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통신업체 담합 판결 왜 연기했나

공정거래위원회가 11일 시내전화와 PC방 전용회선에 대한 통신업체들의 담합 판결을 내리기 위해 전체회의를 개최하고도 최종 판결을 유보한 것은 과징금 규모가 막대한 데다 담합 주체 간 팽팽히 엇갈리는 주장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날 하나로텔레콤은 시내전화 담합에 대한 심의를 KT와 분리해 진행해 줄 것을 요청, 심의관들이 이를 받아들였다. KT는 이와 별도로 판결 연기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오전 PC방 전용회선 담합에 관한 건은 KT와 하나로텔레콤이 동시에 들어가 상호 대질 형태로 심의를 받았으나 오후 시내전화 심의는 하나로텔레콤-KT 순서로 4시간여 동안이나 진행됐다.

 ◇KT-하나로, 사활 건 공방전=KT와 하나로텔레콤이 이번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 담합의 원인 제공과 개시, 배경 등에 대해 진술한 내용은 상당히 엇갈린다.

 최고의 현안에 올라 있는 시내전화 담합에 대해서 KT는 “2003년 하반기부터 시행해온 번호이동성제에 앞서 시장의 독점 문제에 대한 정부의 행정지도 등이 있었다”는 부분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내전화 사업 후발주자인 하나로텔레콤의 점유율이 어느 정도 본궤도에 올라야만 당시 사업권 부여의 배경이었던 유효경쟁체제 수립에 도달할 수 있었다는 점을 담합으로 이어진 원인으로 소명했다.

 반면 하나로텔레콤은 “당시 99%에 달하는 시장을 갖고 있었던 독점 사업자 KT가 순차적으로 가입자를 넘겨주겠다며 요금인상을 제안했다”고 ‘실토’해 양자간 감정 대립으로 이어졌다.

 업계 전문가들은 상호 원인에 대해 수긍하지 않는 담합주체들의 설전으로 인해 공정위가 분리 심의, 추후 판결이라는 차선의 방법을 택한 것으로 풀이했다.

 ◇사상 최대 규모의 과징금 부담=과도한 과징금 규모도 판결 유보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지금까지 정유사 5개사에 1200억원대의 과징금을 최고 규모로 내렸지만 이때 특정기업이 받은 최고 과징금은 400억원대에 머물렀다.

 반면 이번 과징금 규모가 시내전화 담합 한 건만으로도 KT에 500∼1000억원대가 내려질 것으로 알려져, 공정위 사상 단일 기업에 내린 최대 규모 과징금이 될 전망이다. 이 같은 판결이 내려질 경우 정통부가 통신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추진하고 있는 각종 비대칭규제와 유효경쟁정책 등에 대한 실효성 의문이 제기될 전망이다.

 ◇전망=업계에서는 이르면 오는 18일 늦어도 25일께는 최종 판결이 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체회의에 상정한 안건을 2주 이상 연기해 판결을 내리지 않을 수 없다는 전례 때문이다. 과징금 규모 역시 사업자들이 소명 기회를 적극 활용하고 향후 이의신청·행정소송 등의 강력한 대응을 시사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다소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특히 통신 환경이 종전과는 달리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정도로 악화되고 있는 데다 통신위 과징금까지 겹치는 악재들을 감안해야 한다는 동정론이 업계 안팎에서 나오면서 과징금 낮추기가 힘을 얻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와 관련, 진대제 정통부 장관이 지난달 독일·터키 해외 순방길에 앞서 “유효경쟁을 위한 행정지도와 실제 담합은 구분돼야 한다”고 밝히는 등 사실상 확실한 물증이 있는 상황에서는 좀처럼 낮아지기 어렵지 않겠냐는 시각도 여전해 과징금 최종판결을 둘러싼 업계의 관심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지연·손재권기자@전자신문, jyjung·gj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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