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의 휴대형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포터블(PSP)의 판매가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보이고 있다.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코리아(SCEK)측에 따르면 PSP는 지난 5월 2일 국내에 출시된 이후 약 2달여 만에 시장에 공급된 누적대수가 13만대를 넘었다.
SCEK측은 최종적으로 소비자들의 손에까지 넘어간 PSP의 대수만 해도 10만대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국내 게임 시장은 PC를 플랫폼으로 한 온라인 게임 위주로 형성돼 있는 상황으로 콘솔 시장의 규모가 작기 때문에 휴대형 콘솔 게임기의 이같은 선전은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플레이스테이션포터블(PSP)의 인기는 전자제품 매장이 밀집한 용산에서 쉽게 체감할 수 있다.
“하루 5대 정도 PSP가 팔릴 때도 있습니다. 타이틀도 하루 10개 정도 팔리는데 ‘모두의 골프’ ‘릿지레이서’ 등 전반적으로 고루 잘 나가는 편입니다.”
용산의 게임 전문 상가인 도깨비상가에 위치한 게임 도소매업체인 돌핀소프트의 권혁훈 팀장은 한달에 PS2가 50대 정도 나가는데 비해 PSP는 2배 많은 100대 이상 나간다고 했다.
# PS2보다 2배 빠른 보급속도
도깨비상가 내 위치한 또 다른 게임 소매업체의 한 업주도 PSP가 한달에 20대 정도 나가는데 이는 PS2보다 2배 정도 많은 물량이라고 설명했다.
패키지·콘솔게임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PSP가 전자제품 매장의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PSP의 이같은 국내 보급 속도는 누적보급대수 100만대를 돌파해 대중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플레이스테이션2(PS2)의 보급 속도에 비교해봐도 상당히 빠른 편이다.
지난 2002년 2월말 선보인 PS2는 출시후 4개월이 지나서야 10만대 보급을 돌파했는데 PSP는 단 2달만에 10만대를 넘어섰다.
하드웨어의 보급과 맞물려 타이틀 보급도 활기를 띄고 있다. PSP와 동시발매된 ‘릿지레이서’, 5월말 발매된 ‘모두의 골프’가 각각 4만장 이상씩 판매되는 등 PSP용 게임을 담은 UMD 판매량도 23만장에 달했다.
# 얼리어답터가 일등공신
“국내 소비자들이 IT 제품을 받아드리는 속도가 빠릅니다. PSP는 게임 외에도 영화, 음악, 무선 인터넷 등을 이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컨버전스 제품이라는 점이 젊은 층에 어필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SCEK의 강희원 과장은 PSP의 호조에 대해 국내 소비자들 중에 첨단 IT 제품이라면 일단 먼저 쓰고 보는 얼리어답터가 많다는 점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이외에도 PSP 게임이 PS2에 비해 복사가 어렵고 병행수입도 많이 안돼 있다는 점, 타이틀이 3만원대로 PS2 타이틀에 비해 다소 저렴하다는 점 등도 복합적으로 작용한듯 하다고 풀이했다.
“PSP 보급이 50만대를 넘어선다면 노인층이나 영·유아 등을 제외한 실제 소비층만 놓고 보면 상당한 보급률입니다. 그때가 되면 주변에서 PSP를 들고 다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지 않을까요.”
PSP의 조기 10만대 돌파로 SCEK측은 상당히 고무돼 있는 상황. 이 회사는 내년 3월 마감하는 올해 회계연도 중 50만대의 PSP를 판매한다는 목표다.
# 대대적 게임 라인업 강화
SCEK는 PSP의 사활이 타이틀에 걸려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실제 여름방학 성수기를 대비해 게임 라인업을 대폭 강화한다는 전략으로 현재 11개인 게임 타이틀의 수를 올 9월까지 27개로 3배 가까이 늘리고 현재 8개인 영화 타이틀의 수도 8월가지 17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표> 참조
특히 눈에 띄는 점은 SCEK가 교육용 타이틀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이다. 학부모들 입장에서는 게임기를 고운 시선으로 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PSP가 단순한 게임기가 아니라는 점을 부각시켜 보겠다는 복안이다.
SCEK는 현재 모 유명 입시학원과 연계해 PSP를 이용해 스트리밍으로 동영상 강의를 제공하는 등 온라인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업에 대해 협의하고 있는 등 앞으로 다양한 교육용 타이틀을 내놓을 예정이다.
GPS나 디지털카메라 등과 같은 PSP용 USB 주변기기 등도 PSP 대중화의 관건이다. 이같은 주변기기가 저렴한 가격에 출시되면 PSP의 판매에 힘을 실어 줄 것이기 때문이다.
SCEK측에서는 이들 주변기기의 정확한 출시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는데 9월 중순 열리는 동경게임쇼에 맞춰 출시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일단 좋은 출발을 보인 PSP가 앞으로 대중화된 IT기기로 자리 잡을수 있을런지는 타이틀과 주변기기가 쏟아져나올 3분기 이후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닌텐도DS 시장선점에 끝내 실패
PSP가 호조를 보이고 있는데 비해 이보다 훨씬 먼저 출시된 닌텐도 DS는 아직까지 이렇다할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해외에서 DS가 PSP를 압도적으로 이기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닌텐도DS의 판권을 갖고 있는 대원씨아이측이 정확한 매출 자료를 밝히고 있지 않은 가운데 지난 12월 말 국내 출시된 DS는 오리지널이 4만대 정도, 6월 출시된 컬러 DS를 포함해 6만대 정도가 판매된 것으로 추산된다. 대원씨아이측은 당초 올해 20만대의 DS 판매를 목표로 했으나 목표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DS의 보급이 원활치 못했던 이유로 사전 준비 없이 성급하게 게임기를 출시한 때문으로 보고 있다. 닌텐도측이 품질 문제를 들어 한글화까지 직접하겠다고 고집하고 있어 올해 말에나 가서야 한글화된 DS 게임이 나올 전망이다. 대원씨아이가 추진하던 펌웨어 한글화도 시스템 오류 가능성을 들어 닌텐도측이 난색을 표해 무산됐다.
또 킬러콘텐츠가 부족한 것도 주 요인이었다. 대원씨아이는 지난 2월말 신학기에 맞춰 킬러 타이틀로 꼽아오던 전자사전을 내놓을 계획이었으나 압축방식과 명칭 문제 때문에 몇차례 출시를 지연시켰다.
대원씨아이는 DS의 카트리지 용량이 최대 64MB여서 닌텐도의 압축방식으로는 YBM시사의 사전 데이터를 한 카트리지에 담을 수 없어 독자 압축방식을 개발해야 했다. 또 이 회사는 당초 사전의 이름을 ‘터치딕’으로 정했으나 딕(dic)이 발음상 남자의 성기를 의미하는 딕(dick)과 동일해 ‘터치 딕셔너리’로 이름을 바꿔야 했다.
대원씨아이 게임사업부의 정혁진씨는 “연말에 한글 게임과 국내 개발 게임이 나오면 DS 붐이 일 것”이라며 “DS와 사전을 포함해 20만원대라면 전자사전 시장도 노려볼만 하다”고 말했다.
정씨는 또 “닌텐도의 써드파티인 대원씨앤에이가 ‘퍼니팩’을 만들고 있고 ‘터치 딕셔너리’를 4만~5만원대인 일반 타이틀 가격 수준에 맞춰 내놓을 것”이라며 “보드게임 패키지인 ‘퍼니 팩’은 한글로 채팅을 할 수 있어 한글펌웨어 문제를 어느정도 해결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소니의 PSP 돌풍과 함께 닌텐도의 DS까지 본괘도에 오를 경우, 휴대형 게임기는 일상 필수품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
<황도연기자 황도연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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