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정보보호산업의 꿈과 현실

안철수 사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그동안 ‘절벽을 오르는 등반가 심정’이었다고 밝혔다. 그 말에 공감하면서도 ‘그나마 형편이 좋은 안 사장이 그런 심정이라면 정보보호 업계의 다른 사장은 어떠할까?’ 하고 자조하게 된다.

 며칠 전 회사가 코스닥에서 퇴출당하면서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었지만 그간 참으로 전도유망한 청년 사업가로 각광받아 왔던 이를 만났다. 그는 과욕 때문에 실수를 했다며 이에 대한 회한을 이야기하면서 한편으로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해서 후련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국내 정보보호 업계는 2004년도 결산에서 많은 회사가 적자를 기록했고 분야별로 선두에 있던 업체가 M&A 대상이 되기도 했다. 물론 자연스런 구조조정 과정이긴 하지만 요즘 정보보호 업계의 모양새는 보기 좋지 않다. 적어도 이런 모습은 아니어야 했다. 상당히 촉망받으며 출발한 정보보호 산업이 왜 걱정의 대상으로 전락하게 되었을까. 가장 큰 원인은 애초에 거품을 안고 출발했다는 데 있다.

 정보보호 산업은 한참 벤처 붐이 불 때 시작돼 겨우 도입기인 상태에서 정보보안 부문이 소위 코스닥 테마주가 되면서 한꺼번에 너무 많은 시장 참여가 이뤄졌다. 시장 규모에 비해 돈과 인력이 지나치게 투입된 셈이다. 정보보호제품이나 서비스 특성상 개발 과정에서 대부분의 비용이 투입되다 보니 과당경쟁으로 연결되고, 다른 상품과는 달리 눈으로 금방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가격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었다.

 원래 정보보호 제품처럼 제품 사이클이 짧은 경우 선두권 업체는 제대로 돈을 벌어 그걸 차기 제품 개발에 투자해야 하는데 국내 정보보호 업계는 그럴 상황이 못 됐다. 물론 이 과정에서 그동안 매우 높은 가격으로 팔리던 대부분의 외산 제품이 시장에서 밀려났고, 많은 국내 정보보호 제품과 기술은 세계 정상 수준에 도달하기도 했다. 이 덕분에 고객은 고성능의 정보보호 제품과 양질의 서비스를 매우 저렴하게 공급받는 부수적 효과를 얻기도 했다.

 또 하나는 그동안 많이 지적돼 왔는데 지식 기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치르는 것에 대한 인식의 문제다. 실제로 소프트웨어를 하드웨어에 담아 팔면 그 하드웨어를 사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고, 외산에 대해서는 좀 더 관대해지는 등 국내 개발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인색한 것 같다.

 대표이사에게 과도하게 몰리는 채무보증으로 구조조정이나 M&A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도 문제다. 회사가 어려워지면 M&A 등 구조조정을 통해 건전화를 꾀해야 하는데, 이 경우 회사는 살아도 사장은 개인적으로 파산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경우 거의 모든 채무에 CEO가 개인보증을 서야 하고 이는 정부지원 자금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다 보면 갈 때까지 가 보자는 상황이 생길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정보보호 산업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상당히 앞서 있다. 특히 기술이나 제품 자체의 경쟁력은 세계 정상이라 자부한다. 따라서 국내 정보보호 업체가 바로서지 못하면 많은 비용을 들여 국가에서 직접 개발하거나 훨씬 더 많은 비용을 지급해 외산을 사용해야 한다. 또 국가 사이버 안보를 외국에 의존해야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반면 그만큼 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지금까지 꿋꿋하게 버틴 업체의 경우 그동안 치열한 시장 경쟁을 통해 충분한 기술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본다. 시장 상황도 많이 좋아지고 있다. 소프트웨어는 공짜라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많이 개선됐고 정통부의 IT839 전략에 따라 제2의 인터넷 및 IT관련 투자도 기대해 볼 만하다. 해외 시장도 초기 진출시에는 많은 실패를 겪었지만 동남아시아 등 우리 주변 시장은 이제 다시 해 볼 만한 환경이 갖춰졌다. 몇 년 늦어지긴 했으나 초기에 정보보호 산업에 걸었던 시장의 기대를 실현할 수 있는 때가 다가오고 있다.

 올 연말쯤 주식 시장에서 정보보안주가 모두 실적이 좋아져 어라운드주로 각광받으며 시장 테마주가 되는 기대가 실현되기를 바란다.

◆김대연 윈스테크넷 대표·정보보호산업협회장 dan@@wins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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