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컴퓨터 시즌이 돌아왔다. 세계 최고의 슈퍼컴퓨터를 가리는 ‘국제슈퍼컴퓨터콘퍼런스(ISC) 2005’ 상반기 행사가 21일부터 24일까지 나흘간 독일 남서부 하이델베르크에서 열린다. 매년 두번 열리는 이 콘퍼런스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 500개를 발표한다. 특히 올해는 콘퍼런스가 시작된지 20년째를 맞는 해여서 그 어느 때보다도 의미가 크다.
슈퍼컴퓨터는 이미 국력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세계 최강 미국을 위시해 일본, 독일, 프랑스 등 선진각국이 최고의 슈퍼컴퓨터를 가지기 위해 애면글면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중국이 신흥 슈퍼컴퓨터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ISC 2005’ 행사를 앞두고 세계 각국이 벌이고 있는 슈퍼컴퓨터 경쟁을 3회로 정리한다.
현존 세계 최고속 슈퍼컴퓨터는 미국이 가지고 있다. IBM이 만든 ‘블루진/L’로 미국 에너지부에 설치돼 있다.속도는 초당 70조회의 연산속도를 자랑한다. 두번째로 빠른 슈퍼컴퓨터 역시 미국이 보유하고 있다. SGI가 만든 것(알틱스)으로 미 항공우주국에서 사용하고 있다.
작년 11월 발표된 ‘세계 슈퍼컴퓨터 500 리스트’ 중 미국 제품이 절반을 넘어 267개나 된다. 미국의 압도적 우위는 ‘양’ 만이 아니다. ‘질’에서도 다른 나라를 압도하고 있다. 상위 10위 슈퍼컴퓨터 중 8개가 미국 제품이다. 여기에 미국의 슈퍼컴퓨터 보유 숫자는 증가세에 있다. 작년 하반기만해도 상반기보다 10대나 더 늘었다.
하지만 불과 2년 전 만해도 미국은 세계 최고속 슈퍼컴 자리를 일본에 내주고 있었다. 일본 NEC가 만든 ‘얼스 시뮬레이터’가 초당 36조회의 연산처리 속도로 수년간 최고의 슈퍼컴퓨터 자리를 꿰차고 앉았다. 여기에 자존심이 상한 미국은 정부와 업계가 손을 잡고 ‘얼스 시뮬레이터’보다 빠른 슈퍼컴퓨터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그 결과 ‘블루진/L’로 미국은 다시 세계 최고속 슈퍼컴퓨터 보유국이 됐다. 의회도 한 몫했다. 초고속 슈퍼컴퓨터 경쟁에서 일본을 따돌리기 위해 미 하원은 작년에 ‘슈퍼컴퓨터 개발 촉진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에 따라 미 정부는 3년간 업계에 1억6500만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슈퍼컴퓨터 개발에 지원하고 있다. 올해 5000만달러가 책정돼 있고 내년과 내후년에 각각 5500만달러와 6000만달러가 추가로 지원될 예정이다.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미 IT업체들은 화답이라도 하듯 잇따라 주목할 만한 슈퍼컴퓨터를 개발해 내놓고 있다. 최근(12일) IBM은 세계에서 두번째로 빠른 슈퍼컴퓨터인 ‘왓슨 블루 진(BGW)’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초당 91조의 연산처리 능력을 가진 이 슈퍼컴퓨터는 뉴욕에 있는 IBM의 토마스왓슨 연구소에 설치되는데 민간에 설치된 슈퍼컴퓨터로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앞서 SGI도 인텔의 아이테니엄2 프로세서를 채택한 슈퍼컴퓨터인 ‘콜롬비아’를 선보이며 “초당 42조회의 연산 처리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IBM, SGI 뿐 아니라 HP, 선마이크로시스템스 등 다른 대형 서버 업체들도 타업체 제품을 능가하는 고속 슈퍼컴퓨터 개발에 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미 의회의 한 관계자는 “미국이 슈퍼컴퓨터의 양적, 질적인 면에서 다른 나라를 압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국가 안전을 보장하고 미국의 국력을 더 키우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슈퍼컴퓨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방은주기자@전자신문
ejb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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