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기획-세계로나가는국산장비]`디지털`순풍타고 `글로벌`파도넘는다

`한국 장비의 경쟁력, 세계로 세계로.`

 대표적 수입 의존분야인 장비산업이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를 중심으로 세계로 벋어 나가고 있다.

 5년 전 국내 최고기업의 CEO들이 ‘장비산업은 막대한 투자와 기술력을 요하기 때문에 아직 우리나라는 시기상조’라고 이야기했던 것을 감안하면, 지금의 국내 장비산업의 수준은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다.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국내 장비산업은 부품·제품 생산의 보조 산업 수준에 불과했고 그마저도 외국 선진 장비업체들이 수익성 문제로 사업을 등한시하는 분야에 한정돼 국내 업체들이 겨우 사업화에 발을 걸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10여년이 지난 지금,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업체 가운데는 이미 디엠에스·주성엔지니어링 등 수출이 내수를 뛰어넘는 업체가 속속 탄생하고 있으며, 기술적으로도 외국 선진 기업들을 넘어서는 분야가 나타나고 있다. 더욱이 우리보다 한수 아래로 평가되는 대만·중국은 물론이고 세계 최대 규모 장비업체들이 즐비한 미국·일본·유럽 시장에서도 한국산 장비는 맹위를 떨치고 있다.

 국내 표면실장기술(SMT) 및 인쇄회로기판(PCB) 장비도 국내 휴대폰·DVD·PDP·디지털 가전 등 정보가전 산업 발전에 편승해 기술력이 커지고 있다. 특히 축적된 기술력은 장비 수출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대만·중국 등 아시아권과 중남미 지역을 중심으로 다품종·소량생산체제 구축을 위한 생산라인 전환이 가속되면서 올해는 어느 때보다 수출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삼성테크윈 김성수 상무는 “국산 칩마운터는 전세계 시장에서 통용되는 글로벌 상품으로 테크윈의 경우 70% 가량을 해외로 공급하고 있다”며 “이제 SMT 장비는 내수용이 아닌 수출 주도형 상품”이라고 말했다.

 특히 칩 부품, 플립칩, 칩스케일패키지(CSP) 등 차세대 패키지 실장과 무연(Lead Free) 솔더링 채택이 본격화되면서 SMT설비 수요도 전세계적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SMT 전문가들은 “전자제품생산전문기업(EMS)들은 모바일 및 다양한 모델 제품 생산에 주력하면서 마운터의 유연한 대처능력을 중요시하고 있다”며 “고속기 장비 위주인 유럽·일본업체와 달리 국내업체는 다품종·대량생산에 적합한 중저속기 제품에 주력해 왔기 때문에 신흥 EMS시장에서 강세를 보일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장비산업의 글로벌시장 진입에는 아직 많은 어려움이 있다. 우선 꼽을 수 있는 것이 외국 선진업체에 비해 개발인력 및 규모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다.

 선진업체들은 이미 장비산업이 경제 규모를 이뤄 초기 시장 선점을 통해 조기 투자비 회수가 가능하고, 이 때문에 차기 기술 개발에 다시 투자를 집중할 수 있는 자금·기술의 선순환 구조가 마련돼 있다.

 그러나 우리 장비업계는 자신들이 개발한 장비를 평가받을 수 있는 여건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 또 관련 모듈 및 부품, 원자재 등의 해외의존도도 높아 이중고를 겪고 있다. 여기에 후발국은 물론이고 선진국들도 장비산업을 국가전략 차원에서 적극 육성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장비업계에서는 개발한 장비를 독자적으로 시험·평가할 수 있는 센터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시험평가센터가 만들어지면 국내 수요 업체들도 일정 수준의 평가를 거친 장비를 도입해 최종 시험을 할 수 있으며, 장비업체 입장에서는 기술력에 대한 공신력을 확보할 수 있고 이는 곧 글로벌시장 공략의 첫걸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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