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기행]팬터지 게임의 시대 배경

온라인게임은 현실에서는 도저히 경험할 수 없는 환상과 모험의 세계를 보여준다. 그 가운데서도 중세 유럽을 배경으로 한 팬터지풍의 게임은 다양한 신의 역사와 그들이 창조한 다양한 형태의 피조물을 그려내는가 하면 ‘반지의 제왕’에서나 보았던 엘프, 드워프, 오크 등 신기한 종족들이 존재한다.

또 마법과 용이 등장하며 이색적인 상상의 나래를 한껏 펼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중세유럽을 배경으로 한 중세 팬터지게임이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팬터지 게임이 시대적 배경으로 삼고 있는 유럽의 중세는 서로마제국이 몰락한 4세기말(395년경)부터 르네상스 시대가 열린 15세기 사이의 기간을 말한다. 1000년의 세월을 가로지르는 이 시기를 인문학자들은 암흑의 시대라고도 말한다. 그만큼 경제·사회·정치적으로 어렵고 험난했던 시기였다.

 정치적으로는 수백개의 도시국가가 번성을 하기도 했지만 봉건적 사회구조가 서서히 붕괴되어 갔고, 그런 와중에 벌어진 영국과 프랑스간의 백년전쟁과 십자군전쟁 등 오랜 전쟁은 사회 전체를 피폐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 반대급부로 문화적·경제적 부흥이 일기도 했다. 특히 중세문명의 절정기라 불리는 13세기에는 상인 조합인 ‘길드’라든가 시의회 등이 결성되면서 시민의 자율성이 크게 높아지기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한마디로 집을 떠나면 다양한 모험이 기다리고 있는 낭만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시대상은 용과 요정을 비롯해 다양한 신들의 이야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유럽인들 특유의 상상력을 더해 기가막힌 꿈과 모험의 세계를 그려냈고, 이는 대다수 온라인롤플레잉게임의 배경으로 자리를 잡으며 다양한 게임 세계관의 모태가 돼 왔다.

# ‘리니지’는 대표적 중세 팬터지 게임

이같은 중세 유럽의 시대상을 배경으로 한 대표적인 팬터지게임으로 ‘리니지’를 꼽을 수 있다. ‘리니지’의 배경이 되는 아덴왕국은 10세기 전후 유럽의 이미지를 딴 가상의 세계다. 게임상의 설정도 이 시기를 ‘용과 기사와 마법사와 요정의 시대 - 수많은 왕과 여왕, 왕자와 공주들이 있었던 메르헨의 시대. 모든 흉악한 것들과, 그에 맞서 싸우는 정의로운 것들이 아직 존재하던 그 시대’라고 표현하고 있다.

중세 유럽을 배경으로 삼는다는 것은 그 세계의 사회와 경제적 제도를 수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리니지’의 세계는 바로 왕과 영주와 기사가 영토로 계약을 맺는 봉건제도를 그 사회·경제의 근간으로 하고 있다. 뿐만아니라 세계를 구성하고 있는 건축물과 자연환경은 물론 캐릭터들의 복장과 무기 등의 아이템 그래픽 또한 이 시기의 그것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예를 들어보자. ‘리니지’에 등장하는 기사와 마법사는 ‘아더왕의 전설’에 등장하는 그들의 복장을 그대로 따른다. 무겁고 두터운 갑옷으로 온몸을 두르고 커다란 검과 철퇴를 휘드르는 기사의 모습에서는 완전 무장한 원탁의 기사들이 떠오르며, 하늘거리는 로브를 입고 지팡이를 움켜쥔 마법사의 모습에서는 ‘머린’의 모습이 그대로 서려있다. 공성전으로 특화된 게임 시스템 또한 중세 유럽의 장원제도를 그대로 묘사한 것으로 보여진다.

# 투박한 갑옷과 육중한 무기, 그리고 마법

‘리니지’의 세계관을 그대로 이어받은 ‘리니지2’ 역시 비슷한 시대를 배경으로 그리고 있다. 게임상의 시기는 ‘리니지’의 아덴왕국이 천하통일의 위업을 달성하기 150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다만 전작에 등장했던 휴먼과 엘프 종족 이외에 오크와 드워프 종족이 새로 가세하면서 ‘반지의 제왕’에 그려진 중세 유럽의 팬터지 세계를 더욱 충실하게 따르고자 했다. 3D게임으로 나오면서 그래픽은 더욱 화려해졌지만 이 역시 중세의 복장과 배경을 더욱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라스트카오스’와 ‘아크로드’ 등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개발된 대다수의 온라인게임은 ‘리니지’와 맥을 같이한다. ‘아크로드’의 경우는 툴란력이라는 자체적인 세계관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나 휴먼과 오크 종족의 운명적인 전쟁을 주요 테마로 다루고 있다.

이들 게임의 공통점이라면 모두 전사 계열은 투박한 갑옷과 육중한 무기로 무장을 하고, 마법사들은 ‘울티마’에서부터 이어져 온 마법의 계보를 잇는 계열로 분화되며 다양한 종류의 마법을 구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같은 팬터지풍 게임의 특징은 이미 나왔거나 개발되고 있는 모든 온라인롤플레잉게임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스팀펑크의 도입

최근 제작 중인 신작게임은 대부분 중세유럽에서 탈피해 시대적 배경을 더욱 폭넓게 그리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동안 쏟아져 나온 대다수의 온라인게임의 배경이 중세 유럽을 그리다 보니 비슷비슷한 유형의 게임을 양산하게 되고, 재미를 반감시킬 뿐만 아니라 소재가 고갈되는 현상이 나타난 때문이다.

좀 더 환상적이고 흥미가 넘쳐나는 세계를 묘사하기 위해서는 뭔가 새로운 요소를 더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로 나타난 것이 기본은 중세에 두고 있지만 근대에서 산업화 이후에 나타나는 다양한 문화적·사회적 변화를 동시에 수용하는 형태로의 변화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블리자드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는 중세 유럽을 배경으로한 팬터지게임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리니지’보다도 더 팬터스틱한 세계를 그리고 있다. 휴먼과 나이트엘프를 비롯해 오크와 노움, 드워프, 언데드, 트롤, 타우렌 등 중세 유럽을 배경으로 한 팬터지 소설에 등장했던 거의 모든 종족이 출연한다. 또 중세 유럽의 지배세력이었던 기사와 성직자 등이 주요 직업으로 등장한다.

그렇지만 이 게임은 고대 신들의 이야기에서부터 산업혁명 이후의 모습까지도 한꺼번에 담고 있다. 지하철과 비행선 등에서 풍기는 스팀펑크의 냄새가 짙고, 총과 대포를 비롯한 다양한 기계공학의 산물이 마법과 공존하는 등 게임의 재미를 높이기 위해 모든 요소를 복합적으로 끌어들였다.

# 근대로의 이동

국산 게임 가운데 조만간 본격 서비스 될 예정인 대작 게임들은 대부분 이같은 최근의 추세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중세 유럽에서 근대 유럽으로의 전환이 그것이다. 이같은 시대적 배경의 변화는 게임 설정에 그대로 표현되는가 하면 캐릭터의 복장과 건출물의 건축양식 등에 그대로 나타난다.

최근 선보인 게임가운데 ‘그라나도 에스파다’는 아예 17세기 스페인을 배경으로 설정했다. 건물의 건축양식과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복장에서부터 기존 게임의 그것과는 많이 다른 느낌을 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리니지’나 ‘아크로드’ 등의 게임과 비교해 보면 옷이나 건물들이 조금 더 현대에 가깝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라그나로크2’ 역시 17세기 이후의 시대를 전체적인 게임의 배경으로 삼고 있다. 이 시기의 유럽의 시대상을 모태로 하기는 하지만 다양한 과학기술을 더한 스팀펑크풍의 아기자기한 게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제라’는 중세 유럽풍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시대적 배경을 혼합해 놓고 있다. 지역마다 각기 다른 특성을 부여하면서 다양한 시대와 문화적 배경을 녹여낸 것. 시나리오도 지구의 이야기가 아니라 ‘인페란’이라고 불리우는 새로운 세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또 웹젠의 차기작인 ‘썬’도 아직 시대적 배경이 확실치는 않으나 캐릭터의 복장에서 풍기는 이미지에는 현대적인 요소가 많이 섞여 있다. 15세기 정도의 중세 유럽을 근간으로 하지만 제한을 두지 않고 다양한 시대를 넘나드는 설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김순기기자 김순기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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