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9일 HP의 최고경영자(CEO)로 부임한 마크 허드가 CEO 취임 4개월만에 대대적 구조조정이라는 칼날을 뽑아 들었다. 이번 HP의 대규모 슬림화는 지난 4개월간 새로운 HP를 위해 장고해온 마크 허드가 외부 활동도 자제하고 내놓은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 업계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HP는 이번 조치를 이르면 미국 시각 18일 발표할 예정인데 HP 전체 인원의 10%인 1만 5000명 정도가 핑크 슬립(해고 통지서)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비용절감에는 연구개발(R&D) 예산까지 포함돼 있는 등 어느 때보다도 강도 높다는 평가다.
◇수익성 향상에 매진= 경쟁사보다 비용 지출이 많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허드는 수익성 향상을 위해 1만5000명을 줄일 예정이다. 하지만 이는 월가 애널리스트들이 그동안 주장해 최대 2만5000명 감원 보다는 적은 수여서 향후 또 다른 해고를 단행할 가능성도 있다. ATM 기기로 유명한 NCR에서 영입된 허드는 이미 NCR에 있을 때도 대량 해고를 통해 NCR의 수익성을 높인 바 있다.
인원 뿐 아니라 연구개발 비용도 슬림화 대상이다. 애널리스트들은 보이스, 아이다호 등에 있는 HP의 레이저프린터 연구센터를 대표적 비용 절감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 이 센터는 각종 신제품 프린터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연간 360만달러를 쓰고 있다.
◇경영진 재편도 관심= 고위경영진에 대한 변화도 예상되고 있다. 이미 HP는 델에서 최고정보임원(CIO)을 지낸 랜디 모트를 부사장 겸 새 CIO로 최근 영입했다. 지난달에는 PC와 휴대 컴퓨팅 사업 부문을 이미징&프린팅 그룹에서 분리하면서 팜원의 최고경영자를 지낸 태드 브래들리를 PC 부문의 새 대표로 영입했다.
경영진 재편 바람은 현재 최고재무임원(CFO)을 맡고 있는 밥 웨이먼에게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미 그는 은퇴 의사를 밝힌 상태다. 하지만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적당한 후임자가 없으면 그가 당분간 HP에 더 남아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랫동안 HP의 핵심 중역으로 활동해온 앤 리버모어 부사장의 역할 변화도 관심사다. CEO 후보로도 자주 거론될 만큼 능력을 인정 받고 있는 그는 현재 서버, 스토리지, 서비스, 소프트웨어 등 엔터프라이즈를 담당하고 있다. 업계는 허드가 리버모어의 역할을 축소시킬 지, 아니면 이전대로 유지케 할지 주목하고 있다.
전략 및 기술임원을 맡고 있는 세인 로빈슨의 거취도 관심사인데 애널리스트들은 “이전 피오리나 체제시 HP의 전략은 현장과 너무 동떨어져 있었다”면서 허드 체재에서는 새로운 전략 시행이 필요하다고 주문하고 있다.
방은주기자@전자신문, ej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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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의 매출 추이(백만 달러)
2004회기:79, 905
2003회기:73.061
2002회기:72,346
*자료:HP 웹사이트. HP 회기는 매년 10월 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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