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장비업계의 숙원사업인 장비평가센터 설립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중핵기업 육성이 현 정부의 최대 중점사업으로 부상하면서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업계의 숙원에 정부가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셈이다. 장비업계는 최근 몇 년 간 지속적으로 평가센터 설립의 필요성을 제기해 왔으나, 정부 과제 선정 때마다 후순위로 밀리면서 검토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산업자원부는 업계의 목소리를 수용해 조만간 객관적인 기관에 용역을 의뢰, 소요예산 및 실효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방침이다.
산자부는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장비평가센터를 중기과제로 채택할지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조환익 산자부 차관은 최근 열린 대·중소기업 협력회의에서 “반도체업계가 중소기업이 개발한 공정장비의 신뢰성을 평가할 수 있는 평가라인 구축을 요청해옴에 따라 이를 적극 검토키로 했다”고 밝혀 설립 여부에 대한 결정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타당성 조사 어떻게 이루어지나=센터설립의 타당성 평가는 관련업계 및 학계에 대한 광범위한 시장 조사를 바탕으로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조사 대상으로는 △수직계열화(대기업-중소기업) 추세에 대한 점검 △장비 납품 구조 △기존 팹 자원과의 연계방안 △소요 예산 및 실효성 등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장비평가센터가 현재 만연해 있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자업체(대기업)와 장비업체(중소기업) 간 종속구조를 개선, 시장 원리에 부합하는 경쟁체제 구축에 도움이 될지도 집중 점검된다.
◇중소업계 적극 환영=설립 여부는 정부의 용역 결과가 나와봐야 하겠지만, 정부의 최근 중소기업에 대한 관심을 고려할 때 매우 긍정적이다.
이종휘 반도체산업협회 부장은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스(AMAT)·도쿄일렉트론(TEL) 등 세계 주요 장비업체들은 대부분 자체 팹을 통해 장비를 평가하고 있지만, 매출 규모가 1000억원대에 머물고 있는 국내 중소 장비업계로서는 자체 팹 확보는 아직 그림의 떡”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장비업계는 객관적인 비영리법인이 운영하는 ‘장비평가센터’에 목말라왔다. 센터는 중소 장비업체들이 대기업 종속구조에서 탈피, 공정한 기술력 평가를 통한 객관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 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으로 인식되고 있다.
◇메이저들은 ‘글쎄’=반면 이미 수직계열화 구조에 들어가 있는 업체들의 태도는 다소 미온적이다. 상대적으로 수직계열 외 기업에 비해 장비평가 여건이 좋고, 현 구조에 적지 않은 수혜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장비업체 한 고위관계자는 “이미 대기업과 지속적인 납품이 이뤄지고 있지만 센터가 설립되면 개발장비 평가가 한층 쉬워지고 보다 객관적인 평가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솔직한 심정은 반반”이라고 말했다.
특히 일부에서는 현실적으로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한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의 특성상 소자기업은 소수에 불과해 수직계열화는 ‘필요악’이라는 시각도 있다. 따라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장비평가센터’는 수직계열화라는 현재의 시장 논리에 밀려 실효성을 거두지 못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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