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과 함께 한국 게임산업의 미래를 책임질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평가받던 모바일 게임이 휘청거리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이미 일본과 미국에 밀리기 시작했고, 미래에 대한 전망도 낙관적이지 못하다.
무선통신기술과 단말기 제조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 어느나라 보다 빠르게 산업으로 급성장한 한국 모바일 게임이 다시 세계 시장에서 뒤쳐지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인가. 안팎으로 위기에 봉착한 한국 모바일 게임산업의 실태와 그 해법을 찾아본다.
불과 1년전만해도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은 장밋빛이었다. 내수면에서 정체 조짐이 보이기는 했어도 1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하는 게임이 속속 탄생했고, 내부 역량을 수출로 이어나가며 의욕적으로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선 기업도 늘어났다. 곁다리 콘텐츠니 구멍가게 수준이나 하는 비아냥 거림을 벗어나 당당한 산업으로 인정받기 시작했고, 해외 법인 설립, 코스닥 등록 등 과거 모바일 게임 개발사로서는 꿈도 꾸기 어려웠던 일조차 실현 가능한 일로 눈 앞에 다가오는 듯했다.
# 무너지는 글로벌 경쟁력
하지만 어느새 모바일 게임업계의 기상도는 짙은 먹구름이 바뀌기 시작했다. 금새 걷힐 것 같던 이 먹구름은 오히려 짙어졌고 기회는 위기로 전환됐다. 2003년과 지난해 해외 시장 진출에 의욕적으로 나선 기업들은 기대 이하의 실적을 보임에 따라 철수, 축소를 거듭했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는 섣불리 덤벼서는 안된다는 교육 효과를 얻는데 비용을 톡톡히 치렀다. 모바일 게임 M사 사장은 “우울한 얘기지만 지금까지 해외 진출을 시도해 나름대로 성공을 거뒀다는 업체와 게임이 어떤 것이 있는지 알고 싶다”는 자조섞인 얘기도 서슴지 않았다.
엠드림차이나를 통해 중국 모바일 시장을 휩쓸어보겠다던 야심찬 엠드림도, 동광모바일이라는 현지법인을 앞세워 일찌감치 시장 선점을 노려온 컴투스도, 그리고 개별적으로 진출을 시도한 알려지지 않은 여러 중소 모바일 게임 개발사까지 현재 나타난 기대 이하의 실적을 부인하지는 못하고 있다.
일본은 우리보다 한발 앞서 3D게임이 가능한 폰의 보급 확대 및 대중화에 성공해 한국 모바일 게임의 진출로를 좁혀놨고, 유럽 시장 역시 날로 경쟁이 치열해져 진출 업체는 힘겨운 싸움을 벌여가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시장 역시 최근 이슈가 된 것처럼 거대 자본의 힘이 모바일 산업의 바탕에 깔리면서 더욱 발붙이기조차 어려워졌다.
# 내수 시장 악화 = 해외 경쟁력 약화
상식적으로 해외 경쟁력 약화의 시작은 내수 시장의 악화에서 출발한다. 탄탄한 내수 시장이 기반이 돼야 해외 시장 진출도 자신있게 추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정체 조짐을 보이던 내수 시장은 올들어 그 성장 곡선이 더욱 뚜렷하게 완만해졌다. 대부분의 개발사들이 매출 부진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단적인 예로 이동통신사의 게임 관련 매출은 지난해 대비 한자리수 증가에 그치고 있다.
이 같은 내수 시장 악화는 개발사의 해외진출 의지를 꺾어버렸고, 외자유치는 더욱 어렵게 만들며 이것이 다시 근시안적인 게임 개발 및 단기 수익 중심의 마케팅으로 이어져 내수 시장 활성화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일렉트릭아일랜드 오제호 부사장은 “당장 내수 시장에서 돈을 벌지 못하는데 해외에 신경쓸 여력이 있냐”며 “내수 시장 부진과 해외 경쟁력 약화는 직접적으로 연결된 문제”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대부분의 개발사들이 향후 모바일 게임 시장의 대세로 여겨지는 3D게임 개발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미국 시장에서는 이통사 및 대형 퍼블리셔의 조직적인 지원과 유도 정책으로 3D게임이 빠르게 정착돼 가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기존 콘솔·아케이드 게임 시장의 유통 경험을 발판으로 모바일 게임에서도 발빠르게 조직적인 유통 체제를 구축, 글로벌 경쟁시대에 앞서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국내 모바일 게임업계가 가장 두려워하고, 또 우려스럽게 바라보는 부분이 바로 이점이다.
# 내수 활성화로 활로 뚫어야
모바일 게임 개발사 오너 및 전문가들은 내수 활성화에서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근본적으로 체력이 약한데서 오는 문제이므로 체력 강화가 선결 과제라는 얘기다. 빗대어 전쟁을 할 때 실탄과 식량이 필수고, 이 두가지가 받쳐주지 못한 가운데 벌이는 전쟁은 제 아무리 전략과 전술에서 앞서 있다해도 질 수밖에 없는 싸움이다.
내수 시장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 미시적 대안부터 거시적 대안까지, 또는 엇갈린 다양한 견해까지 나오지만 이동 통신사의 보다 적극적인 시장 개입 및 모바일 게임에 관한 장기적인 정책 제시와 첨단 휴대폰 보급 확대라는 측면에는 대체로 견해가 일치한다.
몇몇 개발사는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차원에서 내수 시장부터 진입 장벽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어떤 이들은 어렵고 복잡한 이동통신사의 요금제가 모바일 게임 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한다. 모바일 게임업계 외부 전문가들은 내부 역량 및 시장침체만을 탓하며 보다 적극적인 개발 의지를 보이지 못하는 개발사에 위기 원인을 돌리고 있다.
다소 복잡한 듯 보이지만 결론은 내수 활성화에 모든 모바일 게임 관련 업계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점에 이른다. 이는 보다 많은 휴대폰 이용자들이 모바일 게임을 이용하도록 만드는 전방위적인 노력과 다르지 않다.
# 튀는 아이디어를 현지화로
불황 속에서도 전반적으로 경쟁력이 처지는 상황에서도 해외에서 성공을 거두는 게임은 분명히 있다. 이러한 게임들이 주목받는 요소는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둔 기업에게는 좋은 벤치마킹 대상이다. 최근 미국 시장에서 호평 받고 있는 게임빌의 ‘CBS베이스볼’과 서비스도 하기전에 좋은 반응을 모으고 있는 ‘물가에 돌튕기기’ 등은 국내 시장에서부터 튀는 아이디어와 높은 완성도로 화제가 됐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만드는 대목이다. 브랜드 게임이 주류를 이룬 미국 시장이지만 기발한 아이디어는 통한다는 사실을 입증된 것. “미국 퍼블리셔들은 이 같은 좋은 게임을 발굴 혹은 개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무슨 수로 먼 우주로 모바일 폰을 이용해 메시지를 보낼 수 있겠는가?” 미국 내에서 받은 호평들이다. 특히 “이통사들이 똑똑하다면 이 게임을 특집 게임 카테고리에 올려놓을 것이고 이 게임은 불이 붙자마자 엄청난 돈을 벌어다 줄 것이다”라는 직접적인 표현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와함께 해외 시장은 철저한 현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문화로서의 게임은 그 나라의 정서와 적절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면 성공하기 어렵다. 컴투스 박지영 사장은 “우리가 해외 시장 진출을 결정하면 가장 먼저 현지 인력을 확보해 해당 지역의 문화와 정서에 맞는 게임 개발을 고려한다”며 “단순히 기기에 맞춘 컨버전이나 언어를 바꾸는 수준이 아니라 그 나라 사람들에게 익숙하면서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여러 요소를 게임에 적절히 녹여내는 작업”이라 말했다.
새롭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철저한 현지화 작업이라는 두가지 과제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게임이라면 당연히 성공 가능성은 배가 될 것이다. 기회가 위기로 바뀐 상황을 다시 기회로 반전시키는 노력이 지금 한국 모바일 게임 시장에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임동식기자 임동식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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