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한술 밥에 배부를 수 없다

요즘 SW업계 CEO들은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다. SW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부의 각종 대책이 그야말로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 마련되고 있는 정책 하나하나는 중소 전문 SW업체들의 막힌 숨통을 열어줄 수 있는 핵심 사안들이라는 점에서, SW업계 CEO들은 새 세상이 열리는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정보통신부는 지난 4월부터 GS(Good Software)인증을 받은 SW를 공공기관에서 우선구매토록 하는 내용의 GS인증우선구매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중소기업청이 힘을 보태 이달부터는 공공기관 구매담당자에게 국산 제품 도입 후 성능이나 가격 등과 관련한 감사에서 면책이라는 특권까지 부여하고 있다. GS인증이 공공기관 시장의 사전분양권으로까지 인식되면서, GS인증을 받으려는 SW업체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아예 GS인증을 받은 업체들이 한데 뭉쳐 공공기관의 국산SW 도입 확대를 유도하기 위한 단체를 결성하기도 했다.

 공공프로젝트 사업자 기술평가에서 SW전문 업체 참여를 높이기 위해 배점기준을 차별화하는 방안도 마련되고 있다. 전문 업체 참여 및 상호 협력에 대한 배점을 높임으로써 국내 업체 간 컨소시엄을 구축할 경우 사업기회는 그만큼 넓어지게 됐다. 행정자치부는 앞으로 추진하는 IT프로젝트에서 SW의 분리발주는 물론이고 SI업체가 SW의 개별 공급가격을 제시토록 하는 등 파격적인 정책까지 도입했다. 정부의 SW산업 육성책은 정통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IT839 전략에 SW를 3대 인프라의 하나로 포함시켜 국가 미래 핵심사업으로 키우고, 8월 말로 예정된 ‘SW산업발전기본계획’으로 집대성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노력과는 달리 벌써부터 정부의 의지를 퇴색시키는 듯한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GS인증제품 우선구매가 시행 3개월이 지나도록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소식이다. 또 분리발주나 전문업체들에 대한 기술배점을 차별화하는 게 과연 프로젝트 수주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회의도 만만치 않다. 일각에서는 원래 정책이라는 게 구두선이라며 정부의 노력 자체를 싸잡아 폄하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최근 SW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나오고 있는 정책 내용의 대부분은 과거에 SW업체들 스스로 안으로만 삭일 뿐 공론화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중소SW전문업체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정부를 포함한 공공기관이나 대기업들에 불이익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최근 나오고 있는 일련의 정책들은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실려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전세계적인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나이스 프로젝트가 국산 솔루션에 의해 구축될 것이라고는 몇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아무도 예상치 못했지만, 지금은 기정사실화됐다.

 한술 밥으로는 배부르지 않는다. SW산업육성 원년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실현키 위한 정부의 노력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정부는 정부대로 정책이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부처 간 협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정부 부처 간 역할이 다르지만 기업이 바라보는 정부는 하나다. 한 부처에서 마련된 정책이 다른 부처에서 인정되지 못한다면 정부의 신뢰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미래 국가경쟁력의 원천인 SW산업을 살려보자는 데 부처 간 이견이 있다면 잘못이다.

 물론 당사자인 SW기업은 정부에 비해 두세 배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민간시장에서는 외산과의 경쟁에 밀려 레퍼런스 하나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SW업체들이 공공기관을 봉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공공기관 전산담당자들의 힐난을 뼈를 깎는 심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정부의 정책에 편승해 기술 개발 노력 없이 떨어지는 과실만 쳐다본다면 우리나라 SW산업의 미래는 없다. SW산업육성 원년인 올해가 우리나라 수많은 중소SW기업들에 미래를 담보로 한 시련의 한 해가 돼야 한다.

◆양승욱 컴퓨터산업부장 sw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