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정부가 추진중인 범정부통합전산센터의 기반시설에는 수변전설비·자가발전설비·무정전전원설비·축전지설비 등 전원설비를 비롯해 출입통제시스템·CCTV시스템·적외선감지설비·진동감지설비·문형금속탐지기·엑스선투시기·데이터이레이저·EAS시스템 등 보안설비가 있다. 또 항온·항습설비, 공조설비, 보일러설비 등 기계설비와 가스소화설비나 화재수신반·화재감지기 등 소방설비까지 다양하다.
이런 기반시설은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보다 중요도에서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받고 있다.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정보시스템 구축비용 측면에서 기반시설이 차지하는 비중은 10∼20%며, 기술 복잡성 측면에서는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에 비해 떨어진다. 그러나 정보시스템 운용 측면에서 볼 때 그 영향은 결코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보다 낮다고 할 수 없다.
전산센터의 대형사고를 불러일으키는 요인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우선 가장 큰 대형사고 중 하나는 전원사고다. 전원설비는 일단 전원을 투입하면 아주 짧은 순간의 정전도 허용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시설이다. 전원설비의 장애발생으로 전원공급이 중단되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설치한 외산 서버와 상용 소프트웨어, 많은 인력이 장기간 동원돼 개발한 응용시스템의 가동을 중단시켜 버린다. 이 때문에 미국 등 선진국의 전원시설 구축사례를 보면 정전사고에 대비해 5단계의 보완대책을 수립해 적용하고 있다.
둘째 수해사고다. 정보시스템의 기반시설은 논리적·물리적 구성이 최하부에 위치하므로 장마철 수해 그리고 건물 내부의 배수시설 장애로 기반시설이 설치돼 있는 전기·기계설비에 물이 유입돼 관련시설의 작동이 멈추고, 정보시스템 서비스가 중단되는 일도 흔히 발생한다.
셋째 화재사고로 전원설비의 가용성을 확보하지 못해 전원회로에 과전류가 흘러 화재가 일어나 정보시스템을 복구불능 상태로 만들어 버린다. 마지막은 시설 보안사고로 다른 사고와 달리 불특정인이 외부에서 전산센터로 침입하여 중요 데이터를 유출·유용 또는 파괴·변조하여 막대한 손실을 입히는 사고다.
이처럼 정보시스템에서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에서 발생하는 장애는 해당 서버나 서비스 시스템에만 영향을 주지만 기반시설에서 장애가 발생하면 센터 내부에 설치된 모든 시스템에 영향을 미쳐 시스템 운용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서비스 중단은 물론이고 데이터 및 시스템 복구불능 등의 사태로 이어진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대형 IDC, 대기업의 전산센터 등 몇 곳을 제외하고는 기반시설 구축 수준이 매우 낮다. 공공기관 중에서는 전산투자의 예산문제나 투자 중요도의 우선순위에 밀려 전산장비를 열악한 환경에서 운용하는 곳도 다수다.
현재 기반시설 구축을 위한 프로젝트 발주형태를 보면 대부분 정보시스템 구축에 포함해 처리하고 있다. 웬 만한 규모의 정보시스템 구축이라면 대형 SI업체 몇 곳이 수주를 거의 독차지하는 상황에서 SI업체는 주업무와 조직 구성이 응용 시스템이나 소프트웨어 부문에 치중돼 있기 때문에 기반시설에 관한 것은 모두 하도급을 주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대기업 SI업체로부터 3∼5단계 재하도급 과정을 거처 최종 구축업체가 공사를 하게 되는데, 이런 과정을 거치면 관리비 명목으로 구축예산이 삭감되고 결국 기반시설의 품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9·11 테러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재해복구센터나 비즈니스연속성 등 시스템의 백업과 이중화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기반시설이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너무 당연한 인프라로 취급돼서는 안 된다. 오히려 하부에서 운영환경을 지원하고 있는 기반시설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정보시스템의 안전·신뢰성 향상을 위해 관련분야 종사자를 독려해야 한다. 또 정부부처의 법규를 비롯해 전문 구축업체, 관련분야 전문가의 의견 등을 참조해 관련 기술 기준과 구축기관의 환경에 적합하게 구축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관심이 더욱 높아져야 할 것이다.
◆선승호 한국전산원 수석연구원 shsun@nc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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