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교육자로서의 정도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좋은 회사에 다니고 싶겠지만 나 역시도 좋은 회사를 운영하고 싶다. 그러나 좋은 회사라는게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게 아니다. 서로 합심해 만들어 공유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꿈꾸는 좋은 회사는 첫째 충분한 이익을 내야 하고 그 이익은 구성원들과 적절히 나누어야 한다. 적자나는 회사에서 봉급 올리라고 데모하는 것도 나쁘지만 많은 이익을 내는 데도 직원들의 복리 후생에 게으른 회사는 더 나쁘다.
둘째 직원 상호간에 화목해야 한다. 최소한 꼴보기 싫은 사람은 없어야 한다. 부처님도 생로병사와 함께 보기 싫은 사람과 만나는 일이 인생의 고통이라 하셨다.
나는 공부보다는 친구 만나는 재미로 학교를 다녔다. 회사에 돈만 벌러 다닌다면 얼마나 삭막한가. 동료 만나는 재미도 있다면 더욱 좋지 않겠는가. 나는 직원에게 군림하려는 간부를 매우 싫어한다. 엄격함 보다는 배려를, 지배자보다는 지도자를 원한다.
셋째, 사회에 기여하는 회사라야 한다. 불우이웃 돕기도 좋지만 그것보다는 회사가 제공하는 상품이나 서비스 등이 사회에 해를 끼치지 않는게 먼저이다. 물론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기업이라서 이익을 줄이거나 포기하는 게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
나의 이러한 고집은 때때로 사업가로서는 무모하다 싶은 결정을 할 일도 많았다. 나는 매체에 관심이 많아 ‘월간컴퓨터’를 비롯한 전문지와 ‘쉬즈’ ‘쉬즈브라이드’ ‘오픈’ 등의 여성 월간지, 그리고 대학생신문 ‘캠퍼스라이프’ 등을 발행했다.
컴퓨터게임 산업이 시작되던 90년 ‘게임월드’라는 월간지를 창간한 일이 있었다. 최초의 게임 전문지라는 이점도 있어 쉽게 성공했지만 뒤이어 비슷한 경쟁지들이 생겨났고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게임을 주로 다루면서 청소년 층을 파고 들었다.
‘게임월드’의 판매 부수는 현저히 줄었다. 우리도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내용을 다룰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러나 사회에 독이 될 지도 모르는 짓을 할 수는 없었다. 결국 성공한 잡지지만 폐간을 결정했고 직원들도 잘 따라 줬다.
원칙을 지킨다는 것은 참 중요한 일이다. 92년 여성월간지 ‘오픈’과 ‘쉬즈’를 창간했다. ‘오픈’은 감동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얘기를, ‘쉬즈’는 패기발랄한 아름다운 젊은 여성을 목표로 삼았다.
여성지는 폭로나 가십 기사가 없으면 팔리지 않는다는 인식이 팽배할 때였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고도 성공하는 여성지를 만들고 싶었다. ‘오픈’은 내용에 대한 호평에도 불구하고 큰 손실을 내고 폐간했지만 ‘쉬즈’는 여성지의 한 획을 긋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
학원이 청소년 장학이나 인재 양성을 위한 무료 교육에 힘쓴 점, 그리고 고급 기술자 양성을 위해 손실을 무릅쓰고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 것들이 오히려 전국에 13개의 분원을 가진 국내 최대의 명문 학원으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됐다고 확신한다.
나는 교육자로서의 영예인 서울교육대상을 수상하고 20세기를 빛낸 학원인으로 선정된 것을 큰 자랑으로 생각한다. 또 사업 인생의 많은 부분을 교육과 함께 할 수 있었음을 감사한다. 제자들의 마음 속에 씨앗을 뿌리고는 그들이 자라나는 것을 보는 기다림이 행복하다. 나는 사업가가 아닌 교육자로서 기억되어지고 싶다.
jse@ch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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