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도인들은 검도를 통한 승부에 있어서 패배의 원인을 ‘놀람(驚)’ ‘두려움(懼)’ ‘의심(疑)’ ‘헤맴(惑)’ 등으로 요약해 경계한다. 이른바 4계(4戒)다.
상대방의 뜻하지 아니한 움직임에 놀라게 되면 자신을 잃어버려 적절히 움직일 수 없다. 상대의 기합이나 체격 등에 두려움을 느끼게 되면 심신이 위축된다. 상대의 동작에 뭔가 의심스런 점을 느껴 어리벙벙해지면 끝내 자기 자신의 마음에 의심이 생겨 자멸하게 된다. 칠 것인가, 말 것인가. 받아칠 것인가, 선제공격을 할 것인가. 마음을 정하지 못해 헤매게 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검도인들은 마음의 수행을 한다. 검을 둘러싼 천변만화는 검을 잡은 사람 간에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검도에서 심기력(心氣力) 일체를 강조하는 이유다. 검도교본은 또 기와 검과 사람을 일치시켜 상대의 마음을 읽고 충실한 기세로서 순간적으로 타격을 하라고 가르친다.
검도는 상대의 허실을 알고 상대편과 함께 겨루면서 임기응변과 천변만화의 공격과 수비를 연출하는 그 무엇으로도 묘사된다.
하지만 검도가 사람 간에 이뤄지는 기와 동작과 허실의 교환이라는 생각도 바뀌어야 할 때가 된 모양이다.
엊그제 서울대 기계공학과 방영봉 교수팀은 키 163㎝ 몸무게 70㎏인 검도연습상대용 로봇인 ‘무사’를 개발해 발표했다. ‘무사’는 자신의 칼에 가해지는 힘을 측정할 수 있는 각종 센서를 내장해 사람이 자신의 머리나 목을 공격할 때 실제 검도 선수처럼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로봇인만큼 사람과 달리 기와 허실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점은 상대자(사람)에게 야릇한 기분을 줄 것 같다.
어쨌거나 방 교수팀은 산업현장, 일터, 가정, 전쟁터 등에서 사람을 돕던 로봇의 영역을 한 단계 더 확대했다.
로봇이 놀람·두려움·의심·헤맴을 경계하면서 ‘도(道)’를 추구하는 검도의 상대가 되기에 이르렀다는 사실 자체만로도 놀라움이다.
사람들은 이제 ‘무사’를 통해 로봇과 더불어 도를 논하는 시대를 맞이한 셈이다.
이재구 경제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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