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5시]`스타리그`는 단체 스포츠?

불과 1∼2년 전만해도 ‘배고파서 못살겠다’고 아우성을 치던 프로게이머들이 대다수였다. 이들은 자신들이 활동할 수 있는 무대가 만들어지고 좋아하는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했다.

그러던 것이 최근 1년 사이에 대기업 게임단이 하나 둘 늘어나면서 억대 연봉을 받는 프로게이머가 부쩍 늘었고, 선수들의 훈련 환경도 크게 개선됐다. 여기까지는 모두가 원하는 그런 그림이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스타리그 개인전을 없애야 한다는 요구가 흘러나오고 있다. 그것도 게임단 감독들의 입에서…. 1∼2년전과 비교해 보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을 넘어 충격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진다. 최근 e스포츠협회에서 프로리그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도 똑같은 이야기가 터져나왔다.

스타리그가 너무 많아 프로리그에 집중할 수 없으니 아예 개인리그를 없애거나 대폭 축소해 선수들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물론 이날의 주제는 프로리그 활성화를 위한 방안 모색이었고 반론 또한 만만치 않게 나오면서 난상토론이 이어졌다.

문제는 이들이 어느 순간부터인가 프로게이머와 e스포츠 팬 보다는 스폰서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고 움직이는 경향이 짙어졌다는 사실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게임단을 통해 소속 선수들이 상금에 연연하지 않아도 될만큼 충분한 대우와 보상을 해주고 있는 만큼 그만한 이미지 홍보 및 마케팅 효과를 기대하고 움직일 수 밖에 없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e스포츠의 근간은 뭐니 뭐니 해도 개인리그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사실 국회의사당까지 점령한 지금의 e스포츠 열기를 만들어낸 것은 몇몇 스타플레이어와 그들을 사랑하는 팬들의 힘이었고, 이들 스타플레이어는 개인전을 통해 발굴돼 왔다.

더구나 프로게이머들의 일터는 팬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무대다. 이들이 스타리그 무대를 떠나면 더이상 프로게이머라고 볼 수 없다. 그런 선수들이 자신들의 활동무대인 게임리그를 없애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프로리그 활성화를 통해 e스포츠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자 하는 노력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선수들이 여러 대회에 나가는 것이 피곤하니 대회를 줄여달라는 것은 배부른 소리라고 밖에는 들리지 않는다.

게임단을 운영하는 기업의 이권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e스포츠를 보며 열광하는 팬들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다시한번 마음 속 깊이 되새겼으면 하는 바램이다.

<김순기기자 김순기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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