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2050년대의 세상을 그리고 있는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첨단 기술의 전시장 같은 영화다. 홍채 인식 기술, 지능형 교통시스템(ITS), e북, 3차원 영상, 홈 네트워크 등 온갖 기술이 등장한다. 대부분 현재 개발이 진행중인 첨단기술을 토대로 한 것이어서 상상이 가능한 것들이다. 미래 사회를 엿볼 수 있는 공상과학영화는 이뿐만이 아니다. ‘페이첵’ ‘토탈리콜’ 등 많다. 모두 엄청난 상상력을 가진 공상과학소설가들의 작품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들 영화를 보면 인조인간과 기억의 지배, 미래예측 시스템, 정체성 상실을 담은 미래사회를 그려내고 있다. 과연 미래는 이들의 예측대로 시공간의 지배는 물론이고 인간과 복제·인조인간이 함께 사는 모습으로 다가올까.
미래에 대해 관심 없는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인간의 본성이 미래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미래 예측은 관심 차원을 넘어 이미 생활의 필수요소가 된 듯하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기상, 교통, 주가예측 등 우리가 거의 날마다 찾고 있는 것을 보면 그렇다. 하루 앞, 아니 한 순간 앞 상황도 내다보지 못하는 인간의 처지에서 미래를 예측하고 그에 대비하고자 하는 바람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미래 예측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내로라 하는 주식전문가가 전망하는 주가예측의 적중률도 우연히 주가를 맞히는 확률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과학적 접근이 가능한 기상예측은 각종 기법 개발과 컴퓨터 모형화를 통해 크게 향상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 슈퍼컴퓨터로도 게릴라성 폭우를 내다보지 못할 정도로 기상 예측은 현대 물리학이 풀지 못한 10대 난제 중 하나로 남아 있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컴퓨터 기술이 크게 발전할 50년 후엔 정확한 예측이 가능해질까. 공상과학영화에서 컴퓨터가 아니라 예지자들에게 예측을 맡겨 놓고 있는 것을 보면 공상과학소설가조차도 회의적인 것 같다.
하지만 미래 예측은 예언과 확연히 다르다. 가장 큰 근거는 미래 사회 예측이 현실의 인간 활동에 바탕을 둔 논리적 예측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미래 사회 예측은 공상과학소설가만의 전유물이 될 수는 없다. 미래학자, 과학자, 철학자, 종교인 등 사회 각계의 리더뿐만 아니라 누구나 다 해야 하는 것이다. 그 가운데서도 과학기술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 자체가 다가올 앞날에 대한 준비과정이다. 미래 세상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많은 과학기술자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과학자들의 풍부한 과학지식에 기초한 미래 예측과 비전 제시가 이루어질 때 미래 세상도 의도하는 대로 구현될 수 있는 것이다. 과학적인 미래 예측은 과거의 기록과 경험을 기반으로 미래 시나리오 전개과정을 추정하고 모의 실험을 통해 확률적 분석을 시도하는 것이다. 때문에 이들에 의한 미래 예측은 예언과 달리 미래로 가는 이정표를 확실하게 제공해 준다고 볼 수 있다.
최근 과학기술위원회가 과학기술 예측을 토대로 10∼30년 후의 우리사회와 미래 기술이 어떤 모습으로 변화, 발전할 것인가를 그려내 주목받는 것도 그 때문이다. 맞고 틀리는 사안을 떠나 우리 미래사회로 가기 위해 ‘선택과 집중’해야 할 분야가 무엇인지를 그림으로 제시해 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이다. 여기에 정보통신부도 각계 전문가를 참여시켜 ‘마이너리티리포트’ 같은 미래 IT 사회를 그리고 IT가 미치는 영향 연구를 통해 IT정책을 발굴해 나가기로 했다. “10년 뒤 뭘 먹고 살지…” 하면서도 말로만 ‘개혁’ ‘혁신’을 외치고 토론만으로 지새우던 그간의 정부 모습과는 발상이 달라 보인다.
◆윤원창 수석논설위원 wcy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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