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벤처기업 지원정책의 핵심

지난해 말 기술력과 성장성을 갖춘 벤처기업에 대해 코스닥 시장 등록요건을 완화하는 등 벤처 재도약을 위한 정책들이 발표되면서 벤처업계에 훈풍이 불기 시작했다.

 산업자원부는 5000억원 규모의 만기 10년 기술사업화 투자조합을 결성해 기술사업화 초기 기업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산업은행은 창업 2년 이내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500억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운용하고 1000억원 규모의 기술력 평가대출을 하겠다고 밝혔다. 기술거래소도 중소·벤처기업의 기술력을 평가해 이 결과를 금융권 투자로 이어지도록 하는 중소기업 기술력 평가 프로그램 운용에 역점을 둘 예정이다.

 최근 날로 심화하고 있는 취업난을 해소하고 국내 차세대 성장 동력산업을 육성·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벤처 육성을 통하여 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이 최적의 대안인 듯하다.

 벤처기업의 최대 자산은 기술이다. 벤처기업인들은 기업이 보유한 기술의 가치에 대한 평가가 기관마다 다르고, 타 평가기관의 결과는 인정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기술가치 평가에 대해 정부가 공신력을 보장하고 전국에서 통용될 수 있는 평가기관 및 결과 인증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더 나아가 정부인증기관이 실시한 기술가치 평가 결과에 대해 정부가 책임지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그래서 만일 잘못됐을 경우 평가자에게 정부가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벤처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가치를 통한 벤처금융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정부는 기술가치 평가모델을 개발, 직접 자금을 지원하는 제도를 준비중이다.

 자금 지원을 전제로 한 기술가치 평가는 기술사업화에 대한 가치, 즉 기술을 기초로 미래 시장에서 얼마만큼 돈을 벌 수 있느냐 하는 가치를 산출하는 것이다. 기술 자체에 대한 학문적 가치 등은 객관적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술사업화에 대한 가치는 전문가라고 하더라고 평가에 큰 차이가 있으며, 평가된 후라도 기술 동향 및 시장 변화와 이에 대처하는 경영능력에 따라 계속 달라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미 지난 벤처 열풍 때 사업화 가능성에 대한 치열한 분석은 뒤로 미룬 채 기술력만 갖고 있는 벤처기업에 많은 자금을 투자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기술과 사업화는 달랐다. 이러한 학습효과를 기초로 해 기술력을 가지고 사업화에 어느 정도 성공한 벤처기업에 벤처캐피털의 자금이 집중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벤처기업을 활성화하고 벤처기업에 투자가 유도될 수 있도록 하는 핵심이 기술가치를 평가하고 이를 인증해 주는 시스템에 있는 것이 아니라 벤처기업이 보유한 기술의 사업 성공화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에 따라 벤처기업의 기술사업화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이 절실하다. 정부의 연구개발 자금 지원을 받아 개발된 특허가 특허 기술대전에서 수상하고 각종 마크를 받고 정부가 인정하는 세계 일류제품에 선정돼도 이러한 제품의 사용에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공공기업이나 정부기관에서 대규모 납품 및 사용 실적이 없는 중소·벤처기업의 새로운 제품을 사용하기에는 불안한 구석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그나마 계약이 성사돼도 중소·벤처기업은 ‘을’의 입장으로 가격과 계약조건에서 각종 불이익을 받는다. 문화와 언어 그리고 제도를 잘 모르는 중소·벤처기업이 외국 시장에서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벤처정책은 기술력 있는 벤처기업이 사업화에 성공할 수 있도록 사회 전반적인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집중돼야 한다. 기술력 있고 건전한 경영을 하는 벤처기업의 성공신화가 바로 벤처정책의 핵심이다. 벤처기업 사업화를 위한 인프라가 갖추어지면 기술력 있는 창업 초기 벤처기업은 매력적인 투자 대상임에 틀림이 없다. 수익이 기대되지 않는 곳에 투자가 있을 수 없으며 실상이 없는 평가 역시 공허한 것이다.

◆박재환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산업경영학부 교수 jaypark@ku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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