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가 R&D사업 효율성 길러야

 국가의 과학기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국가연구개발사업 3개 가운데 1개 사업이 중복되거나 연계성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국가연구개발 투자가 아직도 효율성을 살리지 못한 채 주먹구구식으로 운용되고 있는 것이어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시급히 개선해야 할 사안이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지난해 집행된 113개 국가연구개발사업을 대상으로 사업 목적, 내용 및 실적을 중심으로 평가한 결과 추진성과가 미흡해 D나 E등급을 받은 사업은 13개에 불과하지만 9개 부와 청에서 집행한 37개 사업은 중복 또는 연계성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됐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수연구자 지원사업과 젊은과학자 연구활동 지원사업은 모두 교육부가 시행하는 사업이면서 명칭만 다를 뿐 유사한 사업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 산업자원부의 항공우주 부품기술 개발·다목적 실용위성 2호 본체 개발사업은 과학기술부의 다목적 실용 위성·과학 위성·통신 기상 위성 개발, 정보통신부의 전파방송연구개발과 시너지 효과를 위해 모두 연계가 필요한 데도 불구하고 따로 개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자부의 산업혁신기술 개발사업은 중기청의 중소기업 기술혁신 개발사업, 과기부의 나노종합팹·특화팹 구축 사업은 산자부의 나노기술 클러스터 조성과 각각 성격이 엇비슷하면서도 연계가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물론 지난해 평가 때 52개 사업이 중복 추진 또는 연계 부족 평가를 받은 것에 비하면 이번에는 크게 줄어든 것이다. 더욱이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고질병과 같았던 중복 추진 사업이 지난해 14개에서 올해 2개로 줄어들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으로까지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이번에 평가를 받은 사업은 전체 사업 중 절반에도 못 미칠 뿐만 아니라 작년 평가대상 사업에 비해서도 88개나 적고 또 올해부터 평가에 이의신청을 공식적으로 반영한 것을 감안하면 뚜렷이 개선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중복 또는 연계성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된 사업 비율이 작년 4분의 1에서 올해는 3분의 1로 오히려 높아졌다는 점에서 그렇다.

 국가연구개발사업 규모가 지난 99년 3조7000억원에서 올해 7조8000억원에 이를 정도로 갈수록 늘어나고 있지만 선진국에 비해서는 아직도 크게 모자라는 실정이다. 그만큼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투자를 통해 최대한의 연구성과를 거둬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 데도 불구하고 중복 투자나 효율성이 떨어지는 투자가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국가연구개발사업에 대한 종합적인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탓으로밖에 볼 수 없다.

 중복이나 연계성 문제 지적을 받은 사업들을 보면 하나같이 부처 간 이해관계가 얽혀 있거나 사전정보 부재로 인한 것들이다. 각 부처가 다른 연관 부처와의 협조나 상의 없이 자체적인 판단에 따라 사업을 경쟁적으로 펼치고 있고 이를 감독해야 할 기관이 명칭이 다르다고, 사업성격이 다르다고 눈감아주는 것과 같다. 이에 따라 과학기술 발전에 쓰여야 할 돈이 먼저 본 사람이 임자인 ‘눈먼 돈’이 되고 잘못이 발견돼도 그대로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이번에 중복성·연계 필요성이 평가된 사업의 경우 각 부처별로 추진계획을 다시 받아 예산을 조정·배분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문제가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율조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강제조정이 요구된다. 중요한 것은 부처별로 유사한 사업을 신청한 경우 한쪽에 포기를 권유하거나 통합 연계방안을 찾는 등 처음부터 세밀한 ‘교통정리’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다행히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한 정부가 국가연구개발사업에 대한 관리체계를 강화하겠다며 ‘연구개발성과 평가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입법 예고한 상태여서 기대된다. 국가연구개발사업은 국가경쟁력의 초석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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