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60년, 네덜란드의 뢰벤후크가 박테리아를 270배 확대시켜 볼 수 있는 최초의 광학현미경을 발명한 이후, 더욱 더 작은 세계를 보고자 하는 과학자들의 욕망은 전자현미경, 중성자 현미경, 주사터널링 현미경 등 원자단위까지 직접 볼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이러한 현미경에는 사물을 수십만 배 이상 확대시켜 볼 수 있는 반면 한 가지 큰 약점이 있다. 결정(結晶)체만 볼 수 있을 뿐, 분자단위의 움직임은 전혀 관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선 분자 크기가 나노미터(㎚) 보다도 작아 기존의 방법으로는 관찰이 힘들고, 수억에서 수천억 분의 1초 단위로 변하는 움직임을 포착하기란 더욱 어렵기 때문에 분자 움직임의 관찰은 그동안 불가능의 영역이었다.
최근 한국과학기술원(KAIST) 화학과 이효철 교수팀이 세계 최초로 복잡한 분자들의 움직임을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이 교수는 프랑스 유럽방사광가속기 연구소와 공동으로 0.1㎚ 길이의 펄스를 가진 엑스선파를 100억 분의 1초 간격으로 에탄올에 쏜 후 여기서 반사돼 나오는 신호를 측정했다. 그리고 1년간의 끈질긴 반복실험 끝에 에탄올의 분자구조가 바뀌는 과정을 정확히 포착하는 데 성공했다.
이 실험의 의미는 매우 크다. 예를 들어, 신약을 개발할 때 약물이 질병을 일으키는 단백질과 어떻게 결합해 작용하는지를 시간에 따라 파악하며 연구할 수 있게 된다. 마치 작은 사진을 보며 하던 연구를 세밀한 동영상을 보며 할 수 있게 된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내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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