곪은 게 터진 것인가. 이 시대 최고의 지성인 대학교수의 연구비 횡령사건이 그렇다. 지성도 욕심 앞에서는 무용지물인 모양이다. 사부일체(師父一體)가 부끄럽게 되고 말았다. 부모는 자식이 잘되기를 바란다. 스승도 제자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올곧게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이처럼 스승과 부모의 마음은 같다. 학생은 스승의 가르침 속에서 인격적으로 성장한다. 논에서 모가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자라는 것과 같다. 인간 성장의 울타리는 스승이라고 할 수 있다. 삶에는 끝이 있다. 하지만 학문에는 끝이 없다. 끝없는 학문의 리더가 스승이다. 그래서 ‘스승의 그림자는 밟지도 않는다’고 했다. 그만큼 스승은 존경의 대상이다. 아무리 지위가 높고 학식이 많은 사람도 스승 앞에서는 겸허하다.
그런 스승상이 차츰 허물어지고 있다. 그간에도 일부 스승의 일탈이 없지는 않았다. 얼마 전에는 일부 대학의 점수 부풀리기가 사실로 확인됐다. 이번에는 한국 최고의 대학인 서울대 공대 교수 2명이 연구비 횡령 혐의로 구속됐다. 같은 대학 교수 8명도 동일한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한다. 검찰 발표가 사실이라면 이번 일에 관련된 대학교수는 지탄을 받을 만하다.
이런 일이 발생하면 대학에 대한 국민의 불신만 커질 것이다. 이번에 구속된 교수의 경우 유령업체 이름으로 허위 세금계산서를 이용해 돈을 빼돌렸다고 한다. 더욱이 부모의 마음으로 가르치고 지도해야 할 대학원생의 급여를 일부만 지급했다니 어이가 없다.
혹여 당사자 처지에선 다소 억울할지 모른다. 어느 대학이든 연구 프로젝트를 따오면 상당액의 비용이 교수한테 들어가는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관행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어떤 경우든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은 우선 당사자 책임이 가장 크다. 학자적 양심을 지키지 못한 탓이다. 대학교수는 한국 최고의 지성이다. 명예를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거울이 맑으면 먼지나 때가 끼지 않는다. 연구비 관리시스템이 허술한 탓도 있다. 견물생심이다. 돈을 보면 욕심이 생길 것이다. 관리에 허점이 많다면 인간인 이상 마음이 흔들릴 수 있다.
정부가 부랴부랴 ‘연구비 관리 인증제 도입’ 등 대책을 내놓았지만 사후약방문이다. 한발 늦은 조치다. 이런 유형의 사고가 처음이 아닌데 꼭 문제가 터진 뒤에 대책을 내놓는지 모를 일이다. 그렇다고 모든 교수가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참된 스승상에 충실했던 교수가 더 많다. 이들은 곤혹스러울 것이다. 게다가 검찰이 다른 대학으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니 더욱 그럴 것이다.
누가 뭐래도 한국의 오늘이 있기까지 원동력은 교육의 힘이다. 높은 교육열 덕분에 우리는 산업화는 늦었지만 남보다 빨리 지식정보화사회를 구현할 수 있었다. IT강국이나 인터넷대국도 그 바탕은 교육이다. 참스승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일부의 잘못으로 모든 스승이 지탄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
채근담에 이런 경구가 있다. “사람을 망치는 것은 사리사욕이다. 한 번 사리사욕에 사로잡히면 명철하던 지혜가 흐려지고 깨끗하던 마음도 사라진다. 그래서 현명한 사람은 언제나 사리사욕을 탐하지 않는다.” 평생 정사(正思)와 정행(正行)을 실천해야 할 교수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내용이다.
이번 대학교수의 연구비 횡령은 명예와 부를 함께 가지려는 욕심에서 발생한 일이다. 하나를 더 가지려다 가진 하나마저 잃고 만 것이다. 과욕의 끝은 이처럼 허망하다.
이현덕주간@전자신문, hd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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