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정부가 한 일이 뭐가 있나요?”
별정통신사업자들의 쓴 소리다. 지난해 10월 정부가 마련한 인터넷전화(VoIP) 사업 업무처리 지침에 따라 별정통신사업자들은 저마다 포부를 가지고 070인터넷전화 사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이들 사업자는 6개월째 가입자 유치 실적 없이 개점휴업 상태다. 기존 기간통신사업자와 별정사업자 간의 상호접속(호 소통) 및 망이용 대가 산정, 전화요금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인터넷전화를 IT839 정책에 포함시키고 육성에 나서면서 사업자 및 소비자의 기대를 한껏 부풀렸지만 닥친 문제를 풀어낼 만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해 자칫 용두사미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통신사업자에 휘둘린 5년=정통부는 상호접속 협상 타결이 어려워지자 선접속 후정산의 원칙을 제시하는 등 나름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조정이 난망하다. 정통부가 VoIP 산업 육성보다는 그동안 통신사업자를 지나치게 의식해 왔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인터넷전화는 PSTN의 명백한 대체제이기 때문에 PSTN에 설비투자를 한 KT가 가장 민감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KT는 지난 2003년 구내자동착신회선(DID)의 회선당 가입비 및 기본료 인상과 구내전화발신회선(DOD) 구내교환 약관 변경 등 PSTN 설비를 보호하는 정책을 펴왔고, 정통부는 이를 인정했다.
전문가들은 070인터넷전화 상호접속 및 요금 산정에서도 KT가 지나치게 무리한 대가를 요구, 협상 타결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KT는 070인터넷전화 요금을 시내전화 요금보다 비싸게 책정할 것을 주장해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러나 정통부는 확실한 정책목표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해결책 아직도 요원”=정통부는 별정사업자에 기간사업자들보다 070인터넷전화 번호를 먼저 부여하는 시차제를 적용, 자생력 확보의 기회를 줄 계획이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시차제는 실패했다. 정통부 일각에서도 ‘상호접속료, 이용대가 산정을 먼저 해결해야 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올해 목표로 제시한 100만명 가입자 확보는 요원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다. 일본의 050인터넷전화 성공사례와 대조된다.
때문에 인터넷전화를 통해 다양한 사업기회(영상전화 콘텐츠 서비스·부가서비스 제공)를 찾으려 한 수많은 중소·벤처기업이 출구를 못 찾고 있다. 일부 업체는 벌써 자금난에 봉착했다는 소문도 들린다.
지난 2000년대 초 국내 VoIP 시장을 들썩이게 했던 토종 VoIP 장비업체들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새롬기술의 다이얼패드 서비스로 촉발된 인터넷 무료전화에 대한 관심은 범국민적인 열풍으로 확산됐고 당시 코스모브리지, SL시스템즈, 트랜스넷, 유너스테크놀로지 등 20여개 업체가 VoIP 관련 장비를 개발해 해외 유수 다국적 장비업체들과 대등한 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이들 장비업체는 지금 남아 있지 않다. 지난 4, 5년간 기간통신사업자가 PSTN의 수익에 고무돼 VoIP 도입을 미루는 사이 이들 장비업체는 뚜렷한 수요처를 찾지 못해 차례로 도산했다. 지금까지 남아 VoIP 장비개발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업체는 단 한 곳도 없다.
결국 기술력을 가진 VoIP 장비 벤처기업들은 기간통신사업자들의 처분(?)만 학수고대하다가 모조리 고사했고, 시장은 고스란히 외국계 대형 장비업체들에 넘어갔다. 애석하게도 장비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기술력이나 경쟁력은 크게 후퇴하고 말았다.
ETRI의 강신각 박사는 “사업자들이 주장하는 이슈들에 대한 해결책이 선결된 후에 상호접속 방안 및 접속료에 대해 해결하고자 한다면 언제 상용화될지 예측이 어렵다”며 “정부가 확실한 정책목표를 제시하고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 서비스가 가시화될 때까지 지속적인 상호 신뢰 및 양보하는 자세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최정훈·손재권기자@전자신문, jhchoi·gj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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