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없는 갈림길에서 최선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점이다. 계속 밀어 부칠 것인지, 아니면 한발 물러나야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나 역시 신지소프트를 이끌어 오면서 여러 차례 갈림길에 섰었고, 그 때마다 최선을 다해 결정했다. 그리고, 스스로 선택한 길을 묵묵히 걸어왔다.
2001년 일본지사를 철수키로 결정한 것 역시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단이다. 신지소프트는 내가 합류하기 전 모바일 콘텐츠 다운로드 솔루션인 GVM의 일본 수출을 위해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하지만 일본지사는 현지의 뛰어난 시장 잠재력과 좋은 반응에도 불구하고 방향을 찾지 못한 채 돈만 까먹고 있었다.
나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판단해 일본 현지법인 설립 3개월 만에 지사철수를 전격 결정했다. 너무 성급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나는 당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인적쇄신 작업에 착수,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일본에 투자하던 모든 리소스를 국내쪽으로 빠르게 돌린 나의 선택은 결국 GVM 사업의 빠른 안정화를 가져올 수 있었고, 무선 콘텐츠 다운로드 시장을 선점함으로써 국내 1위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비록 일본지사를 철수했지만, GVM의 세계화를 포기하지는 않았다. 직접 진출하기 보다는 해외 이통사들과의 접촉을 통해 해외 판매망을 물색하며, GVM 솔루션의 성능을 전파했다. 이런 와중에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의 글로벌화 가능성을 일찍 간파한 와이더댄과 세계적 IT강국인 이스라엘의 이통사업자인 오렌지사에 GVM 서비스를 공동 수출 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2002년 6월 이스라엘 내에서 GVM 서비스 상용화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이 사건은 신지소프트가 세계 양대 통신망인 CDMA 망 뿐만 아니라 GSM/GPRS망에서도 성공의 발판을 만드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GVM의 성공적인 서비스 런칭과 더불어 오렌지사도 사용자가 급증, 서비스 개시 후 불과 1년 만에 이스라엘 2위 이동통신사업자로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
GVM 솔루션의 파급효과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시 GVM을 포함한 한국의 무선인터넷 솔루션이 탑재된 삼성전자 단말기 모델이 이스라엘 소비자들에게 인기 만점이었다. 삼성전자가 이스라엘 내 부동의 ‘넘버 1’이던 노키아를 제치고 현지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빼앗는데 GVM이 일정 부분 기여한 것이다.
특히 한국의 소프트웨어 벤처기업인 신지소프트와 무선 인터넷 부가 서비스의 세계화에 기치를 내건 와이더댄 그리고 삼성전자라는 대기업이 협력해 성공적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한 윈윈윈 사례라는 것이 매우 의미가 크다.
이렇게 CDMA망은 물론 GSM/GPRS 망에서 성공적으로 신지소프트의 기술이 상용화되자, 유럽의 3GPP OSA(Open Service Architecture) 워킹그룹에서 GVM 성공사례를 발표해달라는 요청까지 들어왔다.
2002년 월드컵의 열기로 대한민국이 열광하고 있을 때 나는 노키아, 모토로라, 에릭슨, 그리고 유럽의 통신사들 등 거대 글로벌기업들이 참여한 런던 포럼에서 한국의 앞선 기술과 GVM 서비스에 대해 강연했고, 포럼에 참석했던 업체들로부터 열띤 호응을 얻었다.
이와 같은 성공의 열매를 맺을 수 있었던 건 내가 추구하는 선택과 집중이 적절한 시점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일본 현지 법인의 존속여부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던 시점에서 내가 내린 결단은 GVM의 성공을 좌지우지 하는 열쇠였던 것이다.
choicy@sinjisoft.com
오피니언 많이 본 뉴스
-
1
[ET시론]대한민국 AI의 심장, AI 데이터센터
-
2
[데스크라인] 폐쇄적 정책의 후과
-
3
[사설] 금융사 보안공시에 파격 인센티브 주라
-
4
[김장현의 테크와 사람] 〈104〉인공지능 시대의 문해력
-
5
[사설] 구글 제재, 앱 생태계 회복 출발점돼야
-
6
[GEF 스타트업 이야기] 〈89〉기부 시장의 '매슈 이펙트'와 컴포저블 거버넌스의 시대
-
7
[기고] 과징금의 목적은 처벌이 아니라 예방이다
-
8
[인사] NH투자증권
-
9
편집기자협회·대교뉴이프, 韓 장례문화 3부작 진단
-
10
“AI로 안전관리 고도화” 한국승강기안전공단 창립 10주년
브랜드 뉴스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