를 담당하는 이강진씨가 바로 ‘강진축구’ 신화의 주역이다. 타이틀도 이강진 CTO의 이름에서 따온 것.

두 사람은 2000년 당시로선 잘나가던(?) 벤처기업이었던 아담소프트에서 이 게임을 기획, 개발, 서비스했던 주역이다. 사실상 순수 국산 스포츠게임의 효시로 불리고 있는 ‘강진축구’는 온라인게임 시장의 발아기였던 당시에 동접 6000명을 기록하며 바람을 모았다.

당시만해도 지금처럼 게임 개발이 분업화, 전문화가 덜됐던 환경에서 게임을 성공적으로 개발한 덕택에 하멜린의 개발팀은 1인 2역 이상의 몫을 해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강 사장만해도 기획, 디자인, 시나리오 등 여러 분야를 커버하고 있으며, 메인 프로그래머인 이강진 CTO 역시 둘째가라면 서러운 멀티플레이어다.

보통 개발팀이 게임을 개발해 클로즈베터 테스트 단계에 들어서면 개발자가 쉽게 10명이 넘어가지만, 이 회사는 5명으로 모든 것을 해결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사장을 포함해 불과 5명의 개발팀이 ‘윈드슬레이어’란 결코 만만찮은 액션게임을 단 6개월만에 개발, 클베까지 성공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하멜린 주요 개발자들의 6년 이상 다양한 게임 개발 경험을 갖고 있는데다 엔진 등 자체 기술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강 사장은 “전 개발진이 친형제같은 끈끈한 정으로 연결된 탓에 팀워크가 뛰어나고, 대부분 1인 다역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며 “개발자 수와 개발 기간은 게임의 경쟁력에 큰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단납기와 대량 생산체제로 승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대중에 어필하는 게임으로 승부

하멜린 개발진의 또 다른 강점은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유저 지향적인 게임을 만들 줄 안다는 점이다. 이는 무엇보다 ‘강진축구’를 필두로 ‘머털도사액션’ ‘트라비아’ ‘던전엔가더’ ‘사이버컵’ ‘퍼피티어’ 등 빠른 액션성과 콘트롤에 의한 타이밍 승부를 강조한 다양한 게임 개발에 참여했던 경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야후게임에서 좋은 반응을 모으고 있는 ‘윈드슬레이어’ 역시 하멜린만의 색깔이 묻어난다. 이 게임은 특히 액션과 유저의 조작 컨트롤에 의해 승부가 나는 액션게임으로 기존의 유저 능력과는 상관없이 승부가 나는 게임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일본 팔콤의 ‘이스6’에서 모티브를 받아서 그런지, 콘솔게임에 버금가는 타격감과 속도감이 압권이다.

“앞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퀄리티를 내는 게임을 지속적으로 만들어갈 생각입니다. 소재 역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캐주얼풍으로 특히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임을 만들 것입니다. ‘피리부는 사나이’라는 동화에서 나오는 마을이름 하멜린에서 상호를 따온 것도 이런 맥락이지요.” 강 사장은 “마법의 피리로 게임의 환상 속으로 아이들을 인도할 수 있도록 보다 대중적인 게임을 양산하는 전문 개발사로 오래 유저들에게 기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게임 개발사를 창업한 것은 아마도 운명 같습니다.” 강 대성 사장은 유치원시절부터 게임에 흠뻑 빠졌던 게임광이면서도 개발에 관심이 유독 많았다고 한다. 고등학교 시절엔 커다란 종이에 보드게임 삼국지를 만들어 인기를 독차지하기도 했으며, 특히 대전게임만들기 책에 심취했던 준비된 게임 개발사 CEO다. 강 사장은 “할 수만 있다면 60∼70대까지 개발을 하고싶다”고 했다.

- 창업 과정이 궁금하다

▲ ‘강진축구’를 서비스하던 아담소프트가 어려워져 2002년 퇴사해 ‘트라비아’ 개발사 재미인터랙티브 창업맴버로 활동했다. 그러다 2003년 이강진씨 등과 의기투합해 개인회사로 하멜린을 창업했다.

- 창업 후 가장 힘들었던 때는

▲ 정착하기까지가 가장 힘들었다. 처음 창업 당시 가진것이라고는 개발할 첫번째 게임 디자인 문서와 열정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흔한 자그마한 지하실방 조차 없어 이곳저곳을 전전하며 개발해야 했다. 이런 기억은 앞으로 게임을 만들어 가는데 어떤 역경을 극복할 수 있는 소중한 자신이 될 것이라 믿는다.

- ‘강진축구’ 개발자란 브랜드로 투자받기 쉬었을 텐데

▲ 사실 몇군데에서 투자 의뢰가 왔다. 하지만, ‘개발사는 게임으로 말한다’는게 내 철학이다. 투자를 받더라도 게임의 완성도를 만족할 만한 수준까지 끌어올린 후에 받고싶었다.

-CEO로서 간직하고 있는 경영철학이 있다면

▲ 끊임 없는 열정적 노력이 성공적인 명작을 만드는 힘이 된다는 것이다.

<이중배기자@전자신문사 사진=한윤진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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