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열전]알티캐스트vs에어코드

 아직 양방향 데이터방송이라는 용어조차도 생소하던 1999년, 앞으로 올 데이터방송 솔루션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목표를 가진 두 회사가 나란히 등장한다. 알티캐스트(대표 지승림 http://www.alticast.co.kr)와 에어코드(대표 오영식 http://www.aircode.co.kr)가 그들로 에어코드는 1월에, 알티캐스트는 2월에 각각 설립됐다.

 두 회사는 비슷한 점이 많다. 비슷한 시기에 창업해 어려움을 겪었다. 두 회사의 기대만큼 데이터방송이 발전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술은 개발했지만, 이를 사용할 곳이 없었다. 당연히 적자만 쌓여 갔다. 하지만 어려움을 참고 견딘 결과 지금 각광받고 있는 데이터방송 솔루션 시장에서 두 회사는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회사로 평가받는다. 국내뿐 아니라 유럽, 미주 등지에서도 이름을 떨치고 있다. 해외 업체들로부터 제안요청서가 밀려 들고 있을 정도다.

 ◇어려웠던 출발=우리나라에 양방향 데이터방송이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한 해가 98년이다. 당시의 데이터방송은 표준이라는 개념이 없이 각 방송사업자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제공되고 있었다. 이후 애플리케이션이 특정 미들웨어 사업자에 종속되지 않게 하기 위해 표준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알티캐스트와 에어코드는 표준을 기반으로 한 데이터방송 솔루션을 개발해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겠다는 꿈을 가지고 99년 잇따라 창업했다. 그러나 기대만큼 시장의 발전 속도가 따라와 주지 못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기술력은 인정받았다. 알티캐스트는 2001년에 삼성 벤처캐피털에서 150억원의 투자를 유치해 한숨 돌렸다. 알티캐스트 강원철 전무는 “제대로 된 매출이 2002년이 되어서야 처음 발생했으며 그때까지 마음 고생이 많았다”고 회고했다.

 에어코드 오영식 사장은 “회사 설립을 위해 뜻을 함께한 사람들이 투자한 자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에서 받은 창업 자금이 있었지만, 끊임없이 투입되는 개발비와 유지비를 충당하기 어려웠다”면서 “운영 자금을 위해 인터넷 광고 영업과 프로모션으로 투자비를 벌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에어코드는 인터넷 광고 영업 시장에서 성공 가도를 달렸다. 한때 3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시장 1위까지 올라갔다. 오 사장은 “광고 영업이 돈이 되는 사업이긴 했지만 에어코드가 궁극적으로 가고자 하는 방향과 달라 회사의 정체성과 관련해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그래서 어려움이 있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과감히 광고 영업 분야를 정리했다”고 밝혔다.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현재 두 회사는 데이터방송 솔루션 시장에서 세계적인 기술을 인정받고 있다. 알티캐스트는 유럽식 데이터방송 규격인 MHP(Multimedia Home Platform) 미들웨어를 2003년 일본의 파나소닉에 이어 세계 두번째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스카이라이프를 통해 국내 상용화에 성공했으며, 유럽시장에도 진출했다.

 알티캐스트는 가장 먼저 열린 이탈리아 데이터방송 미들웨어 시장에서 60%가 넘는 점유율을 기록하는 등 이 분야 세계 최강자로 떠올랐다. 강력한 경쟁 업체인 독일계 다국적기업 오스모시스가 저가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는 반면 알티캐스트는 중고가 이상의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식 케이블방송 표준인 OCAP(Open Cable Application Platform) 분야에서도 최고를 자부한다. 이미 국내에서 CJ케이블넷, 브로드밴드솔루션즈(BSI) 등에 공급하며 세계 최초의 OCAP 상용화에 성공했다.

 에어코드는 KBS, MBC, SBS, EBS의 국내 지상파 방송 4사에 모두 양방향 데이터방송 시스템을 구축했다. ACAP(Advanced Common Application Platform) 분야에서의 기술력을 인정받아 미국 ATSC와도 유기적인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멕시코 최대 방송사인 텔레비자(Televisa)와 양방향 데이터방송 시스템 구축 및 서비스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하며 해외시장 진출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지상파 데이터방송 표준인 ACAP를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고, 이를 바탕으로 한 수출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멈추지 말고 앞으로=2004년 두 회사는 훌륭한 성적표를 받았다. 알티캐스트는 186억원 매출에 24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매년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하다 처음으로 흑자로 돌아섰다. 올해는 매출 300억원, 흑자 100억원이 목표다.

 에어코드도 70억원 매출에 순익 2억7000만원을 올렸다. 올해 목표는 200억원 매출에 30억∼40억원의 흑자를 올린다는 계획이다.

 올해 목표 달성을 위해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끊임없는 기술 개발과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노력한다는 각오다. 지금까지 상황도, 앞으로의 전망도 좋다.

 알티캐스트는 지난 달 미국 케이블랩스가 주관한 상호인증시험(Interop)에서 호환성을 인정받으면서 미주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유럽에서는 이탈리아 시장 선점에 이어 스페인 시장을 두고 한판 승부가 예상된다. 알티캐스트 지승림 사장은 “해외로부터 제안요청서가 이어지고 있어 제안서 작성에 바쁘다”며 “국내 시장을 교두보로 세계 시장 공략에 나서 해외에 한국의 솔루션을 알리겠다”고 강조했다.

 에어코드는 멕시코 시장을 미주 시장을 넓혀가기 위한 전초기지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오 사장은 “전문화하고 특화한 기술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 개척 노력에 힘쓰겠다”고 설명했다. 오 사장은 또 “통·방 융합 환경과 IPTV·DMB 등 신기술 분야에 대한 기술도 꾸준히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회사의 미래상=알티캐스트의 미래를 묻는 질문에 지 사장은 “TV 속의 마이크로소프트(MS)가 되는 것”이라며 “단, 표준시장 속의 MS가 되자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MS가 운용체계를 개발해 컴퓨팅 환경을 진화시켰듯 알티캐스트도 TV 환경을 진화시키겠다는 포부다. 지 사장은 “전체 직원 180여명 중 140명 이상이 개발 인력이고, 개개인의 자질도 뛰어나다”며 “이 정도 인력이면 얼마든지 세계 시장을 이끌어 나갈 수 있다”고 자신했다.

 알티캐스트는 유무선 통합, DMB, IPTV, 홈네트워크 등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하게 셋톱박스를 지능화하는 기술 개발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유비쿼터스 시대를 맞아 단말기가 무엇이든 다 연결할 수 있는 기술을 알티캐스트가 주도해 나간다는 생각이다.

 에어코드는 지상파, 위성방송, 케이블, 차세대 멀티미디어 서비스가 하나로 통합되는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를 선도하는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다. 오 사장은 “미래 시장 환경에서 기술 기반이 없이는 경쟁력이 없다는 판단 아래, 지금은 기반 기술을 쌓아가는 단계”라며 “아직 구체적으로 회사의 형태를 밝히긴 어렵지만, 에어코드의 궁극적인 발전 방향은 미디어 회사가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권건호기자@전자신문, wingh1@etnews.co.kr

◆에어코드가 본 알티캐스트, 알티캐스트가 본 에어코드

 “알티캐스트는 에어코드의 좋은 파트너라고 생각합니다.”

 오영식 에어코드 사장은 알티캐스트가 있어 더 긴장하고, 배우는 것도 많다고 설명한다. 데이터방송 솔루션이라는 시장이 아직 인프라 기반 시장이라 겹치는 부분이 많아 보이지만 앞으로 기술이 발전하면 협업이 필요한 부분이 더 많을 거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두 회사가 힘을 합해 데이터방송 시장의 파이를 키워야 한다는 뜻이다.

 지승림 알티캐스트 사장도 “우리의 경쟁 상대는 국내 기업이 아니라 해외 업체들”이라며 “국내 기업들도 국내보다 해외 시장에서 서로 선의의 경쟁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좁은 국내 시장에서 경쟁할 것이 아니라 넓은 세계 시장을 보고 경쟁해야 한다는 의미다. 지 사장은 이어 “에어코드와 특정 사업 부문이 겹쳐서 경쟁 관계로 보일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경쟁만 하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 돕는 관계”라고 밝혔다.

 권건호기자@전자신문, wingh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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