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생역전` 꿈이런가

최근 제2의 벤처 신화 창조를 위한 정부의 노력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기술을 담보로 삼아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준비되고 있는가 하면 한번 실패했던 벤처도 다시 한번 벤처를 해 볼 기회를 주는 벤처부활제가 16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처럼 ‘벤처의 봄’이 찾아 왔다고는 하는데도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지방의 벤처들에게는 돈이 몰려들지 않는다. 지방 벤처들은 지독한 자금 가뭄을 간신히 버텨 나가느라 피가 마른다.

 

 지난 주초. 향긋한 봄 내음 물씬 풍기는 대구 모대학 캠퍼스 내 창업보육(BI)센터. 입주 3년째, 기술 개발 1년을 막 넘긴 BI센터 K사 사무실 풍경이 한가롭다. 하지만 이 시점이라면 눈코 뜰새 없이 바빠야 할 연구원과 직원 3명이 웬일인지 서류 정리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무실 화이트보드에는 1년 전 게재됐던 기술 개발 관련 신문 스크랩 한장만 달랑 나붙어 있을 뿐 거래 업체와의 약속이나 주문에 대한 스케줄조차 보이지 않는다.

 “국산 신기술 인정 마크와 품질 인증 등 기술에 대한 인증은 물론, 대기업들로부터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는데 당장 생산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받지 못해 입이 바짝바짝 마릅니다”

 이 업체 자금 및 마케팅 담당이사 S씨의 말이다. 이 업체가 개발한 기술은 크롬을 이용한 표면 처리 방식이 아니라 마그네슘 합금에 불꽃을 튀겨 표면을 처리하는 기술로 휴대폰 케이스, PDP프레임 등 전자 제품은 물론 대부분의 기계 부품에서 활용할 수 있는 친환경 기술이다. 기술 우수성을 인정받아 업계에서 잇따라 러브콜을 받고 있지만 표면처리 공정용 설비를 못갖췄다는 이유로 마케팅은 답보다.

 이처럼 우수한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에 성공한 뒤 막판 생산 단계에서 돈 가뭄에 시달리는 지방 기업이 수두록 하다. 생산 시설만 갖추면 바로 공급을 받겠다는 확답을 내놓는 고객들까지 있는 상황은 이들을 더욱 애타게 하고 있다.

 대덕밸리 전자·전기·제어계측 전문 업체인 A사도 최근 산소 발생기를 개발, 미국과 유럽, 러시아 등 해외로부터 제품 구입 문의가 빗발치고 있지만 생산 설비를 갖출 자금이 없어 발만 구르고 있다.

 이 회사 B사장은 “좋은 기술을 개발해 놓고도 금형 작업과 생산 라인 구축에 필요한 막바지 자금이 부족해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두루마리형 PC피아노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대구의 벤처기업 I사는 국내는 물론, 미국과 일본, 유럽 등지로부터 문의가 잇따르고 있지만 물건을 공급해주지 못해 고민이다.

 지난달 1000대의 PC피아노를 생산해 해외 샘플과 국내 판매를 충당했지만 수요에 비하면 터무니 없이 적다. 해외 구매자들의 상당수가 4000대∼6000대씩 물량을 주문하면서 단가 인하를 요구하고 있지만 최소 1만대 규모의 생산 시설을 갖추지 못하면 단가를 낮출 수 없다.

 이 회사 K 사장은 “내수 시장만 해도 마트나 홈쇼핑 등에서 물건을 달라고 아우성인데 시설 자금이 없어 제품 단가와 물량을 못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애완동물 전문 포털을 운영하고 있는 P사는 최근 국내 온라인 펫(pet 애완동물) 시장 장악을 발판으로 최근 오프라인 전문 매장 및 펫 콘텐츠 해외 진출을 타진하고 있지만 자금 부족에 발목이 잡혀 있다. 이 회사 대표는 현재 출장의 상당 부분을 투자자와의 미팅으로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A 사장은 “현재 돈있는 투자자들이 대부분 매출액과 순수익을 투자의 지표로 삼고 있는데 아직 매출이 없는 기업에게는 투자가 하늘의 별따기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경남지역에 소재한 IT 제조 업체 P사의 L사장도 시제품 개발을 끝낸 뒤 양산 자금을 조달받지 못해 죽을 맛이다. 이 회사 제품은 차량과 휴대기기를 연결하는 아이디어 제품이라는 웬만한 지원기관을 다 기웃거려 봤지만 안되더라”며 “사채를 동원할까 고민중”이라고 털어놨다.

 벤처 자금 전문가들은 “생산 자금을 필요로 하는 중소 IT 벤처 기업은 매출이 미미하기 때문에 안전한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로부터 관심을 끌기 힘들고, 투자 접촉이 이뤄지더라도 경영권 인수를 조건으로 내거는 경우가 많아 실제 투자로 연결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전국팀

 사진=지방 중소IT벤처기업들이 생산자금이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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