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세계 지재권의 날]지적재산권 보호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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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마다 4월을 전후해서 전세계는 지적재산권 보호를 외치는 목소리로 가득 찬다. 4월 가운데서도 26일이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가 정한 ‘세계지적재권의 날’이다.

 인터넷 환경과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콘텐츠 활용에 국경이 없어진 지금, 콘텐츠 불법복제 문제는 어느 한 국가만의 문제를 넘어선지 오래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인터넷 환경을 갖춘 탓에 콘텐츠 불법복제와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싸움은 쉽게 끝날것 같지는 않다.

◇한국을 주시하는 지적재산권리자들=지난 2월 미국 영화·음악·게임·소프트웨어·도서 업계를 대표하는 국제지적재산권연합(IIPA)은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보낸 스페셜 301조 관련 보고서에서 한국의 지적재산권 침해 등급을 우선감시대상국(PWL:Priority Watch List)으로 유지할 것을 요청했다.

지난해 USTR이 한국의 등급을 감시대상국(WL)에서 우선감시대상국(PWL)로 상향조정한 이후 1년간 지재권 보호 측면에서 큰 발전이 없었다는 것이 이유다. IIPA의 의견은 매년 4∼5월 발표되는 USTR의 국가별 지재권 보호 감시등급 조정에 상당한 영향을 끼쳐왔기 때문에 이번 보고서 역시 우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최근 15년 사이에 지재권 보호감시 등급에서 감시대상국(WL)과 우선감시대상국(PWL) 사이를 오갔다. 지난 92년부터 96년까지 5년 연속 PWL에 머물렀던 우리나라는 불법복제 근절에 대한 정부의 노력을 인정받아 97년부터 99년까지 3년간 WL 등급을 유지했다.

그러나 2000년 IIPA는 교육용 소프트웨어·영상·음반 분야 불법복제가 심각하다며 USTR에 등급 상향조정을 요청했고, 이는 곧 받아들여졌다. 이후 2002년 IIPA의 등급유지 요청에도 USTR은 등급을 WL로 내렸지만 지난해 다시 PWL로 올라가는 등 부침을 겪고 있다.

◇인터넷 강국의 명암=IIPA를 비롯한 해외 지적재산권리자 단체들이 우리나라를 특히 주시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우리의 초고속인터넷 사용자 수는 3000만명을 돌파했다. IIPA는 스페셜 301조 보고서에서 “한국의 놀라운 초고속인터넷 보급은 저작권 보호를 받는 디지털콘텐츠의 온라인 판매를 활성화할만한 충분한 요인이지만 현실은 정반대”라고 꼬집었다.

정상적인 디지털콘텐츠 유통은 통계로서의 가치가 없을 정도로 미미한 대신 이용자 800만명을 자랑하는 소리바다를 비롯한 P2P를 통해 콘텐츠가 무단공유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94%의 미국 인터넷 이용자가 인터넷을 이메일 용도로 사용하지만 한국 인터넷 이용자의 80%는 음악과 영상 콘텐츠 소비를 위해 인터넷을 사용하며 41%는 파일 무단 다운로드 경험이 있다는 조사결과도 덧붙였다. 인터넷강국의 어두운 측면이다.

◇지적재산권 보호 위해 전세계가 단합해야=IIPA처럼 미국 업계를 대변하는 이익단체의 한마디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많다. 미국이 통상 관련 압박을 할 때마다 우리나라의 지재권 보호 등급 조정을 무기로 활용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처럼 지재권 보호 등급이 자주 변한 국가도 없었다.

반면 우리가 스스로를 돌아봐도 지재권 보호에 있어서는 부끄러운 것도 사실이다. 특히, PWL보다 한 단계 위인 우선협상대상국(PFC:Priority Foreign Country)이 되면 협상을 통해 당장 보복조치를 받을 수도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한류’ 열풍에서 알 수 있듯 우리나라도 이제 콘텐츠 수출국이라는 사실을 인지해야한다는 지적이다. 코트라가 지난달 발표한 ‘한국 문화상품 지적재산권 피해’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홍콩·대만·일본·베트남·싱가포르·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한류가 일어난 8개국에서 지재권 침해 행위가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었다.

이달 중순 미국이 지재권 침해 행위를 막기 위해 주도하는 전세계 공조 프로그램 스탑 프로젝트(STOP:Strategy Targeting Organized Piracy)를 설명하기 위해 방한한 태스크포스의 USTR측 대표 빅토리아 에스피넬씨는 “한국은 지적재산권 보호 측면에서 많은 발전이 있었다”며 “이는 스탑 프로젝트에서 한국 정부를 좋은 파트너로 생각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결국 지재권 보호는 어느 한 국가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전세계적인 공조체제 하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리 스스로 남의 콘텐츠를 보호해야만 우리 콘텐츠도 해외에서 대우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이유다.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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