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인터넷의 허와 실

최근 전세계적으로 인류 역사상 대변혁인 IT 혁명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90년대 중반부터 인터넷 사용이 일반화되면서 사이버 공간, 즉 인터넷 공간을 통해 온라인 서비스뿐만 아니라 방송통신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내년에는 이동중에도 초고속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휴대인터넷(WiBro) 서비스가 제공될 예정이다.

 인터넷은 오늘날 정보검색·e메일·채팅 등 개인 삶에서부터 기업의 경쟁전략, 전자정부에 이르기까지 과거의 그 어떤 것보다 큰 영향력을 미치는 디지털 혁명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인구의 70% 이상인 인터넷 이용자(3150만명)가 일주일에 평균 11시간 이상 사용할 정도로 IT강국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은 개인과 조직의 생산성 향상과 효율성 제고 수단으로 쓰이는 밝은 면이 있는가 하면, 익명성을 이용한 명예훼손과 스토킹, 욕설 등 사생활을 침해하는 어두운 면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최근 인터넷을 통한 명예훼손이나 인격모독, 사이버 폭력사건 등의 부작용을 더는 방치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안으로 ‘인터넷 실명제’ 도입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일부 특정 사이트의 ‘댓글’부터 적용한 뒤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연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민간기구를 발족시켜 익명성의 역기능 연구 등을 통해 각종 정책을 수립하고, 공청회를 열어 각계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한다.

 ‘인터넷 실명제’ 도입에 대해 일부 시민단체와 누리꾼은 “헌법에서 보장되는 표현의 자유가 위축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의 익명성이 심각한 폐해를 낳고 있으므로 새로운 인터넷 문화를 만들어 보자”는 긍정적인 의견도 많다.

 필자는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피해자 인권을 보호하는 것이 헌법의 기본정신이라고 본다. 특히 사이버 폭력의 경우 피해자들이 겪는 정신적 충격은 그 어떤 신체적 위해보다 가혹하기 때문에 이를 차단할 법률적·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데 전적으로 공감한다.

 여하튼 지금은 ‘실명제’든지 ‘실명확인우대제’든지, 또는 익명으로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현행 제도를 유지하든지 간에 가장 바람직한 법률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하는 시점이다. 최근 인권을 무차별 공격하는 사이버 테러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만큼 이를 마냥 방치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어떠한 이유로든 개인의 권리가 침해받지 않으면서 정보사회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건전한 인터넷 문화를 만들기 위한 새로운 시도와 노력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 때다.

 ‘산업화는 뒤졌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고 다짐한 우리는 이제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인터넷 이용 환경을 갖추고 인터넷 강국으로서의 명성도 얻었다. 사회 각 분야의 지식정보화를 촉진하여 세계에서 컴퓨터를 가장 잘 쓰는 나라, 건강한 지식정보사회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사이버 테러 대응체계를 정비하고, 불건전 정보의 유통을 방지하기 위한 법률적·제도적 장치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동시에 정보화에 따른 여러 가지 윤리교육도 수반되어야 한다. 자라나는 2세들에게 건전한 인터넷 문화를 정착시키고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법률적·제도적 장치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 윤리교육이 우선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인터넷 활용 측면에서 다른 나라보다 앞서고 있다. 여기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고유의 정서와 철학이 살아 있는 인터넷 문화강국을 이룩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광대역통합망(BcN)이 구축되면 통신·방송·인터넷의 대통합 현상이 급속하게 진행되는 유비쿼터스 시대를 맞게 된다. 급속한 정보화,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로 진전되면서 한국적 인터넷 문화 창달은 법과 제도, 교육 등 사회의 건전한 인프라 구축과 함께 IT 선진국의 면모를 과시하는 데 중요한 과제일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요구되는 시대적 사명이다.

 <권혁조(광운대 정보통신대학원 교수) hjkwon@gw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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