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래 정보화 사업 `차질` 안된다

 내년도 정부부처의 정보화 예산 규모와 쓰임새가 대략 모습을 드러냈다. 52개 중앙행정기관이 내년도 정보화 관련 사업 추진을 위해 필요하다고 신청한 정보화 예산·기금 요구 규모는 올해보다 11.5% 늘어난 3조3485억원으로 집계됐다. 예산처가 전자정부 로드맵을 비롯한 기존 정보화 사업 등을 고려해 자체적으로 추계하여 구상한 3조1282억원보다 2000여억원이나 많다. 예산 요구액 증가율 면에서도 정부 전체 예산 요구액 증가율 4.4%와 비교했을 때 매우 높다. 정부의 정보화 추진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이어서 일단 긍정적이다.

 물론 중앙관서의 예산 요구는 해당 기관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따라서 요구액 그대로 편성되지는 않겠지만 예산 편성의 기초를 이룬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번에 IT인프라 조성(15.1%), 정보화 역기능 방지사업(24.5%), 전자정부 부문(26.6%) 요구액이 크게 증가한 반면 IT산업 육성(-13.8%)과 국민생활정보화 부문이 감소한 것은 정부 정책의 변화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정부가 IT 인프라 구축에 주력하는 대신 산업화는 민간 기업들이 주도적으로 해 나가는 형태로 정부와 민간의 정보화 투자 역할을 명확히 하겠다는 뜻으로 여겨진다. 올바른 방향 설정이라고 본다.

 이제 예산 당국은 이 요구안을 바탕으로 국회에 제출할 정부 예산안 편성작업을 벌여야 한다. 예산당국은 중복투자 사업이나 부처 간 협의가 필요한 사업, 대규모 재원 소요를 유발하는 사업을 철저히 따져 보완하겠다고 했다. 또 개별부처 사업보다는 다부처 연계·통합사업, 범정부 차원 또는 국민경제적인 효과가 큰 사업을 중심으로 재원을 우선 배분할 계획이라니 짜임새 있는 예산 편성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중앙관서가 내년도에 추진하겠다고 신청한 411개 정보화 사업 가운데 신규시스템이나 개별시스템, 내부업무시스템 구축사업 등을 중심으로 공개SW 도입 가능 사업을 발굴해 도입을 유도하겠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변화다. 정부가 정보화 예산을 편성하는 단계 때부터 공개SW 산업 육성을 따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일 뿐만 아니라 국산 SW산업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공개SW를 적용하면 SW와 HW비용을 30% 정도 절약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예산 절감에다 투자효율성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예산당국이 공개SW를 도입함으로써 절감된 예산을 재량에 따라 다른 정보화 사업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정부 예산 배분에 인센티브 개념을 적용한 획기적인 조치로 평가된다.

 정보화 투자 방향과 예산 편성 지침 등 큰 골격은 정해진만큼 이제 세부적으로 여기에 맞는 계획을 세워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 아무리 계획이 좋아도 제대로 실천하지 않으면 허사인 것처럼 국가정보화 사업도 마찬가지다. 각 부처가 이기주의만 내세워 무리한 사업 예산을 신청하는 것도 문제지만 예산당국이 무조건 중복성이나 당장의 효율성만 따져 예산을 삭감하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한다. 국가의 미래와 직결된 정보화 투자는 많을수록 좋다는 것을 예산당국은 인식해야 한다. 돈 몇 푼 절약하려다가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는 정보화 사업에 차질을 빚는 우를 범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이와 함께 예산당국이 중앙관서에서 벌이는 사업에 얼마나 돈을 나눠줄지를 따지는 업무에만 매달리지 말고 국가재원의 배분원칙을 정하고 재정지출의 효율성을 높이는 성과관리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국가 정보화 사업은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만큼 체계적이고 합리적으로 추진되지 못하면 손해는 전적으로 국민의 몫으로 남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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