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KT에 사상 최대 과징금인 1130억원을 부과하고 KT가 이를 불복하고 나서 공정위와 KT의 전면전이 불가피하게 됐다. 공정위는 명백한 담합 증거를 제시하며 KT를 압박했으며 KT는 정부의 행정지도에 의한 것이었음을 강조했다. ‘통신산업의 특수성’(KT·정통부)과 ‘명백한 불법 담합’(공정위)의 팽팽한 논란은 사법부의 판단에 맡겨지게 됐다.
◇‘행정지도’ 유효성 여부 ’논란’=정통부의 행정지도는 어디까지 유효한가. KT는 정통부가 지난 2002년 11월 KT와 하나로통신(현 하나로텔레콤)에 시내전화시장 안정화 조치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 배경에는 하나로텔레콤의 경영위기가 깔려 있다. 정통부가 후발사업자의 시장점유율(미국 10%, 호주 19%)을 근거로 하나로통신의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하나로통신은 시내전화 요금을 현실화할 것을 요구했다는 것. 정통부가 존재하는 이상 KT와 하나로텔레콤 간의 요금 담합은 정통부의 행정지시가 직접적이었다는 주장이다.
공정위는 이 같은 주장을 일부만 인정했다. 2002년 11월 정통부의 행정지도가 있었지만 이것이 2003년 6월 23일 이뤄진 담합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종합하면 공정위와 KT가 해석하는 ‘정통부의 행정지도’는 통신사업 특성상 정통부라는 정부 규제기구의 행정지도를 ‘유효하고 강력한 지시행위(KT)’로 판단하는지 ‘법적 근거 없는 권고(공정위)’로 해석하는지의 체감 차이가 이 같은 결과를 낳았다.
◇자진 담합인가, 아닌가= 공정위는 26일 브리핑에서 KT가 2003년 5월 작성한 ‘전화부분 HTI와 공정경쟁 협상관련 보고’와 하나로통신 전화사업팀이 2003년 11월 10일 작성한 ‘KT 공조 추진현황 및 향후 대응방안(안)’을 “명백한 증거”라며 제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KT는 △번호이동성 시행 계기 KT 시장 효율적 방어 △정부의 후발사업자 육성 대책에 대한 사전 대비 △LM 시장 개방 대비 요금조정 필요 △전화시장 규모 감소 최소화 등을 제시하며 담합을 주도했다. 특히 KT는 2007년까지 시내전화 시장 점유율 1.2%씩 이관하면 2007년 하나로텔레콤의 점유율을 10%로 묶을 수 있지만 당시 요금을 그대로 할 경우 점유율이 13%대를 기록할 것이라 분석했다. KT는 담합에 따른 이익을 약 4000억원으로 계산했다. 하나로통신은 “KT와의 공조파기는 부정적이며 일정기간 현행대로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고 단계별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최종 결론으로 제시했다.
공정위는 이 보고서에 의거, KT가 주도하고 하나로텔레콤이 따라간 전형적인 담합이라고 결정했으며 이는 공정거래법 19조 1항에 의거 합의가 입증됐다고 판단, △행정지도 여부 △통신시장의 특성 △하나로텔레콤의 부도위기 등의 요인이 담합 사실을 뒤집지 못했다.
◇이중 규제 문제는 없나=일각에서 제기한 이중규제 문제는 정통부-통신위원회-공정위 모두 “규제가 따로 존재한다”는 입장을 밝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정위와 통신위의 업무 분장에 의거 △정통부는 통신시장 고유의 전문부분 규제(상호접속, 약관 위반, 시장 혼탁 등)하고 △공정위는 부당한 공동행위 일반 규제를 명확히 했다는 것.
이중 규제 문제에 대해 공정위 허선 경쟁국장은 “통신에 대한 규제는 정통부만 하란 말인가”라고 강력 반발했다. 통신위 김인수 국장도 “통신위는 공정한 통신 시장경쟁 환경을 위해 감시하고 유도할 뿐 독점이나 담합을 감시하지 않는다”라고 말해 이중규제라는 주장을 일축했다. 그러나 통신업계 일각에서는 “통신위와 공정위가 번갈아 가며 과징금을 물리는 것은 사실상 이중규제나 다름없다”면서 “공정위가 정유사 담합에는 관대하면서 통신에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민다”고 주장했다. 정지연·손재권기자@전자신문, jyjung·gj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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