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와 SKT가 공동으로 합작회사 설립을 통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할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게임업계는 초긴장 상태로 이들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다. 특히 넥슨이 모바일게임회사인 엔텔리젼트를 인수한 지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온라인·모바일 게임업계 영향력 1위인 SKT와 엔씨가 손을 잡으려한다는 소식을 ‘쇼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아직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게임 업체들은 엔씨소프트와 SKT가 만났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이슈가 아니겠느냐는 반응이다. 그러나 메이저업체인 엔씨소프트와 넥슨의 모바일게임 업계 진출은 궁극적으로 모바일 시장 파이 확대의 새로운 모멘텀을 형성할 것이란 기대섞인 전망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부터 모바일게임 업체가 대형화되지 않으면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번 온라인게임 업체의 진출은 새로운 활력을 찾아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게임빌 송병준 사장은 “모바일게임 업계가 대형화하지 않고는 해외에서의 경쟁력이 떨어져 향후 지금보다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며 “엔씨소프트나 넥슨이 모바일게임 진출은 업계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모바일게임협회 오성민회장(나스카 사장)은 “모바일 게임의 해외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앞으로 엔씨소프트나 넥슨이 어떤 행보를 하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같은 기대와 달리 우려감도 팽배한 상태다. 해외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국내에서 중소 게임업체들이 도산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현재도 국내에서 모바일 업계간 과당 경쟁으로 많은 업체가 어려운 상황에서 만일 엔씨소프트와 넥슨이 국내 시장에 주력한다면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일각에선 지금보다 더 심한 ‘들러리’로 전락하는 건 아닌가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업체 한 관계자는 “모바일게임 업계가 점차 대형화돼야 한다는 점에는 인정하지만 국내 시장을 고려한 전략이 필요하다”며 “모바일게임 업계를 성장시킬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 주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온라인게임 업계에서도 엔씨와 SKT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CJ인터넷·NHN 등 이미 무선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는 기업들은 두 회사의 빅딜 가능성을 평가절하하며 예민한 반응을 나타냈다. 온라인게임 업체 한 관계자는 “온라인게임에서 경쟁하던 업체들이 모바일이란 플랫폼에서도 재격돌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며 “단지 경쟁구도가 아닌 협력 방안도 적극 고려해 게임산업 전반이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만들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SKT, 엔터테인먼트 공룡 꿈꾸나
‘SKT 종합 디지털 엔터테인먼트기업으로 탈바꿈하나?’ 엔씨소프트와의 전략적 제휴를 모색중인 SKT는 지난 27일 음반업계 1위인 YBM서울 주식 43.33%를 인수하며 경영권을 확보하는 계약을 체결하며 ‘유·무선을 아우르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전문기업으로 변신한다’는 속내를 다시한번 드러냈다.
SKT는 이에앞서 지난 2월 영화 및 드라마 제작 등 종합엔터테인먼트 회사인 IHQ의 지분 21.7%를 1백44억원에 인수했다. SKT는 내년에 IHQ 구주를 추가 인수할 수 있는 ‘콜 옵션’을 걸어둔 상태라 사실상 이 회사의 경영권을 장악한 상태다. IHQ는 온라인게임 히트작 ‘팡야’ 개발사인 엔트리브소프트(대표 김준영)의 대주주다.
따라서 ‘싸이월드’ ‘네이트온’ 등을 운용하는 계열사인 SK커뮤니케이션과 함께 게임을 비롯해 유·무선 콘텐츠 개발, 서비스 등 전부문에서 강력한 밸류체인을 구축한 SKT로선 이번 YBM인수에 이어 온라인게임 대표기업 엔씨소프트와의 제휴를 토대로 엔터테인먼트 전반으로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진용을 모두 갖추게된 것으로 평가된다.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대한 SKT의 움직임이 더욱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IMM창투·일신창투·MVP창투 등 3대 창투사와 매칭펀드 형태로 조성중인 엔터테인먼트 전문 펀드. SKT는 750억원 규모로 알려진 이 초대형 펀드를 통해 영화·드라마·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전반의 유망 벤처기업을 입도선매한다는 전략이다.
이통사업으로 굴지의 대기업으로 성장한 SKT가 이처럼 종합 디지털 엔터테인먼트에 새 승부수를 던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현 주력사업인 이동전화 시장이 완전 성숙기로 접어든반면 디지털 콘텐츠 시장은 매년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자회사인 TU미디어의 위성DMB와 차세대 무선인터넷망(EVDO, WCDMA), 유선 인터넷 포털, 휴대 인터넷 등 그룹 전체의 다양한 유무선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향후 엔터테인먼트 시장 전반에서 보다 강력한 헤게모니를 잡기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안희찬기자 안희찬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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