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NT 현장을 가다](하)스탠퍼드대 하리연구소

 1981년 IBM스위스의 취리히 연구소의 연구팀은 끝이 매우 예리한 한개의 탐침 끝으로 물질표면에 거의 닿을 정도로 접근했을 때 둘 사이에 전압을 걸어줌으로써 물질의 표면 구조를 밝혀냈다.

이어 1990년 미국 IBM의 연구진들은 이 주사터널링현미경(STM·Scanning Tunneling Microscope)을이용해 35개의 크세논(Xe)원자를 정확하게 배열, 5나노미터 높이로 회사이름(IBM) 글자를 만들었다. 전자현미경으로 원하는 대로 ‘분자’를 옮길수 있음을 증명한 일대사건이었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2005년 스탠퍼드 캠퍼스내 게볼 선도물질연구소가 있는 맥컬러 빌딩 348번지. 스탠포드대 하리연구소는 원자를 조작해 자유자재로 이동시키고 이를 정보교환 및 통신에 응용하는 실험을 위해 STM조작에 한창이다.

역시 IBM연구원 출신인 젊은 물리학자 하리 C.마노하란 교수(34)는 나노단위의 원자이동에 성공, 반도체고집적화의 궁극점에 대한 고민에 싸여있는 산업계에 반도체 집적화의 미래에 대한 해결책을 던져줄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하리 박사는 이미 4년전 원자크기에서 전자의 파동특성을 이용한 정보전달 방법을 알아 냈다. STM의 프로브를 이용, 원자들을 재배열하고 코발트원자를 구리원자의 표면에 뽑아내는데 성공했다. 그의 연구성과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 탈레스가 만물의 근원으로 원자를 언급한 이래 어느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원자의 이동’을 실현한 획기적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리 박사의 연구실험실은 차라리 기계실같다. 원자조작을 위한 장비는 진공챔버와 주사터널닝현미경(STM scanning microscopes).원자조작실험을 위한 환경은 진공과 함께 절대영도를 약간넘는 온도의 정밀도가 요구된다.

하리 박사는 물질연구를 시도하면서 물질의 근원(원자단위)에서부터 물질을 연구한다면(버틈업 방식) 어떤 것을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가져왔다. 비록 수 나노미터의 원자이동에 성공한데 불과했지만 그의 연구는 ‘언젠가 하나의 원자를 부품으로 삼는 나노회로가 구성되고 이를 통해 정보가 이동될 수 있다’는 첨단나노과학의 놀라운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자신의 성과에 대해 “원자 1개를 1000분의 1크기까지 볼 수 있게 됐고 이제 그 조작을 연구하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미국 물리학계도 그의 성과에 대해 ‘하리 랩=원자 조작’으로 받아들이고 있을 정도.

원자및 분자조작을 이용한 나노조립, 원자및 분자전자, 유기분자와 생명의 구조 등 광범위한 연구를 진행 중인 스리랑카 이민 2세인 하리 박사는 나노크기의 원자이동에 대한 실험성과로 노벨물리학상에 가장 근접한 과학자로 꼽히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미국)=이재구기자@,jk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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