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디지털산업과 코스트 이노베이션

한때는 우리 기업들이 세계시장에 진출할 때 ‘낮은 제품가격’을 거의 유일한 경쟁력으로 삼던 시절이 있었다. 기술도 뛰어나지 못하고 별다른 브랜드 파워도 갖지 못한 데다 마케팅 경험도 별로 없을 때이니 다른 대안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노력한 결과 이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그중에서도 전자산업의 기술 발전은 눈부시다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다. 생활가전은 물론이고 비메모리 반도체와 이동단말, 디스플레이 그리고 각종 디지털 미디어 등 대부분의 디지털 분야에서 세계시장을 선도할 위치가 됐다.

 디지털 기술력에서 앞서가고 있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 디지털기술은 무한한 성장성을 가진 첨단기술이어서 이 분야의 첨단기술을 앞서 확보하고 있다는 것은 지금은 물론이고 다가올 미래에도 시장선도적 지위를 누릴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것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말 그대로 전망에 불과하다. 최근 수년간의 시장 상황이 말해주듯이 디지털산업은 어떤 기업의 기득권도 인정하지 않는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와 같은 첨예한 경쟁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지금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해서 그것이 미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거대기업이 중소기업에 패퇴할 수도 있고, 신생기업이 튼튼한 시장기반을 가진 기존기업을 넘어뜨릴 수도 있다. 아무리 뛰어난 첨단기술을 개발했다 해도 금세 경쟁기업에 추월당할 위협에 놓이게 되고, 자랑스럽게 내놓았던 첨단제품이 단기간에 범용제품이 되곤 한다. 첨단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제품,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한다고 해도 그것은 곧 수많은 경쟁기업의 각축장으로 변하기 마련인 것이다.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어렵게 개발한 프리미엄 제품조차 빠른 속도로 판매가가 떨어지곤 한다. 최근 불고 있는 디스플레이 제품의 판매가 하락이나 컴퓨터의 가격파괴 현상이 이를 방증한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그게 디지털산업이다.

 디지털시대가 돼도 코스트 이노베이션(cost innovation)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하는 일 못지않게 기존영역에서 부단한 코스트 이노베이션을 통해 탄탄한 원가구조를 갖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어떤 첨단기술이라도 결국은 가격경쟁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는 법이다.

 코스트 이노베이션이란 한마디로 생산성 향상과 원가절감을 통해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것을 말한다. 별다른 경쟁력을 갖지 못해 낮은 가격을 무기로 수출하던 과거와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중저가의 제품을 값싸게 파는 것이 아니라 고품질의 제품을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제공하는 ‘기술’을 말한다. 아무리 첨단기술을 자랑하는 디지털기업이라 해도 코스트 이노베이션의 경쟁력이 결여돼 있다면 살아남기가 어렵다. 단지 ‘3일 천하’의 짧은 영광만을 누릴 수 있을 뿐이다.

 이제는 첨단기술과 함께 코스트 이노베이션을 동일한 경쟁력으로 함께 추구해야 한다. 이 둘을 동시에 이루기 위해서는 기업이 가진 한정된 연구개발(R&D)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선택과 집중의 원칙’에 따라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은 과감하게 포기하고, ‘꼭 해야 할 것’에 전력을 다해 집중해야 한다. 시대가 아무리 바뀌어도 낮은 원가가 제공하는 경쟁력은 기업의 최고 자산이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코스트 이노베이션이 일상화된 디지털기업, 그런 기업은 항상 위기를 극복하고 빠르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희국 LG전자 CTO사장 heegooklee@lg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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