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UN이 191개 회원국을 상대로 실시한 ‘전자정부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종합성적 5위를 달성했다. 이것은 전자정부 구현에 대한 국제사회의 고무적인 평가다.
올해 전자정부 키워드는 ‘글로벌 전자정부 리더로의 도약’이다. 또 유비쿼터스 지향의 성숙한 행정서비스를 실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번에 ‘국’에서 ‘본부’로 확대 개편된 행정자치부 전자정부본부는 운영전략을 다각적으로 모색, 추진중이다.
전자정부의 종합기획과 정책조정 기능을 행자부가 집중할 수 있도록 하라는 대통령의 결단에 따라 우선 전자정부 추진체계를 정비하고 있다. 그리고 정부혁신을 실효성 있게 지원하는 메커니즘으로서 전자정부를 정부혁신과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전자정부 추진전략’을 명확히 한다는 게 정부의 정책방향이다.
그 결과 실천적 수단으로서 전자정부 구현 및 운영을 전문적·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지원기관’의 설립이 이번 전자정부법 개정안에서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현 상황은 그리 간단치 않다. 이는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정보통신부는 전자정부 전문지원기관의 신설에 대해 기존의 정보화연구 및 촉진기관과 중복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전자정부 구현과 운영은 별도 조직을 신설하기보다는 기존조직인 한국전산원을 이용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언뜻 보면 타당하다. 그동안 IT강국을 이끌어온 부처의 영향력을 감안하면 만만치 않은 대응이다.
특히 참여정부 출발부터 전자정부가 정부혁신을 지원하는 추진동력으로 인식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혁신보다는 IT 측면이 더 중요하게 고려되고 있다는 점에서 정통부의 이 같은 대응은 진흥원의 설립을 어렵게 하고 있다.
참여정부에 들어와 전자정부 추진 주무기관이 행자부로 일원화되었으나 또 다시 기술지원기관인 정통부로 이원화된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대표적인 예는 정부통합전산센터 추진과정에서 정책기획과 시스템 운용기능이 두 부처로 양분된 것이다.
이러한 현상들은 정부부처 간 정책경쟁으로 보는 것이 매우 바람직스럽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경쟁보다는 두 부처의 갈등으로 비쳐지고 있는 것이 문제다.
필자가 최근 중앙과 지방의 실무 담당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실제 전문가의 도움이나 전문기관의 지원이 없어 힘들다는 게 이들의 목소리다. 기존조직을 활용해야 한다는 정통부의 주장은 동질성과 통일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행정조직원리에 정면 배치된다.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이는 주지의 사실이다. 더욱 문제인 것은 정통부가 조직형성을 단순히 산술적인 방식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조직이 미래지향적으로 수행하고자 하는 폭넓고 다양한 범위의 행동 가능성을 제약한다. 그렇다고 IT를 통해 이끌어온 국가사회의 정보화 성과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현실을 직시하고 성숙한 전자정부를 구현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오히려 신설될 전문기관의 바람직한 역할과 조직 운영방향이 무엇인지를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 생각한다.
조직의 라이프사이클 차원에서 볼 때 조직을 신설하고자 하는 큰 이유는 기존 조직에 존재하는 문제들을 제어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도하고자 하는 데 있다. 이는 기업가적 마인드에서 출발한다. 기업가적 마인드는 기술적·시장적·조직적 경쟁을 통해 기존의 상태를 한 단계 높은 차원으로 도약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 그간 정부혁신을 실효성 있게 뒷받침하지 못하고 기술적 차원의 편향된 추진으로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전자정부의 운영수준을 크게 높여 줄 것이라고 믿는다.
신설조직의 이미지를 정치적 차원에서 보지 말았으면 한다. 오히려 성숙한 전자정부 구현에 필요한 두뇌로서의 조직, 문화로서의 조직, 변화로서의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이 필요한 때다.
◆이광희 행자부 전자정부전략개발실 전문위원 thomas@mogah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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